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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an 28. 2019

간략 삼국지(12)

천리주단기(千里走單騎)


☐  안량과 문추의 목을 벤 관운장   

  

하북 [기주성]에 머물던 유비는 두 의제와 가솔들에 대한 근심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한가한 봄, 구름을 바라보고 있던 유비에게 원소가 다가와서 조조를 일거에 무찌르고자 하는 자신의 생각을 물어왔다. 유비조조의 자만이 지나쳐, 중신들과 소원해지고 있는 지금이 공격할 적기라며 원소를 부추겼다. 


전풍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원소는 마침내 [허도]를 정벌하고자 10만 정예군을 조직해 군령을 내리고, 안량을 선봉에 세워 [업성]에서 출발해 [여양]으로 진군했다. 그에 앞서 원소안량에게 [황하]를 건너 [백마]로 진격하게 했다. 


이에 조조순유의 의견에 따라 군사 15만을 세 갈래로 나눠 진군케 하고, 주력군이 [황하]를 건너는 것처럼 꾸며 원소를 유인한 뒤에 안량을 기습 공격하였다. 안량의 10만 정병이 철형으로 대형을 이룬 채 다가오자 조조송헌위속을 내세웠다. 



그들은 지난날 여포를 사로잡아 조조에게 바쳤던 여포 휘하의 장수였다. 송헌안량을 맞아 단 3합에 목이 떨어져나가자, 위속이 나와 긴 창을 비껴들고 내달았으나 이내 안량의 칼을 맞고 쓰러졌다. 이어 서황이 눈부신 은도끼를 휘둘러댔으나 안량을 당해내지 못하고 되돌아 왔다. 


어려운 고비를 간신히 넘긴 조조가 근심에 사로잡혀 있는데 정욱이 나서 계책을 내놨다. 만약 유비가 원소에게 의지하고 있다면 관우가 안량을 무찌를 경우에 원소는 유비를 의심하고 죽일 것이니, 유비가 죽는다면 관우는 조조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욱의 말에 조조는 무릎을 치며 기뻐했다. 


송헌(宋憲) / 위속(魏續) / 서황(徐晃)

조조의 부름을 받은 관우는 적토마에 올라 [백마현]으로 달려 나왔다. 관우 안량의 무예가 뛰어나니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장요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적토마에 올라서 안량을 향해 번개 치듯 내달았다. 


눈 깜짝할 사이 관우 안량의 코앞에 다가오자, 놀란 안량이 황급히 칼을 빼 휘두를 찰나, 청룡언월도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안량을 향해 날아들었다. 안량은 칼 한번 써 보지 못한 채  번쩍이는 언월도에 의해 갑옷과 투구가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몸에서 내뿜는 피가 10척이나 치솟으며 안량의 몸뚱이가 땅바닥에 떨어지자, 원소군은 혼란에 휩싸이며 좌충우돌하기 시작했다. 관우안량 머리를 조조에게 바치는 동안에 조조군은 적진을 유린하였다. 한편 원소군이 지리멸렬 패주를 계속하자, 본진에도 적지 않은 동요가 일었다. 


원소 장수 안량(顔良)

원소 앞에 끌려나온 유비는 자신이 모르는 일인지라 두려운 기색 없이 일갈하자, 우유부단한 원소는 마음이 흔들려 다시 패전 만회의 작전을 상의했다. 원소가 다시 군사를 일으키자 기마전과 궁술에 능숙한 문추가 선봉으로 나서며 유비도 출진을 청하였다. 


문추는 우세한 병력 7만을 이끌며 유비에게는 3만을 군사로 뒤를 따르게 했다. 문추를 맞은 조조는 행군 도중 마초와 군량을 실은 말을 앞에 세우고 선봉에 선 군사를 뒤로 물리라는 뜻밖의 명을 내렸다. 조조의 계책대로 선봉에서 마초와 군량을 이끌던 군사들은 문추의 군사와 맞닥뜨리자 이내 흩어지며 달아나기 바빴다. 


