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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un 01. 2018

별이 빛나는 밤

Loving  Vincent


별이 빛나는 밤

1972년 고교시절, 미국출신 싱어 송 라이터인 돈 맥클린(Don Mclean)의『American Pie』를 처음 듣게 됐는데, 일반적인 싱글 곡은 4분이내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곡은 Running time이 무려 8분대의 길고 강렬한 이미지를 갖은 곡이었다.


이후 대학시절 그 앨범에 수록돼있던『Vincent』를 듣게 됐는데 당시 노랫말 의미도 모른 채, 곡의 멜로디와 가수음색이 너무 감미로워 그저 흥얼거리며 좋아했었다. 이곡은 통기타를 만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연주해보고 싶은 명곡으로 국내에서는 신승훈과 추가열이 따라 불렀다. 


곡의 분위기로 보아 Vincent는 애절하고 섬세한 처리가 필수이기에 감히 따라 부르기에 어려움이 있어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노래였는데, 은퇴 후 인터넷에서 1970년대 돈 맥클린의 실황공연 동영상을 보게 되면서 『빈센트』곡 기타반주에 반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돈 맥클린(Don Mclean)

이후 노랫말을 통해 이 곡이 천재화가인『Vincent Van Gogh』생애를 추모한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3절 가사(歌詞)를 모두 외울 만큼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감미로운 곡조(曲調)와 짧지 않은 노랫말 속에 고흐를 표현한 주옥같은 낱말들이 빈센트의 모든 것을 나타낸 애잔하고 아름다운 곡으로 만들어져 반세기가 흐른 지금 내게 다시 감동의 선율로 다가온다.



고흐가 유난히 여름날 밤하늘을 좋아했듯,『Vincent』는 무더위에 잠 못 이루는 여름날 밤 더욱 생각나는 노래이다. 태양의 화가, 광기의 화가로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는 1853년 네덜란드 남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900여점의 방대한 작품을 남기고 1890년 활동 무대이던 남프랑스 아를(Arles)에서 자살해 37세의 짧은 삶을 마감했다.



그는 프랑스 화가 밀레(J.F Millet)의 영향을 받았지만 미술작품 거래를 싫어한데다가 한 여인에게 실연을 겪으며 애정결핍에 따른 고독감이 평생 지속되었다. 그의 작품 활동기간은 1880년부터 사망 전까지 10년뿐이다. 초기 4년은 데생과 자연풍경을 담은 수채화에 전념했다. 다른 화가들과 자주 만나 기법에 대한 지식을 넓힌 고흐는 1882년 첫 번째 유화를 시도하였다.      


□  네덜란드 활동시기(Netherlands 1880~1885) 


초기작품 상당수는 정물, 풍경, 인물을 주제로 그렸는데 주로 농부의 일상과 그들 삶에 고난을 평면적으로 어둡게 표현했다. 고흐는 자연의 위대함과 진실함을 두텁고 어두운 황토색과 고동색을 사용해 초기 대표작인 [감자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s]을 그렸는데, 춥고 어두운 흙에서 수확을 일구어내는 농부들 표정에서 고흐가 사랑했던 소작농들의 어두운 삶에 진솔함이 묻어난다. 


The Potato Eaters / 1885 作

이 시기를 통해『빈센트 반 고흐』는 들판과 농부와 관련된 주제들을 그려내며 진정한 거장으로 성장하였다. 당시 작품들을 보면 그가 기교적으로 더욱 확고해지며 화가로써 자신에 화풍을 굳히는데 중요한 시기였음을 알 수 있는데, [땅 파는 농부: Peasant Digging]는 그가 미술의 거장이 되기 전 무엇을 고민했는지를 면밀히 보여주고 있다.


Peasant Digging / 1885 作

□  파리 활동시기(Paris 1886~1888)  


파리에 도착한 빈센트는 인상주의자들의 작품을 접하게 되며 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일본 판화의 강렬한 색채에 깊은 인상을 받아 이때부터 그의 그림은 이전보다 훨씬 밝고 강렬한 색조를 띠게 되었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나자 고흐는 독특한 성격으로 파리생활과 동료 화가들에게 환멸을 느끼면서 남프랑스로 떠나고자 했다. 


The Sower / 1888 作

□  아를 시대 (Arles 1888~1889)  


빈센트가 아를에 머물며 남긴 작품들은 오늘날 고흐를 대표하는 뛰어난 역작들로 평가받고 있다. 아를에서 완성되는 빈센트의 그림은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필법, 그림에 쏟아 부었던 열정이 합쳐져 [해바라기: Sunflowers], [석양, Sunset: Wheat Fields near Arles] 등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남을 작품들을 남겼다. 이때 고흐는 한가롭게 밤의 카페에서 가까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어 갔다. 


