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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Feb 13. 2019

간략 삼국지(19)

고육지계(苦肉之計)


☐  공명의 화살사냥    

 

조조의 수군을 내심 가볍게 여기던 주유는 상류 쪽 몇 백리에 걸친 북군 배에 매단 휘황한 등불을 보고 놀라며 조조군의 수채를 살피기 위해 몸소 배에 올라 그 규모를 엿보았다. 한편 조조가 [동오]를 깨뜨릴 계책에 부심하고 있을 때쯤 모사 장간주유를 항복토록 하겠다며 나섰다. 


주유장간이 세객(說客)으로 왔음을 간파하고는, 지난날 동문수학했던 친구를 위해 호사스런 술상을 베풀었다. 하지만 주유태사자에게 자신의 칼을 건네주며 술자리에서 조조나 아군에 관해 말을 꺼내는 자가 있으면 목을 베도록 명했다. 


이에 주유를 달래보려고 왔던 장간은 감히 입도 열지 못한 채 바늘방석에 앉은 심정이었다. 주흥이 무르익어 모두들 만취가 돼가고 있었지만 장간만은 취하지 않았다. 장간이 짐짓 취한 척하자, 주유는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하며 자신의 침실로 이끌고 가, 옷도 벗지 않은 채 침상에 쓰러져 이내 곯아 떨어졌다. 


장간(蔣幹)

조조에게 호언장담했으나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가게 된 장간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다, 탁자로 다가가 슬며시 문서뭉치를 들추어 보았다. 그 중 한 서신봉투를 보니 채모장윤이 보낸 편지가 보였다. 급히 글을 읽어 내려가던 장간채모장윤이 오래전부터 주유와 내통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경(四更) 쯤 되자 한 장수가 들어와 주유를 깨우자 장간은 자는 척 하였다. 잠에서 깬 주유장간이 깨어있지 않음을 확인하더니, 장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소근 대며  이야기를 나눴다. 장간이 귀를 기울여 듣고 있노라니 대화내용 중 채모장윤의 이름이 섞여  나왔다. 



잠시 후 주유는 침실로 다시 들어와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날이 밝아오자 장간은 진영을 빠져나와 조조의 수채로 돌아갔다. 장간은 훔쳐온 서신을 조조에게 전한 후 그간의 일들을 알렸다. 


분노한 조조채모장윤을 잡아들여 목을 쳐버렸으나 이내 자신이 적의 간교에 넘어갔음을 깨달았다. 조조모개 우금을 수군도독에 새로이 명할 때쯤, 주유 노숙을 시켜 자신의 이번 계략을 공명이 어찌 생각하는지 살펴오도록 했다. 


공명은 이미 주유의 계책을 알고 있었고 노숙이 찾아온 까닭도 알고 있었다. 공명의 재주를 두려워하던 주유공명을 해칠 계책을 마련한 후 다음날 공명과 함께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았다. 주유는 불쑥 공명에게 화살 10만개를 열흘 안에 만들도록 청하며 넌지시 올가미를 씌웠다. 


채모(蔡瑁) / 장윤(張潤) / 모개(毛玠)

이에 공명은 사흘 안에 화살을 갖다 바치겠다면서, 이를 어길 시 처벌을 받겠다는 서약서까지 써주었다. 주유는 이번이 공명과의 마지막 술자리가 될 것으로 여기며 그를 대접했다. 하지만 공명은 태평스런 얼굴로 사흘째 되는 날, 군사 5백을 강변으로 보내 화살을 나르도록 주유에게 일렀다. 


이튿날 노숙공명이 궁금해 거처로 찾아갔다. 공명은 여느 때와 달리, 자기가 한 말을 빠짐없이 주유에게 고해 받친 노숙을 원망했다. 노숙으로서는 지금껏 자신이 보아온 공명과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공명노숙에게 배 20척과 군사 5, 6백을 빌려줄 것을 청한 후, 주유에게는 절대로 비밀에 부칠 것을 당부했다. 


노숙공명이 어쩌면 며칠 뒤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사흘째가 되는 날 사경(四更)이 되자, 공명은 빠른 배 스무 척을 밧줄로 연결해 각 배마다 군사 30명과 풀 섶을 쌓은 후 노숙과 함께 북쪽 강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날 밤은 유난히 안개가 짙었다. 공명조조의 수채 가까이 이르자 배를 한 줄로 넓게 벌여 세운 후 일제히 함성을 지르도록 했다. 곧 조조의 궁노수 1만 명이 활을 쏘아대니, 20척 배위 풀섶더미에 박힌 화살이 마치 고슴도치 같았다. 


공명이 배를 반대로 돌려 가까이 접근해가자 더 많은 화살이 날아들며 풀더미에 메뚜기 떼가 날아들 듯 빽빽이 꽂혔다. 주유는 안개를 정확히 예측하는 천문과 지리에 능통한 공명에게 감탄을 금치 못했다. 


