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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재 기행

이탈리아 기행(08)

로마 유적지 (Ⅰ)

by 한주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로마(Ⅰ)


점심을 마친 후 오후시간 [로마 유적지]를 둘러본다. 당초 로마 유적지만큼은 걸어서 돌아볼 수 있을지 [구글지도]를 통해 도보거리와 시간을 체크해 보았는데, [콜로세움]에서 [팔리티노 언덕]과 [진실의 입]을 거쳐 [포로 로마노]까지 약 3km 거리에 40여분으로 계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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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관람이 충분히 가능한 조건이었지만, 생각지 못한 무더위로 워킹투어를 포기하고 미니밴을 타는 조건으로 꼭 찾아봐야 할 유적지 7곳을 제시해 OK 사인을 받았다. 이번 여행을 위해 『로마의 휴일』을 다운받아 2차례 시청하며 꼭 봐야할 명소(名所)를 기록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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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밴에 올라 편한 마음으로 영화 속 배경지를 따라가며 [로마 유적지]인 콜로세움을 기점으로 각 명소를 둘러본다. 1955년 개봉됐던 영화 [로마의 휴일]은 반세기를 넘어 지금껏 [로마]를 세계의 관광지로 만들게 된 기폭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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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한 흑백필름 속의 기자 그레고리 펙과 앤 공주 오드리 헵번의 짧았던 사랑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영화 속 조(Joe)는 가이드를 자청해 앤(Anne) 공주를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으로 데려가며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 콜로세움(Colosseum)


콜로세움은 네로시대를 그린 영화 『쿼바디스』에서 가톨릭교인을 박해했던 장면으로 나왔던 곳이다. [콜로세움]은 거대하다는 의미로, 네로궁전 정원에 있었던 인공연못에 지어진 대형 경기장 겸 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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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아치(Arch) 건축의 백미이자, 로마시대 대형 대리석 건축물인 [원형경기장]은 AD 72년 건설을 시작해 80년에 완성됐으며 5만 명을 수용하는 계단식 관람석이 방사(放射) 원형으로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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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은 고전극을 상연하는 무대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주로 검투사와 짐승과의 격투기가 펼쳐졌기에 당시 로마인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대표 건축물이다. 검투사들은 통상 노예나 전쟁포로 중에서 용맹하게 잘 싸우는 자들로 이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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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를 벌이거나 야생맹수를 무찌르며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던 검투사들은 승리를 통해 관중을 즐겁게 해주며 영웅대접을 받기도 했다. 영화 속 검투사들은 대결이 끝나면 패배한 자를 죽일지 살려야 할지, 관중 또는 황제의 엄지손가락 제스처를 통해 결정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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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옆에는 서로마 통합을 위한 전투(▶밀비우스 다리 전투, 312년)에서 승리를 기념했던 [개선문]이 남아 있는데, 나폴레옹은 이 [개선문]을 본국으로 가져갈 수 없어 샹젤리제 거리에 이를 본 딴 파리 개선문을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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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기경 로마제국은 동, 서로 나뉘어 있었는데, 콘스탄티누스 서로마를 통합하고 동로마를 공격해 로마전역을 지배(▶324년) 했다. 로마시민과 원로원의 환영을 받으며 황제에 오른 콘스탄티누스는 로마최초로 가톨릭교를 받아들인 대제(大帝)로 기록되고 있다.


08_09(로마).jpg 밀비우스 다리 전투

[로마]에는 콜로세움 옆 [개선문] 이외에도 몇 개의 개선문이 더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고대로마 유적 건물들은 오랜 세월동안 지진의 피해를 입거나 집을 짓기 위해 돌을 빼가는 사람들로 인해 온갖 풍파를 겪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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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은 잔혹했던 역사를 떠올리려는 인간의 본성을 만족시키는 고대유적지로 남아 있어, 낡은 폐허 속에도 지난날의 영욕(榮辱)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영화 속 앤 공주가 바라보던 고대의 흔적들은 찬란했던 역사만큼이나 황량하고 쓸쓸해 보였다.


