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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Oct 24. 2018

시월, 횡성의 멋진 가을풍경

청태산 자연휴양림/ 횡성호수길


매년 강원도 설악산 첫 단풍소식을 듣게 되는 이맘때면 무작정 떠나고픈 가을여행의 설렘을 갖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10월 주말이면 지인들의 자녀혼사 초대장이 겹쳐 전해지는데, 바쁜 주말일정애써 외면해 두고 30년간 한 직장에 몸담았던 동기들과 함께 맑은 가을날의 정경(情景)을 만끽하고자 청태산으로 향한다.


☐  청태산 자연휴양림


30여명의 입행동기들을 실은 관광버스는 8시 모행 본점을 출발해 경부와 영동고속도를 달려 두 시간 반 남짓 걸려 횡성에 도착해 휴양림 입구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담은 뒤 청태산 자락을 오른다. 청태산 기슭에는 자연휴양림이 조성돼있어 가을낭만에 파묻혀 계절을 음미해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기은 21기

힐링하기 좋은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강원도 횡성군과 평창군 경계지역에 위치한 청태산을 주봉(1,194m)으로 한 산자락아래 자연림 참나무와 인공림인 잣나무 및 낙엽송으로 울창한 숲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국유림이다.



1993년 개장한 자연휴양림은 120만평 숲속에 4.2km 순환로를 중심으로 야영장과 오토캠프장이 있고 부대시설로는 삼림욕장 산책로, 숲 체험길, 물놀이장, 족구장이 갖춰져 있으며 청태산 등산길을 따라 쉼터 정자와 통나무 산막이 배치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계절 휴식처이다.



청태산 지명에는 유래 깊은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임금에 오른 뒤 관동지방 강릉을 순시하면서 이곳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를 지나게 되었는데, 지금에 휴양림이 위치한 곳에서 어가(御駕) 행렬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횡성 수령(守令)에게 점심 수라상을 받았다 한다.



당시 산자락아래 임금의 식사자리가 마땅치 않아 푸르른 이끼가 널따랗게 끼어있는 커다란 바위에서 점심을 들게 되었는데, 이곳의 아름다운 산세와 큰 바위에 감탄한 이성계가「靑太山」이란 휘호를 직접 써서 횡성 수령에게 하사하여 그 후로 이곳의 산을 청태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침엽수가 드리워진 광활한 산림원은 자연 그대로가 보전돼 있는 삼림욕장으로, 휴양림 안에는 44개의 객실과 30여개 야영장이 있고 나무 클라이밍과 숲속교실 및 오감체험 코스가 있어 가을정취와 함께 자연이 전해주는 농익은 계절변화를 즐길 수 있다. 등반코스는 해발 750m의 휴양림 야영장을 기점으로 6개가 있다.


조림과 자연림이 공존하는 청태산은 낙엽송과 잣나무 등 침엽수가 유난히 많아 활엽수에 비해 피톤치드가 2배 이상 많다보니 피로 해소와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최적지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청태산 정상은 절반이상 높은 휴양림 고지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코스에 따라 1시간 반에서 2시간 이내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횡성의 볼거리로 손꼽히는 청태산 휴양림은 숲 사이를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입구부터 나무 데크가 지그재그로 깔려있어 편하게 삼림욕을 즐기며 산을 오른다. 전국의 자연휴양림은 각종 영화, 드라마와 CF촬영지가 많은데 청태산 휴양림도 조금 오르다 보면 이영애가 출연했던 “친절한 금자씨” 촬영지 표지판이 보인다.



데크 길 옆으로 길게 뻗어있는 잣나무는 한 아름 둘레에 십여 미터 높이로 치솟아 파란 가을하늘이 보일 듯 말 듯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가을이 찾아온 청태산 휴양림은 낮에도 파란하늘 대신 하늘을 가리고 있는 잣나무 숲으로 초록하늘을 띄고 있었다.



골짜기를 따라 자연림과 조림 소목사이로 이뤄진 산책로와 계곡물은 도심의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주는데, 간간히 흘러가는 구름 속에 얼굴을 내미는 가을햇살은 선선한 숲 사이로 따스한 햇볕을 전해주고 있고 발갛게 물들어가는 나뭇잎 위에는 이름 모를 곤충 한 마리가 가을날의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얼마간 이어지는 가파른 길을 오르다보면 등줄기에 땀이 차고 호흡도 가빠지는데, 통나무 계단 길을 오르며 능선중턱에 이르러 잠시 휴식을 취한다. 행렬일부 선두는 정상을 오르고 일행 대다수는 중도에서 하산을 택해 가을풍경을 눈에 담아 넣기에 바쁘다.