주유는 성 밖으로 나가 공명을 경탄해 맞이하며 주연을 베풀었다. 술잔이 몇 순배 돌아가자, 주유공명에게 조조를 깨뜨릴 계책을 각자의 손바닥에 써서 내보이기로 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손바닥을 펴보니 똑같이 화(火)자가 쓰여 있자, 주유는 크게 기뻐하며 술자리도 더욱 흥겨워졌다.     



☐  황개와 감택조조의 진중으로   


공명의 계략으로 하룻밤사이 15만개의 화살을 잃어버린 조조는 심사가 뒤틀렸다. 순유는 계책을 내어, 채모의 사촌인 채중채화가 [동오]에 투항한 것으로 위장해 동정을 살피도록 했다. 


이들이 [동오]에 도착해 형의 억울한 죽음에 복수를 위해 투항했다고 하자, 주유는 속아 넘어가는 척하며 채중 형제를 감녕의 휘하에 머물게 해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했다. 주유조조와의 결전을 궁리하고 있을 때쯤 황개가 홀로 진중을 찾아왔다. 


순유(荀攸)

그는 손견 이래 3대에 걸쳐 [동오]를 섬겨온 노장(老將)이었다. 황개는 화공전술을 펼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조조에게 거짓 항복을 하겠노라며 주유와 밀약을 주고받았다. 다음날 주유가 장수들을 불러 모아 조조 군과의 장기전을 대비토록 지시하자, 황개는 장기전에 대비하는 주유를 비난하고 나섰다. 


주유가 크게 노하며 황개의 목을 베도록 명하자 감녕을 비롯한 여러 장수들이 나서 용서를 빌었다. 늙은 장수 황개는 곤장 50대를 맞아 살이 찢겨져 나가고 붉은 피가 튀어 백발마저 붉게 물들었다. 어느 날 병상에 누워 신음하고 있는 황개에게 감택이 찾아와 이번일이 고육지계(苦肉之計)를 베풀기 위한 계책이었음을 꿰뚫어 보자, 마침내 황개도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감택은 말솜씨가 뛰어나고 담력도 남다른 모사로, 황개와 가까운 사이였다. 황개의 살신성인 앞에 감택은 의기가 솟구쳐 이번계책에 자신이 직접 항복밀서를 전하겠다며 분연히 나섰다. 황개의 밀서를 품안에 넣은 감택은 며칠 후 조조군의 수채 부근에 홀로 낚시 줄을 드리웠다. 


황개(黃蓋)

이곳 장강(長江)은 어부들이 살고 있었으나, 명이 조조군의 화살을 거두어 간 후로는 조조의 엄명이 내려져 낚시질을 하는 어부가 사라졌다. 낚시를 드리운 노인을 수상히 여긴 초병들이 감택을 사로잡아 조조에게 알렸다. 의심을 품은 조조감택을 노려보며 문책하자 감택은 주저 없이 온 까닭은 밝혔다. 


[동오]의 공신인 황개주유에게 모진 매를 맞고 원통함에 조조에게 투항코자하여, 친형제와 다름없는 자신이 밀서를 가져왔노라 전했다. 조조황개의 글을 수차례 읽어 보더니 감택을 노려보고는 소리치며 목을 베게 했다. 감택이 끌려가면서도 태연함을 가장해 껄껄대며 웃자, 조조는 다시 감택을 꿇어앉혀 투항할 시기가 분명치 않은 이유를 다그쳤다. 


감택은 격앙된 조조의 비위를 건드리다 이윽고 예를 갖춰 조조를 설득했다.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감택의 말에 조조는 비로소 감택을 달래며 주연을 베풀었다. 이때 신하 한 사람이 조조에게 다가와 한통의 밀서를 바쳤다. 황개가 매를 맞았다는 소식을 채중 형제가 전하는 밀서임을 알아챈 감택은 시치미를 떼며 술잔을 기울였다.

     

감택(闞澤)

☐  봉추(鳳鄹방통의 계책   

  

밀서를 읽은 조조감택에게 [강동]으로 돌아가 황개의 투항할 날짜가 정해지면, 자신에게 먼저 알린 후 함께 배를 타고 오도록 했다. [강동]에 도착한  감택황개를 만나 그간의 일을 상세히 알린 후 또다시 조조를 속이기 위해 감녕을 찾아 계책을 마련했다. 