▮ 팔라티노(Palatino) 전차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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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을 출발해 도로를 따라 550m쯤 가다보면 팔라티노(Palatino) 언덕 이르게 되는데, 이곳에서 잔디구장 모습의 공터로 남아있는 치르코 마시모(Circo Massimo) 원형경기장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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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원형경기장을 원주민에게 물어보니 [팔리티노] 경기장이라고 하는데, 가이드에 의하면 고대 로마시대의 화려한 전차경주를 비롯해 경마경기와 야수와의 싸움이 열렸던 특별한 곳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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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티노 언덕기슭에 있는 대경기장은 BC 300년경부터 존재했던 곳으로, 로마가 왕정으로 번성하던 건국초기에 로마인들이 [팔라티노] 언덕과 [아벤티노] 언덕사이의 습지에 고인 물을 빼내고 만들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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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벤허(Ben-Hur)의 촬영지였던 [치르코 마시모] 경기장은 길이가 600m이고 폭이 약 180m 규모로, 25만 명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로마] 최대의 원형 경기장이었다. 현대 서커스의 유래는 치르코(Circo)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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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10분 이상 계속되는 전차경주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펼쳐졌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롭다. 컴퓨터 그래픽이 없던 1962년 상영된 [벤허]의 스펙타클 한 전차경주 장면을 어찌 촬영했을지 아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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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차경주는 고대사회 행해졌던 스포츠로, [레바논]의 티레(Tyre)에는 로마시대 전차경기장 유적지인 히포드롬(Hippodrome)이 남아있고, [로마]에는 팔라티노 언덕 남쪽에 전차경주가 벌어졌던 치르코 마시모(Circo Massimo)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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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티노 언덕에서 바라보이는 [전차경기장]은 옛적 뜨거웠을 로마인의 함성이 오간데 없고, 공허한 빈터로 남아 한적함에 싸여있다. 야생화 꽃밭처럼 변해버린 경기장 주위에는 사진촬영에 바쁜 여행객과 간간히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로마 주민들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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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마리아 인 코스메딘 교회(Santa Maria in Cosmedin)


이탈리아 로마 중심부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인 코스메딘] 교회는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진 『진실의 입』이 있는 교회이다. 4세기에 만들어진 [진실의 입]은 교회입구 벽면에 있는 대리석 가면으로, 진실을 심판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얼굴 조각상이다.


08_19_1(로마).jpg 코스메틴 교회

조각상은 지름 1.5m 대리석 원판에 해신(海神) 트리톤(Triton)의 얼굴을 새긴 커다란 원반형태이다. [트리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어(半人半魚)인 바다의 신이다. 포세이돈의 아들로 알려져 있으며 주로 그의 전령노릇을 하였다.


08_21(로마).jpg Triton

주로 분수의 장식물에 등장하며 삼지창을 든 포세이돈 옆에 소라고둥을 부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거짓말쟁이가 트리톤의 입에 손을 넣으면 [트리톤] 입이 닫힌다는 전설을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시험했던 [트리톤]의 입은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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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로마의 휴일]을 기억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으로, 통상 [진실의 입] 앞에서 진실을 확인하려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지어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때마침 길지 않은 행렬로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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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주변을 공주와 조 기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다 경찰서에 끌려가는데,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한 뒤 찾아간 [코스메딘 교회] 입구 벽에 있는 [진실의 입]에 (Anne) 과 (Joe)가 손을 넣으며 천진스럽게 장난치던 장면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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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가 손을 넣으면 빠지지 않는다는 속설이 뻔한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호기심에 손을 넣어본다. 손이 빨려 들어가는 놀란 모습으로 기념사진도 담아보며 추억여행에 흠뻑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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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로 로마노 (Foro Romano)


포로 로마노를 제대로 조망하려면 캄피돌리오Campidoglio] 광장으로 가야한다. 광장으로 오르는 완만한 경사의 계단은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고 한다. 낮은 계단을 올라가면 광장 왼편에 세나토리오 궁(Palazzo Senatorio)이 나온다.


08_25(로마).jpg 캄피돌리오 광장

현재 시청과 시의회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세나토리오] 궁 뒤쪽으로 좌우에 설치된 테라스로 다시 올라가면 언덕 아래로 넓게 펼쳐지는 포로 로마노(로마 공회장) 유적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08_26(로마).jpg 세나토리오 궁

테라스에서 바라본 [포로 로마노] 전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이곳은 콜로세움에서 650m 거리에 있으며 도보로 10여분 거리이다. 포로(Foro)라는 뜻은 공공 광장이라는 의미로 포럼(Forum)이라는 말의 어원이 여기에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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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로마노는 기원전 6세기부터 3세기까지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지로 발전하면서 약 1,000년 동안 로마제국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 또한 제국의 발전과 번영 그리고 서로마제국의 멸망까지 로마역사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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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283년 대화재로 소실된 건물들을 19세기에 발굴 복원한 것으로 그 이전에는 가축 방목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발굴 작업이 진행되면서 엄청난 신전과 공공건물 그리고 아치형 건물과 상점들이 나란히 이어진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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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막강했을 위엄 있던 건물들이 거의 폐허되어 예전의 화려함과 달리 앙상한 잔재와 공허한 넓은 터만이 남아있지만, 그나마 옛 흔적이 남아있는 일부 유적을 통해 로마의 영광을 되새겨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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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로마노]에는 건물들을 치장하고 있던 조각상들이 무수히 널려 있으나 안타깝게도 온전한 석상들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놓여 있는 곳곳에 새겨진 역사의 의미는 실로 경이로운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Still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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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hoo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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