잣나무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햇볕과 맑은 공기와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설익은 단풍이 어우러진 숲길을 걸어보는 가을여행은 자연과 함께하는 최상에 힐링이다. 가을이 찾아온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하루일정을 잡아 찾아볼만한 힐링숲 이었다.


 

횡성에는 [청태산 자연휴양림] 이외 [횡성호수]를 끼고 있는 산기슭아래 [횡성 자연휴양림]이 있다. 횡성 자연휴양림에는「저고리 골」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지금은 횡성댐 건설로 인해 가옥 한 채 없는 골짜기로, 아득한 옛날에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고 저고리만 남겨놓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한국의 전국지명 중 호랑이와 연관된 이름만 수백 개라 하는데 [저고리 골]은 범골, 범바우, 호암, 범계동, 호계동 등에 비해 그 사연이 사뭇 애절하게 다가온다. [저고리 골]에는 삼한시대 유적으로 추정되는 제단과 석인상이 있고 또한 진한(辰韓)의 태기왕이 휴양지로 이용하며 쌓았다는 성터와 연대를 알 수 없는 탑이 남아있다.



☐  횡성호수길    

     

점심식사를 마치고 2시경 찾아간 [횡성호수길]은 가을 스케치를 남기기 좋은 가볼만 곳으로, 횡성군 갑천면 구방리 “망향의 동산”에서 시작하는 아름다운 호수 길은 횡성 호와 주변의 산을 테마로 하여 갑천면 일원에 총 27km에 걸쳐 6개 코스가 테마별로 구성돼 있는 곳이다.


횡성호수길 5코스  초입

①횡성댐길 코스(횡성댐~대관대리 3.0km) ②능선길 코스(대관대리~횡성온천 4.0km) ③치유길 코스(횡성온천~화전리 1.5km) ④사색길 코스(화전리~망향의 동산 7.0km) ⑤가족길 코스(망향의 동산 4.5km) ⑥회상길 코스(망향의 동산~횡성댐 7.0km)      


3코스인 1.5km 치유길은 1시간 내외로 걸을 수 있으며, 가장 긴 6코스 회상길 7.0km 구간은 2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이중 망향동산이 있는 5코스 가족길은 풍광이 단연 으뜸인데 [망향의 동산]은 2000년 횡성 댐이 건설되며 갑천면 5개 마을이 수몰돼 고향을 그리며 잊지 않기 위해 수몰민들이 만든 곳이다.



이번에 돌아본 5코스의 출발지인 갑천면 중금리에는 수몰민들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한 [망향의 동산]이 세워져 있는데, 이곳에는 수몰지역의 문화유적과 그들의 삶에 자취를 보관한 자료관이 있고 함께 옮겨온 화성정(花城亭)이라 불리는 정자가 호수와 잘 어우러져 남아있다.


망향동산 내  화성정

횡성군 동북방에 태기산(泰岐山: 1,261m)이 있는데, 삼한(三韓)의 하나였던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신라를 창건한 박혁거세에게 쫓겨 은거했던 산이라 한다. 깁천면의 갑천(甲川)이라는 지명은 당시 정신없이 쫓기던 태기 왕이 잠시 숨을 가다듬고 땀이 범벅이 된 갑옷을 추슬렀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이름이라 전한다.


[횡성호수길] 주변과 [횡성 자연휴양림]은 신라시대 왕실의 휴양소가 있던 곳으로 2001년 횡성 댐 완공 시 253가구 마을이 수몰이 되면서 중금리에서 망향의 동산으로 옮겨온 [3층 석탑] 2개가 오롯이 서있는데, 이 석탑은 신라시대 불교전래 초기의 석탑으로 상단부에 독특한 불상이 새겨져 신라시대 양식을 나타내고 있다.

