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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Aug 09. 2019

이탈리아 기행(09)

로마 유적지 (Ⅱ)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로마(Ⅱ)


▮ 판테온(Pantheon) 신전 


[포로 로마노]에서 약 1.2km 떨어져있는 판테온 신전은 120년경 재건된 로마최대의 원형 건축물이다. Pan은 “전부”, theon은 “신”이란 뜻으로 [로마]의 모든 신에게 봉헌하기 위해 세운 성전이다. 



이곳에서도 [로마의 휴일] 장면이 나오는데, 빗속을 걷고 싶다며 자유로운 평민으로서의 하루를 간절히 바랬던 앤 공주가 샴페인을 들면서 호기심에 처음 담배를 피워 물었던 노천카페가 바로 [판테온 신전] 옆이다. 


노천카페

판테온 신전은 기원전 27년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사위인 아그리파(Agrippa)에 의해 건립되었다. 건물입구 상단에는 아그리파가 세웠다는 문구가 남아 있는데, 원래는 4각형 평면구조의 평범한 고전적 신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드리아누스(Hadrianus) 황제(▶제14대)에 의해 콘크리트 구조에 벽돌을 덧댄 원형 평면건물 위에 거대한 콘크리트 돔을 올려 매우 독특한 형태로 재건되었다. 돔 안쪽을 받치는 벽돌아치의 공사방법은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오랜 세월과 모진 풍상에도 [청동문]과 [둥근 천장]은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에, 고대 로마유적 중에서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남아있다. 천장위로는 지름 8.2m의 구멍이 뚫려있어 하늘이 보이는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라틴어로 “눈”을 의미한다는 판테온은 [돔 창문]인 오쿨루스(Oculus)를 통해 들어오는 빛에 의해서만 채광되고 있다. 소박하다 못해 투박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건물 내부는 알록달록한 대리석으로 입혀져 있다.  



[돔 천장]의 뚫린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은 내부를 고르게 밝혀 주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추는 각도가 변한다고 한다. 이는 하늘이 [판테온]의 내부공간에 스며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여 성스러운 신에 대한 경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라 한다.



또한 판테온 신전은 천장구멍으로 빗물이 들어오지 않기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원리는 천장구멍을 통해 공기가 빠져 나가며 내부온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큰 비가 내려도 안으로는 빗물이 거의 들어오지 않게 된다고 한다.


하나의 거대한 [돔]으로 이루어진 판테온에서 공기가 통하는 곳은 오직 원형 천장의 구멍밖에 없기에, 다른 건물에 비해 공기가 상승하려는 압력이 무척 커지게 된다. 따라서 돔 밖과 돔 안의 기압차에 의한 상승기류가 발생해 빗물을 밀어 올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비가 내려도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공기가 비를 밀어내기 때문에 빗줄기를 분산시켜 보슬비가 되도록 한다고 한다. 물론 빗물이 전혀 안 들어오는 것은 아니기에 천장구멍 밑바닥에는 배수장치가 설치돼 있다.


판테온 신전은 원(球)이 갖고 있는 완전성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로마 건축물이었다. 바닥에서 43.3m 천장까지 콘크리트로 만든 아치가 골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아래 부분 벽은 두껍고(5.9m) 위로 갈수록 얇아져서 건축물의 하중을 최소화 했다. 

 


과학적 원리를 활용해 최상 꼭대기의 벽 두께를 1.5m로 설계한 [판테온 신전]은 이러한 과학적 설계이외 숫자의 비밀도 찾아볼 수 있다. 판테온을 지지하는 구조골격은 16이라는 숫자가 여러 번 적용되고 있다. 


[판테온]의 골격은 16개의 큰 기둥과 작은 기둥으로 세워져 있다. 당시 로마인들은 6을 완전수라 생각했고, 10이라는 숫자를 6과 더불어 또 하나의 완전수로 믿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두개의 완전수가 더해져서 얻어지는 16을 최상의 숫자로 믿었던 것이다.



판테온 신전 앞에는 넓다란 로톤다 광장(Piazza Della Rotonda)이 있는데, 다른 광장처럼 오벨리스크가 가운데 우뚝 서있고 [오벨리스크]를 둘러싼 조각상과 분수가 있다. 광장분수에 앉아서 [판테온]을 바라보는 것도 일품이다.

 


▮ 트레비 분수(Fontana de Trevi)  


영화 [로마의 휴일] 앤 공주는 유럽순방 일정에 지쳐 몰래 숙소를 빠져 나온다. [로마]의 밤거리를 헤매다 쓰러져 잠든 그녀가 조 기자를 만난 곳은 옛 황제들의 공회당 터이자, 로마제국의 번영과 멸망이 녹아있는 역사의 무대였던 포로 로마노였다.



