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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ul 31. 2019

이탈리아 기행(05)

베로나/ 밀라노


베로나(Verona)


[베니치아]에서 점심을 중식(中食)으로 대충 때우고 쉴 새 없이 [베로나]로 이동하기 위해 1시간 30분가량을 달려간다. 베로나는 아디제(Adige) 강이 시내중심 북서쪽을 휘감고 유유히 흐르고 있다.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라는 중세적 매력과 세련된 도시 분위기를 함께 갖춘 이탈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사시사철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매력적인 곳이다.



[베로나]에서 고대 로마의 대표적인 유적은 원형극장 아레나(Arena)이다. 현재 아레나는 야외 오페라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고, 아디제 강 건너 언덕기슭에 있는 반원형 극장에서는 여름철이 되면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Romeo)와 줄리엣(Giulietta)”이 공연되고 있다.


 아레나 원형극장(Arena theater)  



도시 한가운데에 위치한 [아레나 원형극장]은 [베로나]를 상징하는 유적지로 2세기 초인 30년경 [로마제국]에 의해 세워졌다. 아레나는 로마의 콜로세움 나폴리 인근 카푸아(Capua) 경기장에 이어 3번째 큰 원형 경기장으로, 14세기 분수가 있는 구시가지 중심에 있다.


공연시설을 준비하는 아레나 원형극장

아레나의 어원은 라틴어로 모래(Sand)인데, 이는 격투기장 안에 모래를 깔았기 때문이라 한다. 로마 제국시대 [콜로세움]이 건설되기 전에는 가장 큰 원형경기장 이었으며, 맹수사냥과 검투사의 결투장으로 이용됐던 곳이다.



19세기부터 역사유적으로 보호받으며, [베로나]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세계 최고의 야외 오페라극장으로 꼽힌다. 해마다 이곳에서 베로나 오페라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야외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음향효과가 뛰어난 곳이라 한다.



특히 여름시즌인 6월 하순에서 9월 중순까지 야외에서 진행되는 낭만적인 오페라를 보기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보존된 상태의 원형극장은 길이 139m, 폭 110m로 최대관중 2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로마병정 코스프레

 에르베 광장(Piazza delle Erbe)


[베로나]의 고풍스러운 건물들로 둘러싸인 아담한 에르베 광장은 구시가지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로마시대 시민재판이나 정치집회가 열렸던 곳으로 [베로나]의 중심지로 여겨져 왔다.

 


현재 광장은 주민들의 쉼터이자 만남의 장소이기에 사람들로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14세기에 만들어진 [마돈나 분수]가 있고, 주변에는 [마페이 궁전]과 베로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람베르티 탑]이 있다.


람베르티 탑과 궁전

광장과 이어진 골목거리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각종 상점이 즐비해 있다. 유유히 흐르는 아디제 강과 중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베로나 구시가지의 중심 아르베 광장을 둘러보며 역사문화와 예술 및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도시 [베로나]를 느껴본다.


골목거리 상점

16세기말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줄리엣의 격정적이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풍부한 시적 은유로 승화해 400여 년간 많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안겨주었다. 이로써『로미오와 줄리엣』은 음악과 연극, 영화,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발전돼 왔다.



사실 [베로나]는 로미오줄리엣의 고향이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전 세계 사람들을 유혹한다. 서로 반목하는 집안에 태어나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며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에 이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과 비극에 현장이 여러 군데 있다.



로미오의 집은 스칼라 가문 묘소거리에 있고, 줄리엣 집은 베로나의 심장인 에르베 광장 가까이에 있다. 또 중세 성벽 밖 성 프란체스코 수도원에는 [셰익스피어 석상]이 세워져 있고 지하실에는 줄리엣의 텅 빈 [대리석 관]이 있다고 한다.



