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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Sep 04. 2018

아프리카 지척기(13)

요하네스버그 Lion Park


■  아프리카 地跖記(13)     


아프리카 마지막 여정인 열사흘 날, [05:30] 기상을 하니 쌀쌀한 기온에 또 비가 내리고 있다. 7월초 케이프타운은 겨울우기라 하지만 이곳에 머무는 3일내내 비가 내리기를 반복하며 은근히 속을 태웠다. 다행히 방문첫날 [케이프 포인트]에 올라 [희망봉]을 조망하는 동안 비가 멈춰주어 케이프타운의 소중한 추억을 담아낼 수 있었다.


하루 늦게 도착한 다른 여행팀들은 비바람이 너무 심해 희망봉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한다. 아프리카는 워낙 큰 대륙이기에 여행지마다 기후가 천차만별로 최적의 날씨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감동적인 킬리만자로의 풍광은 건기가 적합하고 짜릿한  빅토리아 폭포수를 보려면 건기를 피해야 한다.


케이프타운  강수량 (mm)

따라서 아프리카 동남부 여행은 6월이 적당해 보이지만 케이프타운은 6~7월이 우기임을 감안해야 한다. 다행히 이번 여행은 찾아보고자 했던 명소 사진을 대부분 담아낼 수 있어 큰 보람이었다. 3일간 머물었던 [Holiday Inn Cape Town] 숙소를 빠져나와 케이프타운 공항으로 가는 도로에는 고급주택과 슬럼가가 좌우로 나뉘어 있다.


□  요하네스버그 라이언 파크 (Lion Park)


케이프타운 면세점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점이 자리하고 있어 반가움이 더했다. [10:00] 이륙해 2시간을 날아 도착한 [요하네스버그]는 남아공 동부 1,700m 고산지대에 위치해 날씨는 좋지만 바람이 불고 체감온도가 낮아 파카를 입어야했다. 이곳은 남아공 최대의 도시이자 아프리카에서 가장 번영한 상공업도시이다.

      


또한 이곳은 도심 200km 떨어진 곳에서 백금이 많이 나오는 만큼 금광업의 중심지이다. 시가북부는 교육, 문화시설이 있는 주택지구이며 남부는 기계, 다이아몬드 연마 등의 공업지구이다. 남아공은 석탄으로 휘발유를 생산하고 핵무기까지 보유했던 과학국가이며, 12종족 중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던 줄루족이 현재 상징적인 왕이라고 한다.



요하네스버그 오후 일정은 라이언 파크로 이동해 라이언 워킹 투어를 하며 사자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을 한다. [라이언 파크]는 공항에서 선 시티(sun city)로 가는 길목 40분 거리에 자리한 작은 규모의 게임드라이브 사설(私設) 공원이다.



이곳에는 사자치타 같은 육식동물과 기린과 얼룩말 등 아프리카의 다양한 초식동물들이 사육되고 있다. 버스에 오르니 현지가이드의 세심한 주의사항이 이어지는데 초반부터 심하게 겁을 준다.



사자를 만나면 절대 등을 보여서는 안 되고, 머리와 꼬리에 손을 대면 매우 위험하며 밝은 색을 보면 공격성을 보이기 때문에 되도록 흰색 옷은 피하라고 한다. 하지만 겁을 내면 사자가 쉽게 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해진다며 반복된 주의를 당부한다.



[라이언 파크]에 도착해 공원 안에서 햄버거로 간단히 점심을 드는데, 가이드는 긴장한 탐방객들에게 오늘 점심이 어쩌면 최후에 만찬일지도 모른다며 농을 던진다. [라이언 파크]는 사자와 치타 워킹투어 중 하나를 선택해 진행하고 있다.



출발 전 주의사항에 반하는 행동으로 사고발생 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하고 1시간가량 사자 2마리와 함께 걸으며 사진촬영도 하는 각별한 체험에 나서는데, 차창을 철망으로 덧씌운 사파리 차량이 마치 시위방어용 차처럼 둔탁해 보인다.



사파리 차량을 타고 작은 초원으로 진입해 들어가는데 푸르름이 사라진 황금빛 초지에는 기린얼룩말 등이 보인다. 마치 대형 동물원을 둘러보는 느낌이 들지만 도심지에서 야생동물을 간편히 관람하기에는 나름 괜찮아 보인다. 이 공원을 찾는 여행객들은 어린 사자들을 만져보며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 주목적이다.



