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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an 30. 2019

간략 삼국지(13)

관도대전(官渡大戰)


☐  용과 호랑이가 풍운을 이루다 

    

관우손건이 유비를 만나기 위해 [여남]으로 가던 중, 멀리 고성(古城) 하나를 발견했다. 그 고을 사냥꾼이 성안에는 장비라는 자가 현의 관리들을 내쫓고 성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하자, 관우는 걷잡을 수 없는 감회에 젖어들었다. 손건도 기뻐하며 이내 말을 몰고 고성으로 달려가 장비를 만났다. 


장비는 [서주]가 조조에게 함락되자 망탄산에 숨어 지내며 잠시 성에 내려와 곡식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불문곡직하고 힘으로 성을 빼앗아 버렸다. 손건이 유비의 소식을 전한 후 인근에 관우가 와 있음을 알리자, 장비는 대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장팔사모를 들더니 성 밖으로 달려 나갔다. 


장비관우가 조조에게 항복하고 유비를 배반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관우주창에게 청룡도를 맡기고 말을 몰아 마중을 나가자, 장비는 고리눈을 부릅뜬 채 고함치며 달려들었다. 이를 본 감 부인이 언성을 높여 싸움을 말릴 때쯤 조조의 장수 채양이 한 떼의 기병을 이끌고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마주 오는 채양의 칼을 피해 관우의 청룡도가 허공을 가르자 채양의 목이 말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관우가 도망가는 군사를 사로잡아 지난날 자신의 행적을 장비가 보는 앞에서 문초하자, 그제야 장비는 관우에 대한 의심을 풀었다. 


그때쯤 고성의 소식을 들은 미축과 미방 형제가 장비를 만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성안으로 들어간 장비는 눈물을 흘리며 관우에게 사죄하고 잔치를 벌려 감격의 재회를 나눴다. 이튿날 관우는 장비로 하여금 성을 지키게 하고, 손건과 함께 말을 몰아 [여남성]에 이르러 유벽과 공도를 만나 유비의 소식을 물었다. 


나흘 전 유비가 하북(기주, 사주, 병주)의 원소에게로 되돌아갔다는 말을 전해들은 관우는 낙담하며 [하북] 땅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가는 도중 관우는 와우산 기슭에 이르러 배원소 일행을 불러 모아 함께 길을 떠났다. 


오관을 돌파한 관우

원소의 근거지가 가까워지자, 손건은 자신이 먼저 유비와 만나 앞날을 의논하기로 하고 관우는 인근에 머물도록 했다. 지난날 관우는 백마전투에서 원소의 장수 안량과 문추 목을 벤 까닭에, 선 듯 원소에게 나설 수 없는 처지였다. 


[기주]로 들어간 손건이 유비를 만나 일행의 소식을 상세히 전하자, 유비는 벅찬 감격을 느끼며 하늘에 감사했다. 유비는 곧 원소 휘하의 간옹을 불러 원소에게서 탈출할 궁리를 꾀했다. 다음날 유비는 원소를 찾아가 자신이 직접 [형주]의 유표를 설득하여 그와 함께 조조를 치도록 하겠다며 원소의 승낙을 받아냈다. 


배원소(裴元紹) / 간옹(簡雍)

이때 손건원소에게 관우를 데려오겠다고 허락을 받자, 간옹도 나서 유비가 혹시 배신할지 모르니 자신이 동행하겠다며 허락을 받아냈다. 유비 일행이 관우가 묶고 있는 숙소에 이르자, 기다리고 있던 관우가 나와 서로의 손을 잡고 벅찬 감격에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날 관우는 집주인의 간곡한 청에 따라 그의 아들인 관평을 자신의 양자로 삼았다. 다음날 유비 일행이 말을 달려 와우산에 당도할 때쯤 주창이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말을 달려 나오자 관우가 의아해하며 그 사연을 물었다. 전일에 이름 모를 한 장수가 나타나 배원소를 한 창에 찔러죽이고 산채를 차지해 버렸는데 주창 자신도 그와 싸우다 상처만 입었다고 전했다.


