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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Feb 20. 2019

간략 삼국지(23)

맹덕신서(孟德新書)


☐  용맹스런 강족의 후예 마초


그 무렵 [서량]을 지키고 있던 마초는 아버지와 두 아우가 조조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목 놓아 울며 쓰러진 채 조조를 저주했다. 


이때 유비가 보낸 서찰을 받은 마초유비가 지난날 부친과 함께 천자의 밀조를 받들어 조조를 치기로 했던 동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유비의 뜻에 따르겠다는 답장을 사자에게 써준 후 군사를 이끌 채비를 서둘렀다. 



마침 선친과 의형제를 맺고 있는 [서량]태수 한수마초를 불러, 그를 사로잡으라는 조조의 서찰을 내보이며 함께 군사를 일으키자 했다. 한수의 여덟 장수와 마초 휘하의 방덕과 마대가 이끄는 서량군은 20만에 이르렀다. 서량군이 [장안]으로 밀려들자, [장안]군수 종요는 성안을 굳게 지켰다. 


종요(鍾繇)

방덕이 꾀를 내 밤사이 성문의 빗장을 열고 [장안성]을 공격하여 함락시키자, 조조는 [동오]를 치려던 계획을 중단하고, 급히 조홍과 서황을 동관(東關)으로 보내 마초를 막게 했다. 성미가 급한 조홍이 성 밖의 마초를 공격하려했지만, 서황이 나서 조조의 대군이 구원하러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말렸다. 


그러나 조홍은 성 밖으로 군사를 몰고 나가 마초를 공격하다 복병을 만나 크게 패하고 말았다. 이때 조인의 군마가 들이닥쳐 조홍을 구원했다. 마초와 한수는 [장안성]에 이어, 동관(함곡관)까지 거두어 들였다. 

 


조조는 세 영채를 세운 후 군사를 이끌고 [동관]으로 나아가다 서량군과 맞섰다. 조조가 서량군을 살피던 중 문득 마초가 눈에 띄었다. 떡 벌어진 어깨에 우렁찬 목소리와 하얀 전포에 은빛 투구를 쓰고, 긴 창을 잡은 채 말을 타고 있는 그 자태는 가히 용맹한 강족(羌族)이었다. 


강족의 후예 마초(馬超)

창을 치켜들고 조조를 향해 말을 몰고 오는 마초를 우금과 장합이 맞섰으나, 이내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이어 이통이 마초와 겨루다 말 아래로 굴러 떨어지자, 방덕이 가세해 조조 군사들을 휩쓸며 조조를 사로잡기 위해 [중군]까지 짓쳐들고 있었다. 


서량군을 당해낼 수 없다고 판단한 조조는 붉은 전포를 벗어 던져버렸다. 이때 서량군이 수염이 긴 자가 조조라며 외치자 황급히 자신의 칼로 수염을 자르며 달아나던 중, 마초가 뒤에서 크게 소리 지르자 깜짝 놀라 채찍마저 떨어뜨린 채 가까스로 목숨만 보전해 영채로 돌아오고 말았다.


달아나는 조조

건안 16년(211년) 8월, 조조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영채를 지키기만 하다가 [동관]에 새로운 강족 군사 2만이 증강되자, 군사를 수습한 뒤 3대로 나누어 [위수]로 향했다. 군사들이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루터에 이르렀을 때 마초가 바람처럼 달려왔다. 


놀란 군사들이 아우성치며 강변을 메우자, 허저가 급히 조조를 이끌어 가까스로 배위에 올라탔다. 군사들이 서로 배에 오르려고 다투는 사이 배는 금세라도 뒤집힐 듯 하고,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군사들의 외침이 강변에 메아리치니 실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기세(氣勢)가 오른 마초가 언덕에 이르러 군사들에게 명하니, 수많은 화살이 조조의 배에 비 오듯 쏟아졌다. 노를 졌던 군사들이 화살에 맞아 쓰러지니, 허저는 힘을 다해 한손으로 노를 젓고 한손으로 말안장을 들어 화살을 막으며 조조를 보호했다


조조(曹操) / 허저(許褚)

이때 [위남] 현령 정비조조를 구하기 위해 우리 안에 있던 소와 말을 밖으로 내몰자, 서량군은 좋은 말을 차지하기 위해 흩어지며 전의(戰意)가 꺾이고 말았다. 조조는 가까스로 북쪽 언덕 진영으로 돌아온 후 계책을 세워 강을 따라 기다랗게 구덩이를 판 다음 그 위를 덮고 적을 유인토록 했다. 


한편 [서량]태수 한수는 방덕과 함께 군사를 거느리고 [위남]으로 향했다. 방덕이 철기군을 이끌며 조조진영을 덮자, 파놓은 구덩이 빠지고 말았다. 순간 방덕은 구덩이 밖으로 뛰어오르며, 적에게 둘러싸인 수를 구출해 동남쪽으로 달아났다. 