1960년도 영화 속 줄리엣 이었던 올리비아 핫세(Olivia ussey)는 맑은 눈동자의 청순함과 검은 생머리를 늘어뜨린 아름다운 모습이었기에, 반세기전 뭇 사춘기 남학생들은 설레던 가슴을 간직했던 책받침 속 첫사랑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영화 OST(Original sound track)는 "What is a youth"가 오리지널이고, 이후 "A time for us"로 리메이크 돼 애창되기도 했다. 여행객들은 [줄리엣 동상]과 로미오가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는 [줄리엣 발코니] 아래에서 참사랑에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줄리엣(Juliet)의 집 


로마시대 원형극장이었던 [아레나]에 이어 베로나의 두 번째 명소라면 바로 줄리엣의 집이다. 로미오줄리엣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있는 이곳은 셰익스피어의 명작 중 하나인『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재현한 건물이다.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던 13~14세기, 황제파와 교황파가 곳곳에서 세력다툼을 하면서 이탈리아 전역은 큰 혼란에 빠졌다. [베로나] 역시 명문가이던 카풀레티(Capuleti)와 몬테키(Montecchi) 가문이 [베로나] 거리에서 극렬한 대립을 하고 있었다.



[베로나]의 한 문학가는 두 가문을 소재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그로부터 100여년 뒤 셰익스피어는 이를 희곡으로 각색했다. [줄리엣의 집]이라는 설정 하에 꾸며진 이곳에는 로미오줄리엣을 위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던 발코니를 재현해 놓았다.  



[줄리엣의 집] 진입로 좌우 담벼락에는 이 곳을 찾는 여행객들과 연인들 사랑의 낙서가 빼곡히 적혀져 있다. 정원에는 [줄리엣 청동상]이 있는데, 조각상의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뤄진다하여 관광객들은 저마다 환한 표정으로 줄리엣 동상의 가슴을 만지고 있다.



영원한 사랑을 염원하는 세계의 여인들이 수없이 줄리엣 동상의 가슴을 만져서인지 오른쪽 가슴부분이 하얗게 탈색돼 있다. 이곳은 영화 줄리엣의 편지(Letters to Juliet) 배경지이기에 베로나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필수코스인 곳이다.



늘 호기심에 굶주려 있는 나도 추억을 남기기 위해 동상 앞에 북적이는 인파속을 파고들며 동상 위로 올라 줄리엣 가슴에 손을 얹어 본다. 가까이서 보니 사랑의 행운을 믿는 사람들로 인해 줄리엣의 우측 가슴은 유난히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이곳은 실제 줄리엣이 살았던 곳은 아니며, 베로나 시에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인 베로나에 [줄리엣의 집]을 꾸며놓은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로미오줄리엣에게 사랑을 고백한 [테라스] 풍경에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일찍이 단테바이런 같은 대문호들도『로미오와 줄리엣』의 사연을 찾아 [베로나]를 방문했다고 하니, 사랑이란 인간의 영원한 주제인가 보다. 젊은 날에 사랑을 간직한 세계 방랑자들은 애틋했던 영화 속 사랑을 반추해보기 위해 [줄리엣의 집]을 찾는 듯 보인다.



집 앞마당까지는 무료관람이나 발코니가 있는 2층에 오르려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구글지도로 보면 [로미오의 집]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줄리엣의 집]에 대한 정통성을 주장하는 곳은 [에르베 광장]뿐만 아니라 몇몇 지역이 더 있다고 한다.


밀라노(Milano)


부지런히 [베로나]의 명소를 둘러보고 [밀라노]로 향한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최대의 산업도시이자,『밀라노 패션쇼』로 유명한 세계 디자인의 중심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특히 다른 유럽에서 가장 쉽게 이탈리아로 들어가는 관문이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밀라노는 패션뿐만 아니라 다른 이탈리아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으며, 유럽 오페라의 중심인 [스칼라 극장]과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두오모 대성당]이 유명하다.


밀라노 두오모

또한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최후의 만찬』이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추가하고 있다. 밀라노는 [뉴욕]이나 [도쿄]와 달리 현대와 전통이 잘 어우러진 도시로 쇼핑하지 않아도 쇼핑한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갤러리아

이탈리아 경제중심의 도시인 [밀라노]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스칼라 극장을 찾아보고, 패션거리를 거닐며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도 둘러보며 나름대로 럭셔리한 추억을 남겨보는 것도 [밀라노]를 여행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밀라노 대성당(두오모)


밀라노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대성당 두오모는 14세기 밀라노 군주인 갈레아초(Gian Galeazzo Visconti)의 지시에 의해 공사가 시작됐으나, 엄청난 재정문제와 설계상 문제로 큰 진척 없이 공사가 지연되었다.



