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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Aug 02. 2019

이탈리아 기행(06)

친퀘테레 / 피사


이탈리아 서북단 [밀라노]를 둘러보고, 이제 남은 북부지역 2곳을 더 경유해 [로마]로 내려간다. 여행 내내 예상치 않던 찜통더위로 쉼 없이 생수를 찾게 되는데, 식당조차  생수 추가는 작은 물병 하나에 1€씩 받는다. 잦은 물 보충으로 빈번히 찾는 화장실도 통상 1€를 내야한다.



이른 아침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친퀘테레]를 향해 3시간가량을 이동하는데, 이곳은 마치 육지속의 섬과 같은 곳이다. 열차 승차구로 들어가는 곳곳에는 소매치기 주의 표지판이 붙어있어 눈길을 끌며 독특하게 느껴진다.



넉넉한 식당 물 인심과 지하철의 깨끗한 무료화장실 그리고 소매치기 없는 대한민국은 나름 살만한 나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해안열차]는 라스페치아 역을 출발해 깎아지른 암벽해안을 향해 놓인 철길을 따라 친퀘테레 마을을 경유한 뒤 다시 출발역으로 되돌아간다.



해안열차에 오르면 마을초입과 이어지는 터널로 들어서는데, 터널 아래로 흐르는 강이 리오마조레이다. 첫 번째 마을지명을 강 이름에서 따온 셈이다. 첫 번째 마을까지는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터널 안 어둠속에서도 바깥풍경이 잠깐 비춰지기도 한다.


다섯 개 해안마을 친퀘테레(CINQUE TERRE) 



소박한 친퀘테레 해안마을은 20세기 외국관광객에 의해 발견되었고, 이후 이곳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전 세계 여행자들게 각광받고 있다한다. 해안을 낀 다섯 개의 보석 같은 마을주변 언덕은 199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라스페치아] 지역의 친퀘테레는 이탈리아어로 5개 마을을 뜻하는데 ①리오마조레(Riomaggiore), ②마라놀라, ③코르니글리아, ④베르나짜, ⑤몬테로소를 한데 묶어 통칭한 것이다. 



다섯 개의 작은 마을은 푸르른 해안을 접하며 동화 속 모습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은 해안절벽은 1997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환상적인 풍경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가이드는 이곳의 “파스텔 톤 건물”과 그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 그리고 “해안절벽”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고 소개하는데, 자연이 빚은 [친퀘테레 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바윗길과 인간의 손에 의해 조성된 마을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친퀘테레] 길은 총 18km로 6시간 트래킹을 하면 5곳을 다 돌아볼 수 있다고 한다. 마을과 마을사이 거리는 1km~ 4km이며 기차구간도 마을마다 5분~10분 거리라고 하니, 제주 올레 길의 한 코스 정도라고 볼 수 있다.


▮ 리오마조레(Riomaggiore) 


열차에 올라 잠시 어둠속을 달리니 이내 터널이 끝나며 리오마조레 마을이 나타난다. 초여름 태양 빛에 반짝이며 출렁이는 푸르른 바다와 거친 물결을 막아선 해안절벽들이 수직으로 성채를 이룬 듯 한 풍광은 장엄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그 성채 위로 빼곡히 박혀있는 자그마한 집들은 도화지 위에 형형색색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옛날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은 [터키]를 비롯한 외부인의 침입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험한 절벽위에 위태롭게 집들을 지었다. 



이곳은 척박한 땅이었기에 고기를 잡으며 살아갔는데, 귀항(歸港) 때 자신의 집을 알아보기 위해 자신만의 색깔로 집을 칠했다고 한다. 라스페치아 서쪽 리구리아 해안을 따라 이어져있는 작은 어촌마을인 [친퀘테레] 다섯 개 마을 중 가장 남쪽에 있는 [리오마조레]를 택해 둘러본다. 



절벽바위 위에 세워져 있는 해안가 집들은 연한 노란색과 주홍색, 분홍색 등 파스텔풍의 크레용 빛깔로 칠해져있어 가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마을중심인 콜롬보(Colombo) 거리에는 기념품 가게와 카페,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절벽을 휘감아 이어놓은 돌계단을 따라 언덕길을 오르며 부지런히 리구리아 해(Ligurian Sea) 풍경을 담아 넣는다. 사진촬영을 위해 적당한 곳까지만 오르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데 가파른 계단을 따라 절벽을 내려가면 자갈밭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친퀘테레]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20년이 지났다는데 지금도 교통과 접근성이 수월해진 것은 없어 보인다.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개발을 최대 자제하는 것만이 천혜자연을 보존해갈 수 있는 비결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중세 불가사의 종루, 피사(Pisa) 


[친퀘테레]를 빠져나와 동남쪽으로 1시간 반을 이동해 도착한 피사는『피사의 사탑』으로 잘 알려진 도시로 [토스카나] 주(州)의 주도(主都)이자, 피렌체와도 가깝다. 중세에는 해양 도시국가로 군사적, 상업적 입지가 강력했으나, 1406년 이후 [피렌체]에 정복되면서 소박한 도시로 변했다.