방덕(龐德)

조조군이 그들을 뒤쫓는데, 군사를 이끌고 달려온 마초가 서량군 태반을 구해냈다. 영채로 돌아온 마초는 군마를 점고한 후 밤이 되기를 기다려 다시 군사를 이끌었다. 조조는 이때 군사를 수습해 [위북]에 진을 펼치고, 마초가 야습해 올 것에 대비해 군사들을 사방에 매복해 두었다. 


진중에 이른 마초 부장 성의가 진영을 살필 쯤, 매복군이 사방에서 에워싸며 하후연의 칼에 목이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마초는 군사를 휘몰아 와 날이 밝을 때까지 어지러운 싸움을 벌였다.  

   

성의(成宜) / 하후연(夏侯淵)

☐  마초와 허저의 대결   

  

양군은 각기 군사를 거두었으나 마초가 본진으로 돌아가지 않자, 조조는 [위하]에 머물며 위수(渭水) 가에다 영채를 세웠다. 이에 마초가 마른 풀과 불씨를 준비해 짓쳐 들어가자 조조군은 영채를 버리고 달아났다. 답답한 마음에 조조가 토성을 쌓게 했으나, 서량군은 둑을 쌓고 강물을 막고 있다 폭우로 물이 불어나자, 둑을 무너뜨려 토성을 쓸어버렸다.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자 조조는 군사들에게 다시 흙 담을 쌓게 하고 물을 뿌려 얼어붙은 단단한 토성을 세웠다. 마초가 군사를 이끌고 나오자 천하장사 허저가 말을 박차며 달려 나갔다. 이에 마초도 창을 치켜들고 달려 나오며, 한바탕 불꽃 튀는 싸움이 벌어졌다. 


백여 합을 싸웠으나 승부가 가려지 않자, 두 장수는 말을 갈아타고 또 백여 합을 다투니 여전히 승부가 나지 않았다. 분통이 터진 허저는 말을 돌려 진으로 돌아와 갑옷을 벗어 팽개치고, 알몸으로 말위에 올라 마초를 향해 덤벼들었다. 두 장수가 내뱉는 기합소리는 천둥과 먹구름을 휘몰며 으르렁거리는 것 같았다. 


알몸으로 싸우는 허저와 마초

막상막하의 승부가 가려지지 않자 조조는 하후연과 조홍에게 허저를 돕게 했다. 이에 마초군의 방덕과 가 조조 군을 닥치는 대로 찌르고 베며 덮쳐드니, 허저는 팔에 두 군데 화살을 맞고 결국 영채로 말을 돌렸다. 조조는 영채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나가 싸우지 않도록 했다. 


조조는 계책을 내어 싸우지 않고는 마초를 힘으로만 밀어붙여 꺾을 수 없다고 여기고, [위하] 서쪽에 진영을 만들어 앞뒤에서 협공토록 채비를 갖추게 했다. 어느 날 조조가 하서(河西)에 영채를 세워 서량군의 앞뒤로 조조군을 배치한 것을 알게 된 마초한수의 의견에 따라 내키지 않는 화친을 조조에게 청했다. 


마대(馬岱)

의외라고 생각한 조조는 가후의 의견에 따라 화친을 받아들이고, 마초한수를 이간시켜 서로 다투도록 계략을 꾸몄다. 화평을 위해 군사를 거두고 [하서] 땅을 돌려주겠다는 조조의 답장을 의심하던 마초한수와 번갈아가며 조조의 동태를 살피기로 했다. 


조조한수가 경계(警戒)에 나서는 날을 기다려 장수들을 뒤따르게 하고 한수의 영채로 나아갔다. 조조가 무기와 갑옷을 갖추지 않고 나타나자 한수도 갑옷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조조에게 다가갔다. 


조조는 지난날 한수의 부친을 숙부님처럼 모셔왔다며 마치 옛 친구를 만나 회포라도 푸는 듯 정겨운 목소리로 지난날의 이야기만 되풀이 할 뿐, 화친에 대한 말은 일체 꺼내지 않고 작별을 고하고 달아나듯 사라졌다. 


서량태수 한수(韓遂)

이 광경을 본 마초의 심복이 이를 마초에게 전하자 마초는 한수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한수는 마초가 자신을 의심하자 불쾌감이 일었다. 그럴 때쯤 조조는 다시 가후의 계책에 따라 한수에게 글을 써 보내기로 했다. 


편지를 쓰되 어느 부분에는 글자를 흐리게 써 알아보지 못하게 하고 중요한 대목은 일부러 먹으로 지운 후 그 글을 한수에게 보내고 이 일을 마초에게 알려지도록 넌지시 누설하게 했다. 그러면 마초가 한수에게 편지를 보여 달라 할 것이고 긴요한 부분이 먹으로 지워져 있거나 흐리게 써져있는 것을 보면, 한수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으로 의심토록 간계를 꾸민 것이었다.