하지만 조조는 태연히 후방의 군사를 산언덕 위로 올라 잠시 쉬도록 명했다. 문추의 군사는 이미 적의 마초와 군량을 빼앗아 신이 났던 터라, 대오도 갖추지 않은 채 앞으로만 진격하며 흩어져있는 궁마를 획득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 어느새 어지러운 잡병이 되고 말았다.


원소 장수 문추(文醜)

때를 기다린 조조는 언덕위에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공격을 개시했다. 낮에 버린 군량과 마초는 적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였다. 조조의 계략을 알아챈 문추가 말머리를 돌리자, 장요는 그 뒤를 쫓다가 면상에 문추의 화살이 꽂히고 말았다. 


장요가 땅바닥에 나뒹굴자, 서황은 재빨리 문추 앞을 가로막으며 30여 합을 겨루다가, 장요를 구해  본진으로 달아나 버렸다. 문추가 기세를 돋우며 뒤를 쫓자 홀연 긴 수염을 휘날리며 관우가 달려 나왔다. 바람을 가르는 문추의 대검과 관우의 번뜩이는 청룡도의 불꽃이 황하에 파도를 일으키는 듯 수십 합을 견주었다. 


하지만 위험을 느낀 문추가 말머리를 돌려 화살을 날리며 달아나자, 적토마를 탄 관우는 이내 그의 뒤를 쫓아 목을 베어버렸다. 문추의 말은 목 없는 주인을 등에 실은 채 황하의 하류로 달려가고 있었다. 관우의 소문에 겁먹은 원소의 군사들은 힘없이 무너지며 태반이 조조군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문추를 벤 장수가 관우라는 보고를 받은 유비는 전선 가까이까지 말을 몰아 관우의 깃발을 확인하며, 눈앞에 관우를 두고도 만날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황급히 후진으로 돌아온 유비는 원소의 원군과 합류하기 위해 [관도]에 이르렀다. 


노기등등한 원소가 유비의 목을 치라 명하자, 유비는 조조가 관우를 이용해 자신을 죽이려는 계책을 쓰고 있다며 원소를 설득했다. 원소가 노기를 풀며 유비에게 관우를 데려오도록 명하자, 유비는 밤새 붓을 들어 관에게 보낼 글을 썼지만 서신을 전할 방도가 마땅치 않아 난감해하고 있었다. 


☐  관운장 천리 길을 닫다        


이때 원소는 잠시 군사를 물렸다가 다시 일전을 겨루자며 고심하는 유비를 달래었다. 관우 때문에 크게 패한 원소가 [양무]의 요새로 진영을 옮기자, 조조하후돈에게 [관도]의 길목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허도]로 돌아갔다. 조조가 그간 싸움에 지친 군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잔치를 베풀 때쯤 [여남]의 파발마가 달려와 변을 알렸다.


황건적의 잔당인 유벽공도가 이끄는 비적의 기세가 강성해 [여남]이 위태하다는 전갈이었다. 조조관우에게 우금악진을 부장(副將)으로 삼게 해 출병케 했다. 여남 땅에 이른 관우 진영에 뜻 밖에 손건이 끌려오자 관우는 깜짝  놀라며 마주 앉았다. 


우금(于禁) / 악진(樂進)

관우는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며 손건을 통해 유비가 원소 진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손건은 유벽에게 의탁하고 있으며 유벽과 공도가 관운장을 흠모하고 있기에, 내일 싸움터에서도 그들이 패한 체하며 달아날 터인 즉 적당히 공격하라 일렀다. 


다음날 관우가 공격에 나서자 유벽과 공도는 짐짓 싸우는 척하다 달아나 버렸다. 관우가 [여남]을 평정하고 돌아오자, 조조는 성대히 잔치를 베풀어 노고를 치하했다. 한편 조조는 관우가 유비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우금을 통해 알게 되자, 장요를 불러 관우의 속내를 떠 보도록 일렀다. 


