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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Aug 05. 2019

이탈리아 기행(07)

바티칸 시국


로마 속의 작은 도시국가
바티칸 시티



아침부터 서유럽 무더위가 기승(氣勝)을 부리지만, 바티칸 시티 입장을 위해 성벽을 따라 길게 줄지어 늘어선 행렬에 합류했다. 새벽부터 서둘러 [바티칸 시티]에 도착했음에도 세계 각국의 인파와 섞여 더위를 인내하며 줄을 따라 미술관으로 입장을 한다.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에는 바티칸(Vatican) 시국(市國)이라는 또 하나의 국가가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영토 내에는 [바티칸 박물관], [미술관], [성베드로 대성당], [성베드로 광장], 관청, 도서관, 은행, 방송국, 우체국 등이 있다. 



바티칸 박물관은 전 세계 “가톨릭 총본산”이라는 성스러운 의미 외에도 미켈란젤로 불굴의 명작인『천지창조』와『최후의 심판』등 훌륭한 예술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이탈리아 미술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바티칸 시티]는 로마시내 테베레 강 서편에 자리하고 있다. 바티칸은 19세기 들어 이탈리아가 근대 통일국가가 되면서 교황청의 교황령(敎皇領) 지위를 상실했다. 하지만  1929년 이탈리아와 교황청은 주권조약을 체결함으로써 0.44㎢ 영토를 가진 독립국이 되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지면적 0.33㎢) 


바티칸 박물관

현재 바티칸의 영토권은 [성베드로 대성당]과 로마에 있는 성당과 궁전을 포함한 13개 건물과 교황 [하계관저]로 국한된다. 바티칸 입장 때는 민소매 옷이나 배꼽티, 미니스커트, 짧은 반바지, 슬리퍼 차림의 경우 입장이 금지되기에 유의해야 한다.



 바티칸 박물관 (Vatican Museums) 


긴 대열을 벗어나 [바티칸] 안으로 들어온 뒤 내부광장을 거쳐 제일먼저 바티칸 미술관을 관람하게 되는데, 사전예약을 했음에도 수많은 관광객들과 함께 30분 이상을 대기하는 지루한 기다림에 아침나절부터 지쳐가기 시작한다. 



박물관은 로마 교황청 [바티칸 궁전] 내의 기념물, 미술관, 회화관 등의 종합적 명칭이다. 이곳은 원래 교황의 바티칸 궁전이었으나, 14세기 교황이 프랑스 유배를 마치고 바티칸으로 되돌아온 뒤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사용되었다.


[바티칸 박물관]의 소장품은 역대 교황이 모은 것을 중심으로 고대 그리스 미술사(美術史)적으로 다양한 시대의 진귀한 작품들이 소장돼 있다. 이곳의 소장품 중 중요한 대표작만 보는데도 무려 2시간이 소요된다. 


바티칸 미술관

바티칸 궁전 [미술관]을 지나 [바티칸 박물관]으로 들어서면 그리스와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한 조각품들이 진열돼 있는데, 작은 면적의 공간이지만 중세시대 중심에 있었던 바티칸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작품들이 구석구석에 진열돼 있다.



재미있는 것은 바티칸 궁전에 그리스/로마 신화와 관련된 작품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 중심인 바티칸 한복판에 그리스/로마 신화의 조각품이 왜 있는지에 궁금해지는데, 이에 대한 역사는 율리우스 2세(Julius Ⅱ)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세기 초 무소불위의 율리우스는 다른 교황들과는 달리 화려하고 멋진 [바티칸]을 건설해 고꾸라졌던 바티칸의 권위를 세우고자, 고대 로마시대 아름다운 유물들을 수집해 전시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를 개방해 바티칸의 권위를 과시하였다.



[바티칸 박물관]에는 토르소(Torso) 조각상이 전시돼 있는데, 이는 인체의 구간과, 몸체를 뜻하는 이탈리아 조각 용어이다. 그리스/로마 유적에서 토르소 조각이 발굴된 후 중세 조각가들은 [토르소]가 정교한 인체의 미를 상징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현대 조각에서는 인체미의 상징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목이나 팔·다리를 생략하며 [토르소]의 미를 표현한다고 한다. 따라서 간혹 볼 수 있는 팔다리나 목이 없는 몸통 조각은 미완성 작품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Torso

눈에 띄는 조각상에는 그리스 신화의 라오콘 군상(Laocoon' Group)이 있는데, 이는 [트로이]의 사제 라오콘이 큰 뱀에 묶여 신에게 벌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16세기 초 [콜로세움] 유적지에서 발견된 대리석상으로 [헬레니즘 시대] 후기(BC 150) 청동조각을 본뜬 걸작이다.  


