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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an 01. 2019

간략 삼국지

서문

■  「簡略 三國志」 序文


삼국지는  진(晋) 나라 때 진수가 쓴  중국의 (魏), (蜀), (吳) 삼국의 역사서이다. 진수의 삼국지가 조조가 이끌었던 위(魏)를 정통으로 인정해 쓴 정사(正史)인 반면, 명나라 초기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유비가 세웠던 촉한(蜀漢)을 정통으로 쓴 역사소설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널리 읽혀지는 삼국지는 삼국지연의를 말하며, 정통 삼국지에 민간 설화를 가미하여 일반인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다시 쓴 것이다. 두 역사서가 위(魏)와 촉(蜀)의 정통을 달리하여 쓰여 진 까닭은 당시 시대적 배경에 있다. 삼국지 저자인 진수(陳壽)는 개인의 사사로운 원한으로 제갈량을 폄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진수는 그 아비였던 촉의 장수 진식(陳式)이 공명에게 죽임을 당했기에, 삼국지를 통해 공명의 용병에 대해 많은 비판을 했다. 진수는 후대에 촉한 정통론이 강조되면서 촉(蜀)의 신하였다가 서진(西晋)에서 다시 벼슬을 지내고 위(魏)를 정통으로 한  역사를 서술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가로써 제갈량에 대해서는 일찍이 찾아볼 수 없는 뛰어난 재상으로 높게 평가하기도 하였다. 


한편, 삼국지연의는 원나라 때 나관중이 집필했는데 당시에는 남송인(南宋人)이라 불리던 한족(漢族)들이 몽골제국 휘하에서 매우 무시당하던 분위기였다. 따라서 중국의 위대했던 한 왕조 역사를 떠올리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던 한족들은 한황실(漢皇室) 복원을 내세웠던 유비의 촉한을 그리워했었다.


그 때문에 나관중은 한황실의 종친이라는 정통성(蜀漢正統論)을 내세웠던 유비의 촉한을 역사의 중심으로 써내려갔을 것이다. 삼국지는 후한 말부터 삼국이 정립되는 과정과 진(晋)이 중국을 통일하기까지 100여년(184년~280년)에 걸친 전란을 다루고 있다.



혼란과 분열로 점철되던 시기, 군웅할거의 통치집단이던 동탁과 여포원소등이 차례로 제거되면서 조조유비손권의 세 집단이 세력을 형성해가며 서로 죽이고 물리는 싸움으로 절정을 이뤘지만, 결국 그들의 시대는 가고 후대에 이르러 사마씨(司馬氏)가 오와 촉을 흡수하고 마침내 사마염에 의해 진(晋)의 통일제국이 이룩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감된다.


삼국지에는 무려 7백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많은 인물들은 제각기 나름대로 특성을 지니고 있어 그들이 엮어내는 이야기가 삼국지를 더욱 흥미롭게 이끌어 간다. 오랜 세월동안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삼국지 인물은 관우(關羽)라 한다. 관우는 송(宋)나라 이후로 관제묘(關帝廟)를 세워, 그를 무신(武神)으로 모시는 중국인들의 민간신앙 대상이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는 관우의 제사를 지내는 동묘(東廟)가 있다.


동관왕묘(東關王廟)라고도 불리는 동묘는 선조 32년(1604) 임진왜란이 끝난 뒤 명나라가 임진왜란 참전의 대가로 관우의 제사를 지내게 했다고 하니, 오래 전 중국인들의 관우에 대한 숭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삼국지의 등장인물 중 조운(趙子龍)과 조조(曹操)를 당대의 영웅으로 꼽고 있다.


조운 당양현 장판에서 유선을 품에 안고 필마단창(匹馬單槍)으로 조조의 천군만마 속을 헤집고 다니는 등 숱한 전투에서 패배를 모르는 용맹한 장수였을 뿐 아니라, 신중하고 사려 깊은 행동으로 유비와 제갈량의 신뢰를 받은 충직한 무장이다. 그는 남다른 용맹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항상 자신을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충의가 남달랐던 무결점의 장수였다.


또한 삼국지의 영웅들 가운데 패자(覇者)로 우뚝 솟은 초세지걸(超世之傑)이라는 평가와, 후한을 멸망시킨 난세의 간웅(奸雄) 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조조는 삼국지연의에 의해 권모술수에 능한 악인으로 저평가되기도 했지만, 조조는 신분의 벽을 넘어 20세 관직에 올라  지략과 담력으로 시대를 선도한 풍운아였다.


조조는 유교를 중시하던 그 시대 간웅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항상 공명에게 의지하며 촉을 이끌었던 유비에 비하면 매사 창의적이고, 선제적이며 주도적인 행동으로 삼국시대를 이끌었던 인물이었다. 역사는 흐르는 물과 같아 조조가 그의 아들 조비에게 한의 제위(帝位)를 넘겨받도록 했듯이, 사마소 역시 그 아들 사마염으로 하여금 위의 제위(帝位)를 이어 받아 진(晋)을 세워  중원(中原)의 통일을 이루게 했다.


촉(蜀)의 용장,  관우와 조자룡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공을 다투고 천하를 손에 넣으려 쟁패하던 난세의 역사는 반복을 거듭하며 현세까지 우리네 일상 속에 머물러있다. 천하대세는 하늘의 이치에 따라 합한 지 오래면 반드시 나눠지고, 나뉜 지 오래되면 다시 합해졌던 것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 속에서 북한과 대치해있는 우리의 역사도 머지않아 다시 합해질 것이란 희망을 품으며 「간략 삼국지」를 탈고한다.

내가 「간략 삼국지」를 쓰게 된 동기는 2011년 「조선왕과의 만남」 원고를 쓰며, 한중역사 연대별 비교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글을 자주 쓰는 까닭은 항상 호기심의 발로인 듯싶다. 일상에서 문득 찾아오는 호기심은 그에 대한 자료를 찾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충동을 늘 느끼게 한다.


인간에게 호기심은 창작의 어머니요, 평생 학습의 스승인 듯싶다. 지난날 조선왕릉에 대한 원고는 1년여의 긴 시간에 매달려 썼지만, 삼국지에 대한 집필은 시한에 매달리지 않고 1년여 동안 편한 시간에 틈틈이 정리해 왔다. 국내 삼국지에 대한 번역서는 이문열을 비롯한 황석영 등 많은 작가의 소설이 대략 10권(3,200여 쪽)으로 출간돼 있다.


금차 탈고한 간략삼국지는 한 권(250여쪽) 분량으로 정리해, e-Book용 41편으로 편집했다. 간략삼국지는 소설의 등장 인물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주요인물을 중심으로 최소화하고, 등장인물 이름에 색(色)을 입혀 삼국(三國)에 따른 인물식별을 쉽게 하였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대화내용을 뺀 채 주요행위를 중심으로 전개해 가다보니, 읽는 이에게 다가가는 감동과 흥미가 많이 감소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요약된 삼국지를 읽고 나름대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  己亥年 元正 초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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