유벽(劉壁) / 공도(龔都)

관우는 장요에게 유비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조조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게 했다. 조조관우를 의식해 그날부터 승상부에 함부로 출입을 엄금한다는 패를 내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둠속에서 한 사람이 유비의 서찰을 전해오자, 관우는 탄식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관우는 답신을 써 유비에게 보낸 후 며칠 동안 조조를 찾아갔으나 여전히 방문객을 삼가 한다는 패가 내걸려 헛걸음을 했다. 관우는 사람을 시켜 자신의 뜻을 승상부에 전하게 한 후 그동안 조조에게 받은 금은보화를 곳간에 넣어두고는 유비의 두 부인을 수레에 태워 적토마에 올라 북쪽 성문으로 향했다. 


장요(張遼)

조조가 모사들을 불러 놓고 관우에 대해 의논을 하고 있을 무렵 관우가 써놓고 간 서신의 당도했다. 그때 장군 채양이 관우를 잡아오겠노라 나서자 조조는 채양을 꾸짖으며 오히려 관우가 대장부임을 추켜세우며 본받게 했다. 


이때 정욱이 정색을 하고 나서자 조조는 장부끼리의 약속이니 관우의 뒤를 뒤쫓지 말도록 명한 후, 관우에게 참다운 정을 보이고 신의 있는 작별을 하겠노라 장요에게 탄식 섞인 분부를 내렸다. 장요가 말을 달려 관우의 말머리를 돌려 세우자 얼마 후 조조가 당도하였다. 조조는 관우를 떠나보내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탄식해 마지않았다. 


관우 또한 조조와 같은 대인을 만났기에 의로운 무인으로서의 기개를 펴며 옛 주인 유비에게 되돌아 갈 수 있었다. 그 사이 산위에서 1백여 명을 거느린 요화라는 도적수장이 관우 앞에 나타나 두 부인이 탄 수레를 보호하고 있으니 관우의 휘하에 거두어주길 청했다. 하지만 관우는 옛 주인인 유비의 명예를 우려해 그들의 청을 거절하였다.     


관운장 천리주단기(千里走單騎)

☐  여섯 장수의 목을 베며 오관(五官)을 돌파하다   

    

수레가 서늘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유비의 두 부인을 태운 [낙양]으로 향하니 이로부터 관우는 다섯 관문을 지나게 되었다. 관우가 첫 관문인 [동령관]에 당도하자 수비대장인 공수 나와 통행증을 요구하더니 조조의 승낙을 확인한 뒤에 통과토록 했다. 


격분한 관우가 청룡도를 곧추세우자 공수도 질세라 창을 추켜세웠지만, 단 1합에 두 토막이 나면서 말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관우일행은 진눈깨비가 내리는 길에 수레자국을 남기며 [관도]를 향해 달렸다. 일행이 [낙양성]에 도착할 때쯤 태수 한복은 미리 계책을 꾸미고 관우를 맞았다. 


한복(韓馥)

한복은 관문입구에 대나무 울타리를 세우고 궁수들로 하여금 활을 쏘도록 매복시킨 후 장수 맹탄을 내보냈다. 맹탄관우와  싸우는 척하다 유인하기 위해 달아났으나, 번뜩이는 청룡도를 맞고 비명소리 한번 지르지 못한 채 말에서 떨어졌다. 


순간 바람을 가르고 날아든 화살이 관우의 왼팔에 꽂혔다. 팔에 박힌 화살을 입으로 물어 뽑은 관우가 한복의 목을 내리치자 군사들은 제각기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관우는 헝겊을 찢어 팔에 동여매고 닷새를 달려 저녁 무렵 셋째 관문인 기수관(사수관)에 이르렀다. 


이곳에는 철퇴를 잘 쓰는 변희라는 장수가 있었는데 그는 진국사란 절에 무사들을 숨겨놓고 있었다. 이날 밤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 관우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하고 진국사를 찾았다. 관우가 주지의 환대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서자 보정이란 승려와 변희가 반겨왔다. 