관평(關平)

유비 일행이 와우산기슭에 이르러 갑옷을 입은 채 나타난 장수를 살펴보니 그는 뜻밖에 조자룡이었다. 지난날 원소에게 패했던 공손찬이 자결한 이후 조자룡은 유비를 찾아 헤매다 유비원소에게 가 있는 것을 알고는, 의지할 데 없이 떠돌던 중 산중에 이르러 자신의 말을 빼앗으려는 배원소를 만나 그를 죽인 것이었다. 


조자룡이 산적 떼를 이끌고 유비의 뒤를 따라 고성에 이르자, 장비미축 형제가 달려 나와 유비 앞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그날 밤 유비 형제가 다시 모인데다 조자룡을 얻고, 또한 관우주창과 양아들 관평을 얻은 것에 기쁨이 더욱 컸다. 


이제 는 두 아우 외에도 조자룡, 손건, 간옹, 미축, 미방, 주창과 같은 장수에다 군사도 4, 5천을 거느리게 되었다. 이날 재회를 축하는 잔치에 유벽 공도가 소식을 듣고 달려와 유비에게 [여남] 땅을 바쳤다. [여남]에 당도한 유비는 곧 말을 사들이고 군사를 모아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  강동(江東손책의 죽음      


유비가 [여남]에서 자리를 잡자, 초조함에 휩싸여 길길이 날뛰며 분노해하는 원소에게 곽도가 다가가 유표대신 강동의 손책을 끌어들여 조조를 치자는 계책을 내놨다. 이에 원소진진으로 하여금 손책에게 다녀오도록 했다. 강동의 손책은 혜성같이 등장한 풍운아로 그때 나이 스물이 갓 넘은 나이였다. 


오나라는 온화한 기후의 양자강(長江) 유역과 하구를 장악하며 그 세력이 날로 융성해 지고 있었다. 손책은 은근히 조정의 대사마(대장군) 관작을 바라고 있었으나 조조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손책조조에게 적대감을 품고 [허도]를 공격할 기회를 노리게 되었다. 


하지만 조조는 나이어린 손책을 적수로 여기지 않고, 오직 원소의 세력 확장만을 경계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오군] 태수 허공조조에게 밀서를 보내 불원간에 손책이 [허도]를 치려한다는 사실을 알리려다 발각돼 목이 베였다.   


허공(許貢)

이에 허공을 따르던 3명의 가객(家客)이 손책을 암살할 계획을 세우고는 손책이 사냥을 나가자, 숲속에 들어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손책이 수하들과 떨어져 홀로 있는 틈을 타, 이들은 달려들어 손책의 다리에 창을 찌르고 볼에 독화살을 꽂았다. 


그때 정보가 달려와 가객들을 거꾸러뜨리고는 손책을 본성으로 옮긴 후 의원을 불렀다. 화타의 제자가 달려와 독의 상처를 돌보는 가운데 손책은 사흘 동안 혼수상태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의원은 손책의 상처가 노기(怒氣)를 부리면 덧나게 되니 조심할 것을 특별히 당부했다.



20여일이 지나 회복세에 이를 때쯤 [허도]에 가있던 사자 장림이 왔다. [허도]의 소식을 묻던 손책은 장림의 보고 중 조조휘하에 곽가가 자신을 비하했다는 말을 듣고 크게 격노하고 있을 무렵 원소의 친서를 지닌 진진이 당도했다. 


원소가 손책과 함께 조조를 쳐 없앤 뒤 천하를 양분해 양가의 번영을 누리기를 원한다고 전하자, 손책은 기뻐하며 잔치를 베풀어 진진을 영접했다. 몇 순배 술잔이 오가더니 문득 여러 장수들이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갑자기 누대 아래로 우르르 내려갔다. 

   

정보(程普) / 진진(陳震)

우길이란 선인(仙人)이 거리에 나타나 그를 보기위해 밖으로 나간다는 말에 손책은 괴이하게 여기며 성 밖을 굽어보았다. 사람들로 가득 메워진 거리에는 머리와 수염이 하얀 도인이 걸어가고 있었다. 


