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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Feb 15. 2019

간략 삼국지(20)

적벽대전(赤壁大戰)


☐  제갈공명의 동남풍(東南風


이윽고 진병을 위한 마지막 조련을 위해 조조가 명을 내리자, 수십 척씩 쇠고리로 묶은 각 대의 싸움배들이 흔들림 없이 물살을 가르니 군사들의 의기가 치솟는 듯했다. 조련하는 전함과 군사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조조에게 근심스런 얼굴을 한 정욱이 적의 화공을 걱정하고 나섰다. 



때가 한겨울이기에 서풍과 북풍이 불어오나 동풍과 남풍은 불어오지 않는 계절임을 들어 화공을 염려하지 않는다는 조조의 말에 여러 모사들은 놀라며 감복했다. 이때 지난날 원소의 장수였던 초촉과 장남이 [강남]의 수채를 쳐부수고 적의 목을 베어오겠다며 나서자, 조조는 날랜 군사 5백을 뽑아 스무 척의 배를 주었다. 


위(魏) 장수 초촉(焦觸) / 장남(張南)

다음날 새벽 작은 싸움배가 물결을 헤치며 남으로 내려오자, 한당과 주태가 선봉에 나서 각기 전선 다섯 척을 좌우로 나누어 나아갔다. 화살을 쏘아대던 양쪽 싸움배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한당은 창을 내밀어 초촉을 물위로 곤두박질쳤다. 


주태도 몸을 날려 장남의 배로 건너뛰면서 한칼에 장남을 베어버리니, 조조의 수군은 한당 주태 날랜 솜씨를 당해내지 못하고 뱃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하지만 산위에 올라 조조의 진영을 살펴보던 주유는 조조군의 수채에 들어찬 수백 척 전선(戰船)의 엄청난 규모에 걱정이 일었다. 


오(吳) 장수 한당(韓當) / 주태(周泰)

때마침 세찬 바람이 불며 군기가 부러지더니 주유의 몸을 후려치면서 주유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노숙 공명을 찾아 앞날을 걱정하자 공명은 웃으며 자신이 주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유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던 공명 주유의 병 원인을 글로 써서 보여주었다. 


주유는 “조조를 깨치려면 화공을 써야하리! 모든 것이 갖춰졌지만 동남풍이 불지 않는구나.”라는 글을 보자 크게 놀라며 감탄했다. 주유 공명에게 가르침을 청하자, 공명은 [남병산]에 칠성단을 쌓은 후 자신이 그 단(壇)에 올라 3일 밤낮으로 동남풍을 빌어 보겠노라 정색하며 말했다. 

    

남병산으로 향하는 공명

공명이 출진할 날짜까지 자세히 일러주자, 주유는 병석을 털고 일어나 진중에 나가 군령을 내렸다. 동짓달 갑자일(甲子日)을 택해 [남병산]으로 향하며, 밤하늘 북극성을 지켜보던 공명은 이윽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신발을 벗은 채 도복을 입고 칠성단 위에 올라 향을 사르며 하늘을 우러러 주문을 외워나갔다. 


공명이 초경부터 시작해 밤새도록 빌 때쯤 황개는 스무 척의 화선(火船) 뱃머리에 큰 못을 수없이 박아 적의 배에 부딪치면 떨어지지 않도록 한 후, 배안에는 마른 풀 섶과 갈대를 싣고 생선기름을 뿌리고 기름먹인 푸른 천으로 덮어 결전을 준비했다. 

 

칠성단 위에 오른 제갈공명

감택과 감녕도 채중 형제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며 군령만을 기다고 있었다. 드디어 공명이 약속한 십일월(陰曆) 이십 갑자일 삼경쯤 되자, 어느새 훈훈한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주유는 기뻐하면서도 공명의 귀신같은 재주에 크게 놀라며 슬며시 두려움이 일어 공명의 목을 베도록 명했다. 


정봉과 서성이 2백의 군사와 궁노수를 이끌고 칠성단에 도착하니 공명은 보이지 않고, 후끈한 동남풍만 점차 강하게 덮쳐오고 있었다. 정봉과 서성은 황망히 조운이 이끌고 온 공명의 배를 뒤쫓았다.  


오(吳) 장수 정봉(丁奉) / 서성(徐盛)

☐  적벽대전(赤壁大戰)


조자룡이 활을 당겨 뒤쫓는 배의 돛을 끊어버리자, 더 이상 공명을 따라잡을 수 없던 두 장수는 주유에게 돌아가 그 일들을 소상히 전했다. 주유는 한탄하며 장수들을 불러 모아 선봉을 6대로 나눠 조조군의 공격명령을 내린 후, 황개에게는 오늘 밤 조조에게 항복하러 갈 것이라 전한 뒤 전함을 이끌고 떠나도록 했다. 