한수는 뜻을 분명히 알 수 없는 조조의 묘한 글을 받고서 내용을 헤아리느라 골몰해 있었다. 한편 조조가 한수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안 마초는 한수에게 달려가 편지를 보여 달라 했고, 편지를 본 마초는 한수가 조조와 내통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였다.


마초(馬超)

한수는 억울한 나머지 자신이 조조를 불러낼 테니 그때 조조를 죽이도록 했다. 다음날 한수가 조조의 영채로 나아가자, 마초는 몸을 숨겨 조조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조조대신 조홍이 나와 한수에게 몸을 굽혀 인사를 하더니 큰소리로 “어젯밤 승상께서 장군께 당부 드린 말씀을 가슴에 새기시어 일이 어긋나지 않도록 하십시오.”라고 외쳤다. 


한수가 어리둥절해 있는데 조홍은 말머리를 돌려 돌아갔다. 마초한수가 내통했음을 사실로 여겨 그를 죽이려 했지만 장수들의 만류로 겨우 참았다. 결국 마초의 의심을 풀길이 없다고 판단한 한수조조에게 항복해 버리고 말았다.    


조홍(趙弘)

☐  장송(張松)과 맹덕신서(孟德新書)     


조조한수를 [서량후]에 봉하자, 마초는 군사를 내어 한수의 영채 장막으로 뛰어 들어 칼을 뽑아 한수의 왼쪽 팔을 잘라 버렸다. 다섯 장수들이 덤벼드는 사이 한수는 도망쳐 버리고, 조조군이 밀려들며 마초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화살이 마초의 말에 맞아 마초가 땅위로 나뒹굴자, 포위망이 좁혀지면서 위급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방덕과 마대가 달려와 가까스로 마초를 구해 서북쪽 소관(北關)으로 달아났다. 조조는 군사를 이끌고 마초를 뒤쫓다가 [장안]으로 군사를 거두고는, 하후연에게 [장안]을 지키도록 하고 나머지 군사를 이끌어 [허도]로 향했다. 조조 마초를 제압하고 [허도]로 개선하자 헌제는 성 밖까지 친히 나와 조조를 맞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조조에게 특권을 내리자 조조의 위엄은 가히 천자를 누를 만한 위세였다. 조조마초를 패퇴시키고 위세가 극에 달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녕]태수 장로 조조가 곧 한중(漢中)을 노릴 것으로 예상하고, 조조와 맞서기 전에 [익주목] 유장을 쳐 [서천] 41주를 취하기로 했다.

 

장로(張魯)

지난날 유장은 장로의 어미와 아우를 죽인 일이 있어, 장로와 원수로 지내고 있던 터였다. 때문에 유장 방희를 [한중]과 인접한 [파서]태수로 삼아 장로의 침입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때 장로가 [서천]을 치러 온다는 소식을 접한 유장 장송을 [허도]로 보내 조조에게 구원을 요청하고자 했다. 


장송은 [허도]로 가기 전 촉중(蜀中) 지도 한 폭을 그려 행장 속에 숨겼다. 이 지도는 41주에 걸친 [서촉]의 형세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지도였다. 한편 이 소식을 전해들은 공명은 [익주]가 언젠가는 노려야할 땅이었기에, [허도]에 소식을 염탐해 오도록 세작을 풀었다. 


방희(龐羲)

장송을 만난 조조는 유장이 공물을 바치지 않는 까닭을 따져 묻자, 장송은 길이 험하고 도적이 출몰하기 때문이라 답했다. 조조는 자신이 중원(中原)을 평정해 천하가 태평한데 도적이 어디 있느냐 화를 냈다. 


울화가 치민 장송은 “북쪽에 장로가 있고 서쪽에는 유비가 남쪽에 손권이 있으니 천하가 태평하지 않다”며 거침없이 답하였다. 조조장송의 불손한 태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때 조조의 수하인 양수가 나서 장송을 꾸짖더니, 조조가 지은 병법서인 “맹덕신서”를 보여주며 주군의 재주를 칭송했다. 


양수(楊脩)

책을 쭉 훑어본 장송은 그 책이 전국시대의 어느 이름 없는 선비가 지은 것이며, 조조가 그걸 베껴 쓴 것뿐이라고 대꾸했다. 장송은 자신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맹덕신서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외워나갔다.

 

장송은 한번 본 것을 잊지 않는 천하의 기재(奇才)였다. 양수로부터 이 일을 전해들은 조조는 얼굴을 붉히며 책을 불태워 버리도록 명했다. 다음날 조조는 호위군이 사열하는 자리에 장송을 불러 자신의 정예군에 위용을 뽐내며 그의 기를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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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코에이(Koei) 삼국지 (위 이미지는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편 다시보기  https://brunch.co.kr/@jangkm2000#magaz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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