노기가 치솟은 손책은 좌우 무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를 잡아들여 양민을 현혹한다며 꾸짖었으나 우길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자신은 하늘을 대신해 병든 만민을 구제했을 뿐이라며 냉랭하게 대꾸했다. 


우길을 옥에 가두자 손책의 어머니와 부인이 설득하고 나섰다. 하지만 손책이 우길을 더욱 증오하게 되자 여범이 나서 그가 진정한 신선인지 요사스런 도사인지를 시험해 보자며 의견을 내놓았다.


우길(于吉) / 손책(孫策)

때마침 오랜 가뭄으로 농부들이 애를 태우고 있었는데, 손책우길에게 비를 내리게 하되 오시(午時)까지 비가오지 않으면 군중 앞에서 목을 쳐 백성들의 원망을 피해보려 했다. 제단 주위에는 우길을 태워죽이기 위해 마른 섶과 장작을 쌓아두었다. 이윽고 오시가 되며 검은 구름이 모여들었으나 비는 오지 않자, 형리가 섶에 불을 질렀다. 


우길이 화염에 덮이자 한줄기 검은 연기가 공중으로 치솟더니 천지를 진동하는 우레 소리와 함께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렸다. 놀란 형리가 불에 탄 제단을 보니 우길이 반듯이 누워있었다. 놀란 손책의 안색이 험악해지며 우길을 참하라 명하였지만 누구하나 두려워 앞에 나서지 못했다. 


손책의 성화에 한 무사가 우길의 목을 향해 칼을 내두르자, 한 가닥 푸른 기운이 일었다. 그날 밤 세찬 바람이 일더니 우길의 시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독기가 빠지지 않은 몸으로 날마다 화만 돋구어 심신이 기진해 있던 손책은 이후 밤이면 헛소리를 중얼거리며 우길의 환영(幻影)에 시달렸다. 


손책(孫策) / 손권(孫權)

결국 손책은 온몸에 상처가 일시에 터지면서 피를 쏟더니, 아우 손권과 문무백관을 불러 강동을 손권에게 넘기고 스물여섯 나이에 홀연히 눈을 감았다. 이로써 (吳)의 새로운 주인이 된 손권은 겨우 열여덟의 나이였으나, 형의 무용(武勇)에 비해 그는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적 능력이 월등하였다.   


☐  관도대전(官渡大戰)


손권손책의 죽음 앞에 곡을 하며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무렵 주유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와 손권의 오나라에 충성을 다짐했다. 주유손책의 죽마고우이자 손아래 동서였다. 손권주유가 천거한 노숙을 불러들여 정무와 군사에 대한 고견을 물었다. 


노숙이 한실(漢室)을 구하기보다는 새로이 창업을 도모할 것을 권하자, 손권은 크게 기뻐하며 예물을 내렸다. 노숙은 그 은혜에 감격해 낙양의 수재라 이름난 제갈근을 천거했다. 그는 제갈공명의 친형이었다. 


노숙(魯肅) / 제갈근(諸葛瑾)

손권은 제갈근을 상빈으로 중용한 후 천하의 앞날을 물으니, 그는 거침없이 원소와 손을 끊고 조조를 따르는 척하며 기회를 엿보도록 일렀다. 이에 손권은 [하북]의 사자로 와서 오랫동안 강동에 머물고 있던 진진을 돌려보내고 원소와 절연하였다. 


한편 손책의 죽음을 전해들은 조조는 천자에게 아뢰어 손권을 장군으로 봉하고 [회계]태수도 겸하게 했다. 이로써 (吳)손권을 중심으로 인재가 속속 모여들며 흥성해 갔다. 진진 에게 손권의 동태를 알리자, 원소손권에게 벼슬을 내린 조조에 대해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서기 200년, 원소가 70만의 군사를 이끌고 [관도]로 나서자, 조조 또한 단기전을 염두에 두고 원소군을 맞았다. 조조의 上將 장요와 원소의 장합이 50여 합을 겨루는 동안 하후돈은 3천의 군사를 이끌고 진영으로 쳐들어갔다. 하지만 원소의 대군에 중과부적이던 조조군은 크게 패하고 [관도]로 돌아와 방어망을 쌓았다.   