Sunflowers / 1888 作

고흐는 아를 포룸광장에 자리한 야외 카페의 밤 풍경을 담은 이 작품을 그리던 무렵부터 밤중에 작업하기를 즐겼다. 그는 3일 밤에 걸쳐 자신이 즐겨 찾던 카페의 실내정경을 표현한 [아를의 밤의 카페]를 완성했다. 하지만 고갱과의 빈번한 성격충돌로 다툼이 일어나고 그 격분으로 1888년 크리스마스에 자기 자신의 귀를 면도칼로 잘라 버렸고 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Sunset: Wheat Fields near Arles / 1888 作

□  생레미 시대 (St.Rhemy 1889~1890)


1889년 고흐는 생레미 요양원에서 계속되는 발작으로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면서도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과 [해뜰 무렵 밀밭 수확: Wheatfield with a reaper]과 같은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다. 몸과 정신이 병들고 쇠약해질수록 예술가로서 열정을 멈출 수 없는지 소용돌이치는 광기의 능력을 발휘하며 미술사에 커다란 걸작들을 남겼다.


Wheatfield with a reaper / 1889 作  

생레미 요양원에서의 그에 작업은 본질적인 서정(抒情)을 보인다. 이곳에서 고흐는 마음에 평온을 찾은 듯 우주의 자연과 마음이 통하는 주술사가 된 듯 보인다. 그는 소용돌이치는 별들과 함께, 모든 것이 구심적인 운동과 통일된 움직임을 나타내는 장대한 밤에 한편의 시심(詩心)이 되어 자연과 사물의 내면에 와 닿는 서정성과 신비성을 그려내고 있다. 


 The Starry Night / (1889, June 作) 뉴욕

그는 27세에 화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작품 활동을 했으나 한때 정신병 발작을 일으키며 1889년 건강회복으로 발작의 불안에서 벗어나는 듯 했지만 끝내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고흐는 살아있는 동안 그의 작품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불운한 화가였기에 생전에 그는 경제적으로 힘겨운 상황에 처해 고통스러워했다 한다. 


하지만『빈센트 반 고흐』는 불꽃같은 정열과 격렬한 필치, 눈부신 색채를 표현한 20세기 초 인상파화가들에 큰 지표가 되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 사람들에게 많이 사랑받는 화가로 남아있다. 고흐는 태양의 열정과 번뇌를 혼자 가눌 수 없는 그림에 대한 자존심과 애정이 가득했던 화가로 고독과 가난 속에 예술을 위해 몸부림치다 비참한 생을 마감했다. 


양귀비(Poppies) / 1889 作

얼마 전 2017년에 상영된『Loving Vincent를 보았다. 영화는 단순히 고흐의 삶을 그린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그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변주곡임에 틀림없었다. 역사상 많은 화가들의 작품과 견주어 빈센트의 그림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쏟아지는 것은 그의 삶과 떼어놓고 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고흐는 사실적인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예술가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는 강렬한 색상과 독특한 붓 터치를 통해 깊숙한 어두움 속에 따뜻함을 품은 자연의 생명을 담아냈다. 그의 붓이 살아 움직이며 그가 화폭에 담은 사람들이 한편의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를 완성해가는 애니메이션은 고흐를 사랑하는 이들이 오래도록 소장하며 감상할만한 명작이었다.  



고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빚어낸『Loving Vincent엔딩장면에 편지가 읽혀지는 순간 감동이 벅차오른다. “화가의 삶에서 죽음은 아마 별것 아닐지 몰라. 하지만 별을 볼 때면 언제나 꿈을 꾸게 돼. 난 스스로에게 말하지. 왜 우리는 창공의 불꽃에 접근할 수 없을까? 혹시 죽음이 우리를 별로 데려가는 걸까? 늙어서 죽으면 저기까지 편안히 걸어서 가는 거야...” 



그가 남긴 강렬한 작품들은 현세인들에게 많은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특히나 여름날 밤하늘을 좋아했던 고흐는 많은 작품에서 “별이 빛나는 밤”을 표현하고 있다. 그의 생은 무척이나 차갑고 외로웠을 터인데 그의 그림은 따뜻한 온기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빈센트가 자신의 체온과 사랑을 온통 그림에 쏟아 붓고 짧은 삶을 등진 아쉬움 때문일까?