때문에 500여년에 걸쳐 공사가 진행되다가, 나폴레옹이 1809년 공사를 마무리시켜 완공되었다. 그 결과 건물 외양은 시각적 모순투성이가 되어버려, 그 모습이 육중하면서 섬세하기도 하고, 혼란스러우면서도 때로는 영감(靈感)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고 한다.


첨탑지붕(좌측)  마돈니나 조각상

뛰어난 고딕양식으로 건축된 밀라노 대성당은 2,000여개의 성인상과 135개 소첨탑이 외관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대성당의 108m 첨탑지붕 위에 “작은 성모'라는 뜻의 마돈니나(Madonnina) 조각상이 3,900장의 금박으로 장식돼 있어 눈길을 끈다.



엄청난 규모의 [밀라노 대성당]은 3,500평 규모로 상암동 월드컵 축구장의 1.5배 넓이라고 한다. 이곳은 중세 오만한 통치자의 빗나간 신앙심이 하늘에 닿을 듯한 찬양으로 변질돼 세워진 대성당으로 느껴졌지만 놀라운 건축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스칼라 극장(La Scala Theatre)


밀라노 중심지에 위치한 스칼라 극장은 세계적인 오페라 음악을 이끌었던 극장으로 1778년 성당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무너져 1946년 재건되었다. 이 건물을 지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철거했던 [산타 마리아 스칼라 교회] 이름을 따서 [스칼라 극장]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곳은 1800년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베르디푸치니가 오페라를 초연했던 극장으로 밖에서 보면 작은 규모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극장이라 한다.



스칼라 극장은 [로마]나 [베로나]와 달리 겨울에 주로 공연을 하며, 관람 시 입는 Dress code가 있지만 캐주얼 복장도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극장건물 맞은편에는 인상적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이어 찾아간 엠마누엘레 갤러리아는 [밀라노]의 대표적 건축물이자 세계최초의 [아치형 쇼핑센터]로, 천장이 아름다운 아케이드 거리이다. 통로를 따라 쇼핑센터 거리를 걸으면 양쪽으로 명품 숍,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고 입구주변에는 어김없이 버스커(busker)도 눈에 띈다.



하나의 예술품인 듯한 쇼핑거리 갤러리아는 세계의 유행과 패션을 한 곳에 모아둔 명품 아케이드로 전 세계 많은 관광객들이 꼭 찾는 장소로 1877년 완공되었다. 1870년 로마를 병합함으로써 통일 이탈리아 최초로 국왕에 올랐던 빅토리오 엠마누엘레를 기리고자 그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캘러리아의 중앙바닥은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돼 있고 위를 바라보면 커다란 돔 형태의 길게 늘어서있는 유리천장과 멋들어진 건물외벽을 볼 수 있는데, 채광이 되는 유리천장이 200m정도 이어져 있다.


지구를 상징하는 돔 천장

47m 높이 둥근 유리천장은 지구를 상징하며, 갤러리아 중앙 네 귀퉁이에 있는 프레스코(Fresco) 그림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사대주(四大洲)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곳은 [스칼라 광장]과 [두오모 성당]을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하는 건물이기도 하다.  


갤러리아 상단 프레스코 전경

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하는데, 연일 반복되는 5시 기상으로 다음날 짐을 챙겨놓고 카메라 건전지를 충전하기에 바쁘다. [이탈리아] 여행지는 담아 넣을 정경(情景)이 넘쳐나기에 배터리아웃에 대비해 매일 보조 배터리까지 충전해놔야 안심이 되었다.




Still Image

                                                                                                                                 

Romeo and Juliet  OST

1968년도 영화 OST(4분19초) 유튜브 감상

https://youtu.be/4FHpmn-KY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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