조조 장수 장요(張遼) / 원소 장수 장합(張合)

원소도 [관도]에 이르렀지만, 강줄기가 가로막고 있어 양군은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됐다. 원소군은 흙더미를 쌓아 조조진영 앞에 50여개의 망루를 세워 활과 쇠뇌를 쏘아댔다. 이에 조조는 수레 통에 돌을 넣어 화약이 터지면 날아가는 발석거(發石車)를 만들어 망루를 공격했다. 


망대가 무너지자 원소는 강 아래로 땅굴을 파게 했다. 이를 눈치 챈 조조는 긴 해자를 파게한 다음 강물을 끌어들여 땅속에서 나오는 군사들이 해자에 빠지도록 대응하였다. 진전 없는 싸움이 이어지면서 조조군의 군량과 마초가 바닥나자, 조조는 죽기를 각오하고 공격을 단행하기로 결심했다. 


관도대전 (원소 / 조조)

그러던 어느 날 잡혀온 포로로 부터 원소의 대장 한맹이 군량을 모아온다는 뜻밖의 자백을 듣게 된 조조는 즉시 서황을 보내 곡식과 마초를 빼앗아 불태워버렸다. 원소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남은 군량을 지키기 위해 [하북성]에 대장 순우경을 보내 곡창을 지키도록 했다. 


이때 원소 휘하에는 조조와 동향이라는 이유로 배척을 당하며 높이 중용되지 못하고 있던 허유라는 모사가 있었다. 원소허유가 젊은 시절 술집을 드나들며 망나니짓으로 조조와 어울렸던 교분을 자랑하는 것을 탐탁해하지 않고 있었다.


한맹(韓猛) / 순우경(淳于瓊)

어느 날, 허유는 부하를 이끌고 순시를 하던 중 [허도]로 가는 조조의 사자를 생포해, 양곡을 재촉하는 서신을 발견하고는 원소를 찾아가 공을 세우고자 했다. 허유원소에게 간하기를 조조군 군량이 부족하니, 정예군으로 하여금 [관도]를 에돌아 [허도]를 기습하면 이길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원소 곁에 있던 시신(侍臣)이 허유 행실이 좋지 않음을 간하였다. 원소가 꼬투리를 잡아 질책하자 허유는 원소 밑에서는 자기 뜻을 펼칠 수 없다 여기고, 야밤에 진중을 빠져나와 조조 진으로 향했다. 잠자리에 들던 조조는 허유가 찾아왔다는 전갈이 전해지자, 맨발로 뛰어나가 허유를 맞았다. 


허유가 엎드려 절을 하자, 조조는 황망히 허유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원소를 물리칠 계책을 물었다. 하지만 허유는 엉뚱하게도 진영에 남아있는 군량을 물어보았다. 향후 1년을 지탱할 군량이 있다는 조조의 말에 허유가 거짓임을 항변하자 조조는 뜨끔해하며 반년치의 군량이 있다며 말을 바꿨다. 


허유(許攸)

허유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조조는 그의 소매를 붙들고는 3개월 분량밖에 없다고 했다. 허유가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한다며 빈정대자, 조조는 얼른 그의 귀에 다가와 솔직히 한 달 치밖에 남아있지 않다며 속삭였다. 허유가 성난 기색을 하며 이미 한 톨의 군량도 남아있지 않음을 말하자, 깜짝 놀란 조조 허유의 손을 잡으며 계책을 알려 달라 정중히 청하였다. 


허유는 신하의 예로 입을 열면서, [오소]를 지키는 순우경이 술을 좋아해 방비가 허술할 것이니, 불시에 원소군을 습격해 비축해 둔 군량미와 무기를 태워버린다면, 원소군은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킬 것임을 알렸다. 조조허유를 후히 대접하며 자신의 진영에 머물도록 하였다.




▶ 이미지 출처: 코에이(Koei) 삼국지 (위 이미지는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편 다시보기  https://brunch.co.kr/@jangkm2000#magaz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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