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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Oct 30. 2018

가을이 저만치 가네


최근 슈퍼스타 K 등 각 방송국에서 서바이벌로 진행되는 가수들의 노래를 듣다보면 요즘 가수들과 70, 80년도 활동했던 가수들의 개념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네 청소년시절 노래에는 아름다운 노랫말과 함께 정적인 느낌이 담겨있었기에 듣는 이로 하여금 많은 감동을 주었는데, 요즘에는 그저 가수의 가창력만 높이 평가하다 보니 감정을 넣어 부르려하는 가수들의 노래가 고음처리와 기교만 녹아있는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예전의 노래는 지금의 가요보다 테크닉 면에서 많이 미흡해 보이지만 덜 상업적이었고, 촌스럽지만 멋스러움이 있었다. 당시에 Sing a song write 가수들은 가창력보다는 그들만의 개성과 색깔을 자신의 곡에 담아 마치 음유 시인처럼 노래를 불렀다.


그중에는 영혼이 담긴 나지막한 음색으로 가을을 노래했던 1970년대 김민기가 있는데 매년 이맘때면 그의 곡 중 “가을편지”를 떠올리며 노랗게 물들은 은행나무 거리를 찾아 나서보기도 한다.


김민기

가을은 풍요와 결실의 계절이지만 한편 고독과 허무를 상징하는 계절이라는 상반된 성격을 함께 갖고 있기에 시에서 자주 사용되는 주요한 시어(詩語)이자, 가을이 지닌 의미가 인생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인용되기도 한다.


가을편지 노랫말은 시인 고은의 작품으로 쓸쓸하고 외로운 여인의 마음을 잘 드러내 주는 가을배경 소재에 김민기가 곡을 붙인 노래이다. 70년대 후반 정태춘이 발표한 “촛불”은 시련에 고독감을 담백한 노랫말에 담아 연민의 정서를 담기도 했다.



이후 1990년 대 포크계열에는 김광석이 그 중심 속에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들으면 밋밋할지 몰라도, 그의 노래는 애절하게 느껴지는 그만에 고유한 음색이 깔려있다. 김광석 노래는 세월이 지나도 그 서정적인 노랫말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의 노래를 찾고 있다.


그는 노래를 통해  가을의 감수성을 가장 잘 어루만져 주었고 또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더 그 감수성을 어루만져 주는 가수로 남아있다. 낙엽이 소복이 쌓인 을씨년스런 늦가을이 짙어 질수록 그의 잔잔한 곡을 들으며 그 속에 담긴 노랫말들을 하나씩 곱씹어 보며 많은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통기타 하나와 낮은 의자 그리고 읊조리듯 들려오는 노랫말에서  33세를 살다간 김광석의 영혼을 떠올려 본다. 통기타 하나로 애잔한 노래를 부르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김광석은 죽어서도, 옛 추억을 꺼내 보려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빛바랜 듯 처연히 달려있는 노란 잎 새가 찬바람에 떠나가는 이 가을을 못내 아쉬워하는 듯, 나는 지금 김광석과 마주 앉아 그가 남긴 "서른 즈음에" 노랫말을 통해 서른 생전에 창작인으로 고단해 했을 그의 아쉬운 늦가을 인생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다.  





아래 주소를 터치(클릭)하면 "서른 즈음에"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Il52fKok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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