이어 한당, 주태, 장흠, 진무 네 장수에게 각기 3백 척의 싸움배를 주어 뒤따르게 했다. 이때쯤 주유손권으로 부터 [형주]의 경계를 넘어 진병하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모든 채비를 마친 동오의 군사들은 날이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吳) 장수 장흠(蔣欽) / 진무(陳武)

한편 [하구]에 도착한 공명은 유비와 인사를 나누고 지체 없이 조운에게 [오림]의 갈대숲에 군사를 매복시키고 있다가, 조조군사가 절반쯤 지나갈 때 불을 놓아 치도록 명했다. 또한 장비에게는 [호로곡]에 군사를 매복하되 밥 짓는 연기가 오르면 불을 질러 조조군을 치도록 했지만, 관우에게는 별다른 명을 내리지 않았다. 


관우가 그 까닭을 공명에게 따지자, 공명은 지난 날 조조가 관우를 후히 대접하고 은혜를 베풀었기 때문에 조조를 사로잡더라도 놓아줄 것이 염려된다 답했다. 이에 관우가 조조를 그냥 놓아주면 징벌을 받겠다는 군령장을 쓰기로 하자, 공명은 관우에게도 조조를 유인하는 계책을 일러주며 [화용도]에 매복토록 했다. 


본 페이지에 나오는 지명 위치

의리가 두터운 관우조조를 사로잡더라도 살려 보내지 않을까 유비가 걱정하자, 공명은 입을 열어 "어제 밤 천문을 살펴보니 조조의 수명이 이쯤에서 끝날 것 같지 않으니, 차라리 관우에게 인정이나 베풀게 하여 지난날 조조에게 입은 은혜에 보답토록 하는 것이 좋을듯하다."며 답했다. 


유비공명의 깊은 뜻에 감탄해마지 않았다. 한편 조조는 내통하기로 약속한 황개로부터 오늘밤 삼경에 청룡기를 단 배로 군량미 운반선을 몰고 귀순하겠다는 밀서가 도착하자 크게 기뻐했다. 조조황개주유에게 원한을 품었다고 생각해 황개의 귀순의사를 굳게 믿었다. 

     

오(吳) 장수 황개(黃蓋)

이윽고 황개의 배들이 보이자, 정욱이 조조에게 다가가 동남풍이 불어오는 것을 걱정했지만 조조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조조는 장수들에게 알린 후 서둘러 수채로 나갔다. 날이 어두워지자, 동남풍이 더욱 거세지며 파도가 드높아지니 마치 천년을 묵은 황룡이 춤추는 듯했다. 


그 무렵 [강동] 진영의 주유는 채화를 잡아들여 목을 자른 후, 그 피를 뿌려 군기에 제를 올리고 마침내 출전 명령을 내렸다. 황개는 선대에 올라 청룡기를 꽂은 채, 순풍을 타고 [적벽]으로 향해 나아갔다.황개의 배들은 동남풍을 업고 오면서, 다가오는 속도가 놀랄 만큼 빨랐다. 



황개의 선대를 살피던 정욱이 배의  동태를 의심하자, 조조는 얼굴이 어두워지며 급히 배가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명했다. 이에 문빙이 나서 대선단을 가로 막으며 닻을 내리고 멈추도록 소리쳤다. 그러나  여전히 물살을 가르며 질주해 오던 선두의 배에서 화살이 날아오더니 문빙의 팔뚝에 박혔다. 


위(魏) 장수 문빙(文聘)

황개가 칼을 치켜들고 허공에 휘둘러 군호를 보내자, 뒤따르던  20척의 화선에 일제히 불이 붙었다. 불은 거센 바람에 실려 타오르며 쏜살같이 조조의 수채로 밀고 들어갔다. 수채에 부딪친 화선들은 큰 못이 총총히 박혀있어, 적선과 부딪치면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순식간에 조조의 수채는 불바다로 변했다. 더욱이 수채는 큰 배와 작은 배를 각기 쇠사슬로 묶어놓아 흩어져 달아날 수도 없었다. 따라서 한척이 타오르면 그 다음배로 불길이 옮겨졌다. 삼강(三江)을 온통 붉게 물들인 불길은 동남풍을 타고 타오르며 강 언덕 조조의 영채까지 집어삼켜 버렸다. 



믿어지지 않는 사태에 넋이 나간 조조는 목숨마저 위급함을 느낀 채, 장요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작은 배에 올랐다. 강물 위에는 새까맣게 탄 인마의 시체와 타다 남은 뱃조각의 잔해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강 언덕에 올라선 조조는 하늘을 우러러 한탄하며 달아날 길을 찾아 말위에 올랐다. 