때마침 채중 형제가 들어오자 감녕은 격앙된 목소리로 푸념을 늘어놓으며, 잠시 감택에게 귀엣말로 속삭이고는 옆방으로 가 무슨 말인가 수군댔다. 두 사람의 언동을 살피던 채중 형제는 장막 밖에서 엿듣다 감녕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감녕(甘寧)

이때 채화가 나서 자신들은 조조의 명을 받고 [동오]에 거짓 항복해 온 것임을 알렸다. 두 형제가 완전히 속아 넘어간 것을 보자 감택은 술자리를 마련해 속마음을 내비친 듯 감녕과 함께 투항할 것을 결의한 후 감녕의 밀서를 조조에게 보냈다. 


이를 받아본 조조가 의심을 풀지 못하자, 감녕의 글이 사실인지를 확인해 오겠다며 또다시 장간이 나섰다. 한편 [동오]에서는 주유방통을 맞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날 수경선생인 사마휘가 극찬하던 봉추라는 인물이 바로 방통이었다. 


주유가 [동오]를 도와 달라 정중히 청하니 방통 또한 주저하지 않고 승낙했다. 방통조조로 하여금 전선(戰船)을 한곳에 모아두게 하고 그 배들을 쇠고리로 연결하게 한 후에 화공을 펼쳐야한다는 계책을 내놓고는 자리를 떠났다.      


채중(蔡仲) / 채화(蔡和)

얼마 후 장간이 찾아왔다는 전갈을 받은 주유는 한 가지 꾀를 떠올리더니, 노숙에게 계책을 일러주며 방통에게 보냈다. 장간이 들어서자 주유는 눈 꼬리를 치켜세우며 지난날 기밀문서를 빼간 일을 들어 크게 꾸짖었다. 


장간이 얼버무리며 주유를 달래자 주유는 노기를 가라앉히지 않고 서산의 오두막에 가두도록 명했다. 감금당한 장간이 잠을 못 이룬 채 거처를 나와 뜰을 거닐고 있을 때쯤 어디선가 글을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을 옮겨 불빛이 새어나오는 암자의 창틈으로 방을 엿보던 장간이 문을 두드리자, 문을 열고 나온 주인은 장간을 맞았다. 집주인이 봉추임을 알아차린 장간은 예를 올려 자신을 소개하며 은근히 방통의 마음을 떠 보았다. 



방통이 시치미를 떼며 조조를 칭송하자, 장간은 자신이 조조의 명을 받아 [동오]를 살피러왔음을 밝혔다. 장간방통은 군사를 피해 그 길로 암자를 떠나 배를 타고 [강북]으로 달아났다. 방통을 맞은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주연을 베푼 후 다음날 함께 군용으로 나아갔다. 


방통조조의 포진을 유심히 지켜보고 격찬해 마지않았다. 조조는 다시 방통을 인도해 수채와 수군의 전선 배치를 보여주고는 장막으로 청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방통이 뛰어난 식견으로 물 흐르듯 조조의 물음에 답하니 조조는 또다시 감복해 마지않았다. 


술자리가 이어지는 동안 배 멀미로 인해 힘겨워하던 방통은 배위에서 생활하는 조조군도 북군출신인 까닭에 물과 풍토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음을 꿰뚫어 보았다. 군중(軍中)의 골칫거리를 방통이 거론하자 조조는 그 해결방도를 물었다. 


방통(龐統)

북군들이 배를 타는 일에 익숙지 못하니 배가 흔들리지 않도록 50척씩 쇠사슬로 묶어 군사들의 배 멀미를 없애고 풍랑에도 대비해야만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며 묘책을 내놓자 조조는 기뻐하며 방통을 치하했다. 


곧이어 방통주유에게 원한을 품은 [동오]의 호걸들을 이끌어 투항하겠다고 하자, 조조는 조금도 의심치 않고 방통을 [동오]로 돌려보냈다. 방통이 배에 오르려 할 때쯤 방통의 계략을 눈치 챈 서서가 나타나, 자신이 이곳을 벗어날 계책을 물어왔다. 


마초(馬超) / 한수(韓遂)

서서는 방통이 일러준 계책대로 조조의 진중에 거짓 소문을 퍼트렸다. 서량(북서부 변방)의 마초와 한수가 모반을 꾀해 대군을 이끌고 [허도]로 향했다는 소문을 전해들은 조조가 장수들을 불러 모으자, 서서는 자신이 [산관]의 길목을 지키겠노라 청해 3천 군마를 이끌고 산관(散關; 서쪽관)으로 떠났다.


조조는 물위에 영채를 휘돌아보며 그 위용에 흡족해하면서 배위에서 성대한 주연을 베풀었다. 어느새 머리가 희끗해진 쉰 넷의 조조는 머지않아 [강남] 땅을 거두어들인다는 생각에 한껏 호기를 부리며, [강동]의 절색인 교공의 두 딸을 곁에 품고 만년을 즐길 생각에 흐뭇해하고 있었다.     



▶ 이미지 출처: 코에이(Koei) 삼국지 (위 이미지는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편 다시보기  https://brunch.co.kr/@jangkm2000#magaz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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