또한 시장에서 싸구려 샌들을 사 신은 앤 공주가 자유롭게 첫 방문을 했던 곳이 트레비 분수인데, 그녀는 과감히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실을 찾는다. 당시 세계 유행을 불러일으켰던 쇼트커트 미용실 촬영지가 [트레비 분수] 인근이다.

 

트레비 분수/ 앤 공주

앤 공주는 잠시 왕실을 벗어난 일탈을 통해 요조숙녀의 긴 머리를 싹둑 잘라버린다. 왕실의 상징적인 예법을 벗어던지고, 청순하고 발랄한 모습으로 변신했던 오드리 헵번의 짧은 머리는 지금까지도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영화 속 미용실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리가 없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트레비 분수는 늘 관광객의 발길로 붐빈다고 한다. [스페인 광장]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흰 대리석의 트레비 분수는 1732년 착공해 30년 만에 완성한 분수로, “삼거리”란 뜻이라 한다. 



분수는 로마시대 개선문을 본뜬 벽화를 배경으로 반인반어(半人半魚)인 그리스 해신(海神) 트리톤(Triton)이 이끄는 거대한 1쌍의 전차 위로 로마의 해신(海神) 넵투누스(Neptunus)가 거대한 조개를 밟고 서있어 [로마]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듯 보인다. 



넵투누스 옆의 두 여인은 “건강”과 “풍요”의 여신을 상징한다고 한다. 26m 높이로 우뚝 솟아있는 트레비 분수는 동전을 던지면 사랑 또는 소원이 이루어진다 하여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동전을 던지고 있다. 



분수에서 등 뒤로 동전을 한 번 던지면 로마를 다시 찾을 수 있고, 두 번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며, 세 번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별하지만 한 가지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새로운 사랑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동전 세 개를 던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수의 동전은 정기적으로 수거해 자선사업에 쓰인다고 한다. 이탈리아 여행 중 먹어본 젤라또는 [로마] 트레비 분수 우측 편에 있는 가게(Trevi café)가 제일 맛있다. 


Trevi  café

▮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  


스페인 광장은 17세기 교황청의 스페인 대사가 이곳에 본부를 두면서 [스페인 광장]이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영화 『로마의 휴일』 앤 공주가 찰랑대는 짧은 머리에 젤라또를 먹으며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강렬히 남아있는 곳이다.



이곳 광장은 로마시내에서 가장 활기차고 화려한 지역으로, 연중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1722년에 건립된 우아한 스페인 계단(Spanish Steps)을 올라가면 언덕 위에 삼위일체 교회(Trinita dei Monti)가 있다. 



[스페인 계단]은 17세기 이곳에 머물던 프랑스 신도들이 자신들의 교회와 [스페인 광장]을 연결키 위해 만든 137개의 계단이다. 여행객들이 오르내리는 낮은 계단 위로 트리니타 데이 몬티 교회가 보인다.



계단위로 솟아있는 언덕에 2개의 [종탑]과 [오벨리스크]가 무척 이채롭게 보이는 교회는 15세기 프랑스 수도회에서 세운 것이다.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를 들고 앉아 있었다는 13번째 계단에 올라, 아내와 함께 영화 속 추억을 담아본다.

 


스페인 광장은 수세기 동안 로마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식처이자, 여행객들에게도 약속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봄철에는 광장의 계단을 커다란 철쭉꽃 화분으로 장식해 로마 최대의 꽃 잔치가 열린다고 한다.



계단 앞 광장 중앙에는 이탈리아 바로크를 대표하는 조각가가 설계한 바르카치아(Barcaccia; 낡은 배) 분수가 있다. 이 분수는 17세기 보트모양의 대리석 [분수]로 물에 반쯤 잠겨 있는 배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테베레 강에서 와인을 운반하던 낡은 배를 본떠 만든 것으로 난파선에서 물이 새어나오는 모양을 형상화 했다. 스페인 광장 [분수]는 계절을 불문하고 전 세계 여행객들로 늘 붐비지만, 지친 방랑자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분수 주변에는 버스킹(busking) 악사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계단 위 몬티 교회 앞에는 초상화를 그리는 거리 화가들이 여행객의 표정을 살피고 있다. 이번 여행은 단시간 내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자 계획했지만 예상치 못한 폭염이 복병이었다.


숙소 휴게실

더위에 지쳐가는 [로마]여정을 마감하고 모처럼 된장찌개를 곁들인 저녁식사로 하루의 피로를 날려 보낸다. 숙소로 들어와 다음날 남부지역을 둘러볼 준비를 할 겸, 휴게실로 나와 모처럼의 여유를 가져본다.

 



Still Image


Extra Shoo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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