피사는 [피렌체]와 [제노바]라는 강력한 라이벌 도시국가들 사이에서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시달림을 받았으나, 나름대로 화려했던 과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이탈리아 17세기 과학자 갈릴레이(Galileo Galilei)의 고향이기도 하다.



▮ 피사의 사탑(斜塔


넓은 잔디로 이뤄진 피사 두오모 광장(Piazza del Duomo)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념물이 많이 있다. 그중 대성당종탑(피사의 사탑) 및 세례당은 중세 건축의 걸작으로 11~14세기 이탈리아 기념물 건축에 큰 영향을 끼쳤다. 


중세의 대표적인 건축양식인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피사 [두오모]는 1118년 완공된 것으로, 우아한 조각이 장식된 백색 아치구조를 갖추고 있어 무척 아름답다. 이 성당은 훗날 르네상스가 시작된 피렌체 [두오모]의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Pisa  Duomo

광장 서쪽에는 두오모사탑을 바라보고 있는 세례당이 있다. [세레당]의 웅장한 원형은 전형적인 로마네스크 양식이고, 그 위에 건설한 둥근 돔과 벽을 장식한 조각은 고딕 양식으로 두 양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축물이다.


대성당 동쪽에 세워져 기울어있는 [사탑]은 당초 피사 [두오모]의 종루(鐘樓)를 목적으로 지어진 부속건물 이었는데, 이 탑이 기울기 시작하면서 세계 7대 불가사의 건축물이 되어 더욱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었다.


피사 세례강

기울어진 종탑은 흰 대리석으로 된 8층 원통형 탑이다. 294개의 나선형 계단으로 상층부까지 연결돼 있다. [대성당]과 [종탑]의 건설은 당시 해운왕국으로 번영했던 피사사라센 제국(이슬람 왕조)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한 것이다.


종탑은 1173년 착공돼 약 200년 동안 공사가 진행됐는데, 1178년 사이에 진행된 1차 공사이후 탑의 한쪽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3층까지 진행됐던 공사가 중단되면서, 14세기 이르러 2차 공사를 재개하며 8층으로 겨우 완성하였다. 



하지만 기우는 현상이 계속되어 중세의 불가사의로 불리기도 했다. 1990년 탑의 기울기가 4.5m를 넘어 붕괴위험에 처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기울어진 탑의 반대편에 파이프 관을 박아놓고 흙을 빼내는 독특한 방법을 동원해 경사각 수정 보수작업을 시작했다.


11년에 걸쳐 진행했던 보수작업은 2001년 완료되었고, 이후 2008년부터 기울어짐 현상이 5.5˚에서 멈추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정부는 2001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했지만 [종탑] 보존을 위해 입장객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피사의 사탑은 갈릴레이가 대학시절 무게가 다른 두개의 공을 떨어뜨리는 중력 낙하실험을 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표면 위의 같은 높이에서 낙하하는 모든 물체는 질량과 무관하게 동시에 떨어진다는 낙체법칙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는 일화가 전해지지만,  이는 공기저항을 감안하지 않은 제한적인 이론일 뿐이다. 



[사탑]은 안으로 들어가려면 미리 예약해야 하며, 반드시 가이드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 피사의 사탑을 비롯해 대성당이 들어서 있는 두오모 광장(Piazza del Duomo)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탈리아 6월은 찜통더위지만 사막처럼 습도가 낮아 그늘에 들어가 있으면 견딜 만 하다. 하지만 피사를 둘러보는 동안 드넓은 잔디광장에는 그늘이 없어 서둘러 사진촬영을 마치고 젤라또(Gelato) 가게를 찾아 갈증을 달래보기도 한다. 



이번 여행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수시로 가게를 찾아 헤맸지만, 사실은 화장실 이용을 위해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경우가 많았다. 피사를 끝으로 북부지역 여행을 마친 뒤 [로마]로 이동하기 위해 4시간 반을 달려 첫날 묵었던 호텔로 복귀한다.




Still Image

Water Closet

Extra Shoo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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