[라이언 파크]에는 6개월 미만의 어린사자를 훈련시켜 여행객들과 스킨십을 나눌 있도록 하는데, 조련사들이 던져주는 먹이 감을 먹기 위해 야생의 본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조련사들은 동물원에서 보았던 고기가 잔득 채워진 양동이를 들고 먹이를 던져주며 어린 사자들을 손쉽게 다루고 있다.



그동안 케냐 사파리를 통해 많은 야생동물들을 경험했던 까닭인지 웬만한 초식동물들은 더 이상 호기심을 끌지 못한다. 라이온 투어는 사자와 함께 장소를 바꾸며 2곳에서 사진촬영을 하는데, 제일먼저 사자 옆으로 다가가 포즈를 취하고 인증 샷을 하던 중 갑자기 사자 한 마리가 우측 가슴을 물어 순간 크게 놀라기도 했다.



재밌는 것은 가장 늦게 인증 샷을 한 일행 한분도 팔뚝 안쪽을 물렸는데, 맨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한 남성들만 어린 암사자에게 물린 것이다. 가슴팍 상처를 열어 보일 수도 없어 자칫 거짓 양치기 소년이 될 뻔했지만 팔뚝을 물린 일행으로 영광의 상처를 입증할 수 있었다.


영광의 상처

이어 숙소가 있는 샌톤(Sandton)으로 이동해 [샌톤 스퀘어]와 만델라 대형동상이 있는 [샌톤 시티]를 둘러보고 아프리카의 마지막 저녁을 태국 요리로 마무리 했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한 뒤 마지막 여정을 아쉬워하며 늦은 밤 남아있던 마지막 컵라면을 들고 호텔 밖으로 나가본다.



자정시각 거세게 몰아치는 찬바람에 코트 깃을 올리고 호텔 밖을 지키고 있는 안내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며, 며칠간 돌아본 아프리카는 자연풍경이 너무 아름다운 곳 이였지만 이렇게 추울 줄은 몰랐다며 나름 그를 격려해본다. 봄부터 준비를 해오며 설렘을 갖고 떠나왔던 아프리카 여행은 진정 기대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여정이었다.


Holiday Inn Sandton Hotel

이번 여행은 상상 속에 그려왔던 검은 아프리카의 모습이 가는 곳마다 색다른 시원(始原)의 풍광으로 펼쳐지며 눈앞에 확인되는 순간들 있었다. 호기심어린 눈과 뜨거운 가슴으로 담아냈던 보름간의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는데, 여독에 지친 몸만큼이나 큰 아쉬움을 남겨놓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요하네스버그 2일차     


7월 3일, [Holiday Inn Sandton] 뷔페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줄을 서니 주방여직원이 콧노래를 부르며 반갑게 맞아주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아프리카 사람들은 흥이 많아 보였다. 서빙직원들과 함께 정감어린 기념사진을 담고 찍은 사진을 나눠보면서 지녔던 머리핀과 홍삼사탕을 건네주며 “스태미나 캔디”라 소개하니 너무나 좋아한다.



[10:00] 요하네스버그 공항 수화물 검색대를 통과하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아프리카인들은 일을 처리함에 전혀 조급함 없이 느긋하다. 남는 시간 호기심에 면세점 보석가게를 기웃대며 10캐럿 다이아반지 판매가를 확인해 보고 전일 슈퍼마켓에서 구매했던 피노타지(Pinotage) 와인도 찾아보면서 지루함을 달래본다.


다이아몬드 상점

[13:30] 홍콩을 향해 10,847km를 날아가는데 이륙 후 2시간 반쯤 지나니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을 통과하는데 인도양과 섬자락 경계가 확연히 드러나 보인다. SA 항공은 승무원 실에서 컵 누들을 요청하면 중국산 컵라면을 제공해주기에 따듯한 국물을 들며 장거리 비행의 지루함을 달랠 수 있었다.


지난세월 잘못된 교육과 편견으로 아프리카를 무덥고 헐벗은 검은 대륙으로만 인식해왔지만 사전정보를 준비해 설렘을 담은 여행지를 돌아보며 광활한 아프리카 대자연에 감동하고 다채로운 문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즐길 수 있었다.


케냐 암보셀리

이번 아프리카 여행은 자료준비 기간부터 실행에 옮겨, 보고 듣고 느끼며 기록하는 과정을 거쳐 여행기를 탈고하기까지 무려 5개월가량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짧지 않은 보름간 여행을 통해 참여행의 깊이에 풍덩 빠져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Still Image



Extra Shooting


아래 주소를 터치(클릭)하면, 아프리카 여행 총정리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VbqYz8-jG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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