                     

돈 맥클린(Don Mclean)   "Vincent"




[Vincent]               

(1절)

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Look out on a summer's day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별이 반짝이는 밤/ 팔레트에 파란색과 회색을 칠해 봐요/ 여름날에 밖의 풍경을 바라봐요/ 내 영혼에 깃든 어둠을 볼 수 있는 눈으로)


밤의 카페 테라스/ 1888 作 (노랫말 ; Look out on a summer's day)

Shadows on the hills/ Sketch the trees and the daffodils/ 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언덕위에 드리워진 그림자/ 나무들, 수선화를 그려봐요/ 겨울의 차가움, 봄날의 산들바람조차 화폭에 담아/ 린넨처럼 눈 덮인 하얀 세상위에 유채색을 입혀 봐요)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이제야 이해할 것 같아요/ 당신이 그림을 통해 내게 뭘 말하려 했는지/ 당신이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 광기로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그리고 얼마나 자유로워지려 노력했는지/ 사람들은 그런 당신을 알지 못했고 어찌 듣는지도 몰랐겠지만/ 아마도 그들은 이제 당신의 마음을 듣고 있을 거예요)  


모브의 추억(노랫말;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 해바라기(노랫말; Flaming flowers that brightly blaze)

(2절)

Starry, starry night/ Flaming flowers that brightly blaze/ Swirling clouds in violet haze/  Reflect in Vincent's eyes of china blue (별이 반짝이는 밤/ 이글거리는 듯 한 꽃들의 색깔이 타오르는 불꽃같이 느껴지네요/ 보랏빛 아지랑이 속에 소용돌이치는 구름들은/ 빈센트의 푸른 눈빛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


Colors changing hue/ Morning fields of amber grain/ Weathered faces lined in pain/ Are soothed beneath the artist's loving hand (기존화가들이 표현했던 색조를 완전히 바꾼 빛깔로/ 황금빛 곡식으로 가득 찬 아침 들녘과/ 고통으로 가득한 상한 얼굴들이/ 화가의 사랑스런 손길아래 다시 곱게 변해가죠)


측백나무가 있는 밀밭/ 1889 作 (노랫말 ; Swirling clouds in violet haze)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이제야 이해할 것 같아요/ 당신이 그림을 통해 내게 뭘 말하려 했는지/ 당신이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 광기로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그리고 얼마나 자유로워지려 노력했는지 / 사람들은 그런 당신을 알지 못했고 어찌 듣는지도 몰랐겠지만/ 아마도 그들은 이제 당신의 마음을 듣고 있을 거예요)  


해뜰무렵 밀밭 수확/ 1888 作 (노랫말 ; Morning fields of amber grain)

For they could not love you/ But still, your love was true/ And when no hope was left inside  on that/ starry, starry night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할 수는 없었지만/ 하지만 아직도 당신의 사랑은 진실한 것이었죠/ 그 어떤 희망도 남아있지 않았던/ 별이 빛나던 어느 날 밤)


You took your life as lovers often do/ But I could've told you, Vincent/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 (사랑하는 연인들이 종종 그렇게 하듯, 당신도 자살을 택했죠/ 하지만 빈센트, 난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당신만큼 아름답지 않았다고)


군상(群像)/ 1882 作 (노랫말 ; The ragged men in ragged clothes)

[3절]

Starry, starry night/ Portraits hung in empty halls/ Frameless heads on nameless walls/ With eyes that watch the world and can't forget (별이 반짝이는 밤/ 빈 벽에 당신의 초상화가 걸려있네요/ 이름도 없는 벽에 액자도 없이 걸려있어요/ 잊을 수 없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으로)    

                                 

Like the strangers that you've met/ The ragged men in ragged clothes/ The silver thorn, a bloody rose/ Lie crushed and broken on the virgin snow (당신이 만나왔던 낯선 사람들처럼/  누더기 옷을 걸쳤던 초라한 사람들/ 순백의 눈에 부서지고 상처받은 새빨간 장미의 은빛가시/ 이런 것들을 잊을 수가 없네요)  


자화상 (노랫말; Portraits hung in empty halls) / 꽃병과 꽃 (노랫말; The silver thorn, a bloody rose)

Now I think I know/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이제야 이해할 것 같아요/ 당신이 내게 하고자 했던 말이 무엇 이였는지/ 당신이 온전히 살아가기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re not listening still/ Perhaps they never will (그리고 얼마나 자유로워지려 노력했는지/ 사람들은 당신 말을 듣지 않았고, 아직도 들으려 하지 않네요/ 이마도 그들은 계속해 들으려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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