트로이의 신관(神官) 라오콘아폴론(로마신화 Apollo) 신의 점술사로 그리스 군이 남기고 간 목마를 성안에 들이면 안 된다고 고집을 피우다, 이에 노한 포세이돈의 공격에 자신의 두 아들을 구하려 뱀에 물리는 고통을 당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Laocoon' Group

라오콘은 독신을 지키겠다던 맹세를 어기고 자식을 낳음으로써 아폴론의 노여움을 사면서, 포세이돈(Poseidon) 제단에 황소를 제물로 바치려던 중 아폴론이 보낸 2마리의 바다 큰 뱀에 깔려 두 아들들과 함께 죽었다.


Okeanos

그밖에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의 기원을 상징하고 있는 물의 신 오케아노스(Okeanos)를 볼 수 있고,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는 페르세우스(Perseus) 조각상과 왕뱀을 활로 쏴 죽이고 발걸음을 떼는 모습의 아폴론(Apollon) 상(像)도 볼 수 있다. 


Apollon

대한민국 문화재들은 역사 속 숱한 전란(戰亂) 중에 소실됐거나, 일제강점기에 약탈당해서인지 많이 남아있지 않아 보인다. 너무나도 정교한 조각품들을 수없이 소장하고 있는 이탈리아를 보며 참으로 부러울 뿐이었다. 


 시스티나 성당(Capella Sistina) 


1475년부터 8년간에 걸쳐 건축된 시스티나 성당은 [바티칸 궁전] 뒤쪽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추기경들이 모여 교황을 선출하는 곳이다. 대리석 칸막이가 성당을 2곳으로 분리시키고 있는데, 제대(祭臺)가 있는 쪽은 성직자들만 출입할 수 있다 한다. 



미켈란젤로가 25세 때 조각한 『피에타』에 감명을 받은 교황 율리우스 2세는 1508년 조각가인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의뢰했다. 34세의 미켈란젤로는 천장화 작업을 착수하며 혼신의 열정과 상상력을 총 동원해 1512년 불후에 대작을 완성하였다. 


천지창조(중앙)

성당의 규모는 길이 약 40m, 높이 약 20m이다. 미켈란젤로는 4년간 천정그림을 그리기 위해 무리한 자세를 취해 무릎에 물이 고이고 등이 굽어졌다는 일화가 전해지듯 천장화를 바라보면 가히 불멸의 화가이자 위대한 예술가의 숨결이 느껴진다. 


아담의 창조

구약성서의 천지창조 내용를 주제로 한 『천지창조』 천정화는 성당 안쪽부터 ①빛과 어둠의 분리 ②해와 달의 창조 ③물과 땅의 분리 ④아담 창조 ⑤이브 창조 ⑥낙원으로부터 추방 ⑦노아의 제물 ⑧노아의 대홍수 ⑨술 취한 노아 등 9개 그림이 연결돼 있다. 




성당 정면에는 대형벽화 『최후의 심판』이 있는데, 38세 때 천장화 제작을 마친 미켈란젤로는 1537년부터 4년에 걸쳐 벽화를 그려 67세에 완성하였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에 의해 그림으로 표현된 “신곡”이라 평가되고 있다.


촤후의 심판

단테는 그의 생애 중 만났던 사람들을 평가해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에 그 위치를 정해 글을 썼지만,  미켈란젤로는 예술가만의 고뇌어린 붓놀림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천상과 지옥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림 중앙에는 반라(半裸) 모습의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가 있고, 그 곁은 성인들이 둘러싸고 있는 성자(聖者) 세계가 표현돼 있다. 주변은 준엄한 심판을 통해 산자와 부활한 자들이 천상으로 올라가거나, 죄인들이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다.


휴거(携擧)

최후의 심판』 낙성식이 거행됐던 1541년, 로마 시민들은 그림속 인물들이 모두 전라(全裸)였음에 경악과 찬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1559년 교황 비오 4세(Pio IV)의 명으로  미켈란젤로 제자인 볼테라(Daniele da Voltera)가 덧그림을 그려 넣어 나체를 가렸다. 



미켈란젤로는 『최후의 심판』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종교적 죄의식을 담아 천 조각처럼 벗겨진 살가죽으로 자신의 자화상을 남겼다고 한다. 살가죽을 들고 있는 사람은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지는 형벌로 순교했다는 성인 바르톨로메오(Bartolomeus)이다. 