 

망향동산 내  3층 석탑

산을 배경으로 조성된 인공호수는 한 폭의 풍경화로 다가오는데 이번에 둘러본 5코스 길은 구간이 대부분이 흙길로 되어 있고 횡성호수 안쪽 깊숙이 위치해있어 호수전체의 속살을 골고루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저 멀리 산자락에 나지막이 걸려있는 구름 아래로 호수의 잔물결이 가을바람에 살랑인다.



횡성군은 [횡성호수길]을 새로운 관광명소로 지속 발전시키고자 수자원공사와 협약을 맺고 호수길 구간에 15억 원 예산을 들여 “시간(時間) 풍경에 물들다. 공간(空間) 호수에 비추다. 인간(人間) 숲에 깃들다”라는 공간 콘셉트로 새 단장을 마쳤다. 5코스 호수길 출발은 횡성 대표브랜드인 한우 [코뚜레 게이트]를 통과하며 4.5km 걷기를 시작한다.


코뚜레 게이트

5코스 초입 ①[코뚜레 게이트]를 통과하면 작은 마을이 나타나는데 동네어귀에 황토자갈과 조약돌 위를 맨발로 걸어볼 수 있는 ②[건강길]을 조성해 놓아 색다른 체험을 맛보게 한다.


건강길

이어 지난날 수몰민들이 이용하던 옛길에 ③[장터 가는 가족]을 형상화 한 조형물과 [사랑의 입맞춤] 조각물이 나타나며 1km쯤 지나면 널따란 호수를 배경으로 ④[장터 가는 사람들] 구간에 이른다.


장바구니를 인 아낙네와 지게를 짊어진 촌부


5코스 길을 절반정도 걷다보면 ⑥[가족 쉼터]인 정자가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다. 가까이에 울창한 소나무 숲길인 ⑦[삼림욕장]이 있어 잠시 피톤치드를 호흡하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고 길목에는 나무침대가 배치돼 있다.


삼림욕장  나무침대

길이 끊기는 곳에서 돌아 나와 안내판을 따라 잠시 걷다보면 호수전체를 조망하며 힐링하는 공간인 ⑤[호수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멋진 경관을 사진에 담은 뒤 3km다다르면 자연그대로의 오솔길 속에 영화 타이타닉 뱃머리를 형상화한 ⑧[타이타닉 전망대]에 이른다.


호수 전망대

널따란 호수를 바라보는 [타이타닉 전망대]는 마치 타이타닉 호의 갑판  뱃머리를 연상케 하는데, 문득 20대 초반의 앳된 미청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떠올려보며 한 폭의 수채화로 다가오는 가을날의 호수에 풍덩 빠져든다.


타이타닉 전망대

2018년 9월 새롭게 조성된 횡성호수길 가을나들이는 5코스 마지막 구간인 ⑨[오솔길 전망대]에서 병풍을 두른 듯한 어탑산(789m)과 횡성호 전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볼거리가 추가되기도 했다.


오솔길 전망대 - 우측향방  어탑산(御榻山)

“어탑산”은 진한(辰韓)의 태기왕을 쫓던 박혁거세가 이 산을 찾아 산줄기를 밟았다는 무용담이 서려있는 산이라 하여 어탑산(御榻山)이라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밖에 태기왕이 이곳에 와서 평상(어탑)을 놓고 앉았다 하여 불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각종 고대 설화가 전해지는 지명위치

다시 길을 재촉하다보면 양지바른 호수길목에 버섯을 상징케 하는 정자가 나타나는데 이곳에는 개구쟁이 어린 시절 말뚝박기 놀이하던 조형물이 세워져있어 잠시 옛 시절을 떠올리며 조형물 위에 올라타 보기도 한다.


 벗겨진 바지 엉덩이를 보이는말뚝박기 조형물


호수를 끼고 이어지는 5코스 끝자락 길에는 갑천면의 상징인 나비를 형상화해 설치한 멋진 벤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횡성호수길]은 여기저기 전망대가 있어 10월의 멋진 가을풍경을 스케치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편안하게 걷는 길목마다 나무로 만든 조형물과 곳곳에 조성된 미니화단을 비롯한 들꽃들이 호수경관과 어우러져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가을햇살에 반짝이는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청정한 공기를 호흡했던 횡성호수길 5코스는 1시간 반에 행복이 가득 느껴지는 걷기 좋은 숲길이었다.  - 戊戌年(2018) 시월 스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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