그날 동오군이 이르는 곳마다 불길이 치솟는 가운데 조조군의 피해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으며, 이에 동오 군사들에 의기가 더욱 치솟으니 이것이 바로 삼강구의 수전(水戰)인 "적벽대전"이었다. 


적벽대전

감녕은 조조의 영채를 덮쳐 채중의 목부터 베어 버린 후, 영채 사방에 불을 지르고 우왕좌왕하는 조조군을 짓밟았다. 조조는 장요가 이끄는 1백여 기를 이끌고 [오림] 쪽으로 길을 잡아 퇴각하던 중에 모개와 서황을 만나며, 3천의 군마를 거느리고 뒤따라온 마연과 장의와 합류했다. 


하지만 마연과 장의는 뒤따라온 감녕의 칼에 목이 달아났다. 조조는 [합비]에서 원군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으나, 손권은 태사자로 하여금 퇴로를 끊게 했다. 사면초가가 된 조조는 겨우 [적벽]을 벗어나 여유를 되찾자, 숲이 울창한 산세와 길이 몹시 가파른 지형을 살펴보고 있었다. 


오(吳) 장수 감녕(甘寧)

이때 양쪽 숲속에서 불길이 솟구쳐 오르더니 조자룡과 함께 한 떼의 군마가 쏟아져 나왔다. 조조는 서황으로 하여금 조운을 막도록 하고 길을 빠져나왔다. 날이 밝아 올 무렵, 매서운 추위에 겨울비가 쏟아져 내려 지친 군사들은 발걸음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할 지경이었다. 


마을에서 양식과 불씨를 구해온 군사들이 밥을 지을 때쯤 한 떼의 군마를 이끈 이전과 허저가 나타났다. 두 장수는 군사를 수습해 모사들을 보호하며 산을 넘어 달려온 것이었다.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길을 떠나 [호로구]에 이르자, 행군을 멈추고 밥을 짓게 하였다. 


이때 느닷없이 군사들의 앞 뒤쪽에서 고함소리가 나더니 사방에서 불길이 일면서 장비가 나타나 조조군의 길목을 끊었다. 허저와 서황장요 세 장수가 장비를 덮쳤으나 이내 몸을 빼쳐 조조를 따라 달아났다. 



한동안 말을 달리자 갈림길이 나오더니, 지름길로 보이는 산기슭 쪽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를 지켜본 조조는 제갈량이 산기슭에 군사가 머무는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간파해, 좁고 험한 산길을 택해 군사를 이끌었다. 험한 산길은 겨울비로 곳곳에 구덩이가 파여 지친 패잔병들을 더욱 괴롭혔다. 


가까스로 험준한 지역을 벗어날 때쯤 조조를 뒤따르는 군졸은 겨우 3백여 기에 불과했다. 어렵사리 [화용도]의 협지를 벗어나 평지로 들어서게 된 조조는 군사들을 재촉해 행군을 계속했다. 그렇게 몇 리쯤 갔을 때였다. 저편 숲속에서 5백여 군사와 함께 청룡언월도를 치켜든 관우가 달려 나와 길을 막고 늘어섰다. 



관우를 본 조조 군사들은 넋이 나간 듯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보고 있었으나, 위급한 상황 중에도 조조는 당대의 영웅답게 의기를 돋우며 격전을 치르도록 명했다. 


하지만 정욱이 나서 조조에게 관우를 달래보도록 간곡히 청하자, 조조는 차가운 겨울비를 맞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몰고 관우에게 나아가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며, 지난날 정분을 생각해 자신의 위급한 처지를 눈감아 달라 간청하였다. 



관우는 무엇보다 의리를 중시여기는 장수였기에 차마 조조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어 주춤거리고 있었다. 이때 조조가 급히 말을 모는 동안 군사들도 멀리 달아나자, 관우는 길게 탄식하며 말머리를 돌리고 말았다. 


조조는 [남군]에 이르러 조인의 안내를 받으며, [남군성]에 들어가 쌓였던 피로를 풀었다. 뒤이어 장요도 군사를 이끌고 당도했다. 조조는 조인에게 적이 공격해 오더라도 성을 지킬 뿐 나서지 말 것을 당부하며 계책이 들어있는 봉투를 전했다. 


또한 형주(강릉성)는 조인, [양양]은 하후돈, [합비]는 장요에게 지키도록 하고 조조는 [허도]로 떠났다. 그 무렵, 하구성(夏口城) 성루의 유비 진영은 승리의 기쁨으로 들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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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코에이(Koei) 삼국지 (위 이미지는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편 다시보기  https://brunch.co.kr/@jangkm2000#magaz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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