변희(卞喜)

보정관우와 같은 고향사람이었다. 변희관우를 방으로 유인하자 보정은 관우를 안내하며 그에게 칼을 가리키면서 눈짓을 했다. 방안에 들어선 변희가 술잔을 권하자 낌새를 알아챈 관우는 그에게 호통을 치며 휘장 속에 숨어있던 자객들을 일거에 쓰러뜨리고 철퇴를 날리는 변희를 뒤쫓아 단숨에 베어버렸다. 


보정에게 고마움을 표한 관우가 [형양]을 향해 떠나자, 태수 왕식은 관우를 암살하기로 계획하고 선선히 [형양 관문] 통과를 허락한 후 역관에서 묵어가도록 청했다. 왕식은 관우일행이 잠들기를 기다려 불을 지르려 했으나 유독 관우만은 잠을 청하지 않고 책을 읽고 있었다. 


왕식(王植)

이를 숨어보고 있던 종사(從事) 호반이 관우의 충정에 감복해 관우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왕식의 계교를 알리고는 성문을 열어 놓을 테니 급히 떠나라 일렀다. 역관을 빠져 나온 관우가 수레를 재촉해 성을 나오자 기병들이 뒤를 쫓았다. 


횃불아래 번뜩이는 청룡도를 치켜든 관우는 왕식을 내리치고는 허둥대는 군사들을 내버려둔 채 길을 재촉하여 [활주]의 경계에 이르렀다. [활주]태수 유연은 군사를 거느리고 성 밖까지 달려 나와 관우를 맞았다. 관우의 인품을 잘 알고 있던 유연은 길을 비켜주며 황하나룻가 길목에 하후돈의 부장 진기가 지키고 있음을 일러주었다.


오관참육장(五關斬六將)

나루터에 이르자 진기가 의 길을 막고 나서며 칼을 빼들었다. 진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했으나 이내 관우의 청령도 앞에 목이 잘려나가자, 겁을 먹은 군사들이 배를 구해와 관우일행은 무사히 [황하]를 건너 원소땅에 이르렀다. 


[허도]를 떠나 거쳐 온 다섯 관문은 머나먼 대장정이었으나, 유비를 만나기 위한 길은 아직도 멀기만 했다. 바람 부는 들판을 가르며 길을 가던 중 홀연 손건이 말을 타고 나타나 유비가 원소를 잠시 떠나 [여남]에 있음을 전하였다. 또한 지난날 관우에게 일부러 [여남]을 내주었던 유벽과 공도가 다시 여남 땅을 되찾았음도 알렸다. 


진기(陳紀)

관우가 방향을 바꿔 여남(예주)으로 향할 때쯤, 왼쪽 눈을 부릅뜬 하후돈이 한 떼의 인마를 이끌고 나타나 어골창을 내뻗으며 관우에게 달려들었다. 불꽃 튀는 싸움이 한동안 지속될 때쯤 장요가 급히 말을 달려와 관우를 보내주라는 조조의 뜻을 전했다. 


하후돈이 군사를 물러 되돌아가자, 관우는 장요와 작별을 나눈 후 길을 떠났다. 산길에 접어들 때쯤 황건 띠를 두른 무리가 나타나 일행을 위협했으나, 무리 중 이내 관우를 알아챈 주창이 관우를 따르고자 간청했다. 주창은 지난날 황건적의 장수였는데 천근을 들어 올리는 천하장사였다. 

      

주창(周倉)

관우는 두 형수에게 의논한 후 주창만 자신을 따를 것을 허락하고 배원소에게는 산으로 돌아가 후일 자신이 부를 때까지 기다리도록 했다. 관우일행이 며칠 동안 길을 이어가자 마침내 목적지인 [여남] 경계가 눈앞에 들어왔다.


▶ 이미지 출처: 코에이(Koei) 삼국지 (위 이미지는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편 다시보기  https://brunch.co.kr/@jangkm2000#magaz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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