그는 성자의 껍질에다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은 셈이다. 중로(中老)의 미켈란젤로는 그리스도 앞에 서는 날 받을 심판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예술가로 대접받으며 살았지만, 창조주의 심판 앞에서 자신은 성자의 껍질 같은 존재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Michelangelo

성당내부 벽은 15세기 [피렌체]를 주름잡던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으로 장식돼 있는데, 좌측에는 [모세의 일생] 우측은 [그리스도의 일생]을 주제로 한 6개의 벽화가 각각 그려져 있다. 보티첼리페르지노가 양쪽 벽을 그렸고, 미켈란젤로가 천정과 나머지 벽화를 그렸다. 



기록에 따르면 미켈란젤로는 늘 다빈치에게 혐오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다빈치] 역시  [미켈란젤로]를 수시로 비난했는데, 다빈치미켈란젤로를 향한 비판을 담아 회화(繪畵)가 조각보다 더 수준 높은 형태의 예술이라고 주장했다 한다. 


최후의 만찬

동시대를 경쟁적으로 살았던 다빈치는『최후의 만찬』벽화를 남겼지만, 그는 템페라(tempera)와 유화를 혼합한 물감을 사용해 원작이 많이 손상된 반면, 프레스코(fresco) 기법을 고집했던 미켈란젤로의 그림은 잘 보존돼 있어 지금껏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에서 가장 중요한 기구인 [성 베드로 대성당]은 349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성인 [베드로] 묘지위에 세워졌고, 396년 실베스트로(Silvestro) 교황이 대성전으로 축성했다. 하지만 이 성전은 이민족의 잦은 약탈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1546년 교황 바올로 3세의 명으로 73세 고령인 미켈란젤로가 재건축 공사를 이어받았고, 성당 마무리 작업은 17세기 베르니니에 의해 완성되었다. 대성당의 돔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미켈란젤로의 걸작으로 꼽힌다.



[성 베드로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온통 화려함과 웅장한 규모에 압도되고 만다. 내부에는 6만 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홀이 있으며, 중앙통로 길이가 약 186m, 높이 46m이다. 중앙의 제대(祭臺)에서 돔까지 높이가 137m라고 하니 [로마]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셈이다. 



대성당 내부에는 400여개의 조각품들이 배열돼 있고, 130여개에 달하는 모자이크 그림들이 벽면에 장식돼 있어 완벽한 미술관을 재연하고 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각은 미켈란젤로피에타(Pieta) 상이다. 


Pieta

성당 내부에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향하면 조각상을 볼 수 있는데, “피에타”란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라 한다.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젊은 날 만들었던 조각상으로,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를 무릎위에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를 표현했다.



[대성당]을 나오면 [성 베드로 광장]이 시원스레 자리하고 있다. 대성당 정문 계단 앞 좌우에는 천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성 베드로 상]과 [성 바오로 상]이 있다. 이 광장은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의 거장 베르니니(Bernini)가 설계해 12년만인 1667년 완공했다. 


San Pietro

[성 베드로 대성당] 앞 광장에는 각국의 순례자들을 맞이하기 위한 수백 명의 의자가 정돈돼 있다. 대성당 건물 중앙 2층에는 교황이 순례자와 인사를 나누는 [테라스]가 보이는데, 이곳은 가톨릭 순례여행의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성 베드로 광장은 입구로 부터 좌우로 안정된 타원 꼴이며, 가운데서 반원씩 갈라져 대칭을 이룬다. 반원형인 [광장] 좌우에는 4열의 그리스 건축양식인 도리스 양식 원주 284개와 각주(角柱) 88개가 회랑(回廊) 위의 [테라스]를 떠받치고 있다.



[테라스] 위에는 140명의 대리석 성인상이 조각돼 있다. [회랑]은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를 향해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한다. 광장중앙에는 로마 3대 황제 칼리굴라(Caligula)가 경기장을 장식하기 위해 40년에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Obelisk)가 우람하게 세워져 있다. 


오벨리스크

오전시간 [바티칸 시티]를 둘러본 뒤 중식당을 찾아 마파두부로 점심을 마치고 그늘진 골목길로 나와 더위를 식힌다. 잠시 체면과 세월을 내려놓고 무거워진 몸을 길바닥에 의지한 채, 구속되지 않는 내 방식만의 자유인이 되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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