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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un 17. 2020

액티브 시니어


□  Active Senior


액티브 시니어는 건강한 노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을 갖고 후반기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중장년이라 하겠다. 


사업과 직장에 머물 때와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며 창조적인 삶을 실행해가는 액티브 시니어는 여행, 의료, 스포츠, 의류, 평생학습, 교양과 문화적인 측면에서 향후 우리사회의 새로운 소비주역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甲午年 유월주말, 오랜 지기지우(知己之友)들과 40여년 만에 1박2일 여행을 함께했는데, 1976년 군 입대이후 앞만 보고 달려온 친구들이 육십 나이에 액티브 시니어로 변신해 돌아온 느낌이었다. 


지난해 사전 답사한 태안 [연그린 펜션]을 예약한 뒤, 1박2일 일정을 기다리는 동안 친구들은 모두들 소시적 소풍전날 들뜬 마음으로 출발 일을 기다렸다. 각자 타고 온 차를 아파트단지에 주차한 뒤 스타렉스로 바꾸어 타고 태안으로 향했다. (충남 태안군 남면 진산 1리 608/ ☎ 041- 675-9809)


충남 태안 연그린 펜션

10시경 과천을 출발해 서해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부인들과도 함께 섞는 담소가 즐겁기만 하다. 쉼 없이 웃고 떠들며 소란스럽던 주행 길에 충남서산 하나로 마트에서 장을 보기로 하고, 점심은 서산의 맛 집으로 소문난 간장냉면 집을 찾았다. 



서산의 토박이들만 간다는 구옹진 식당의 간장냉면은 다른 냉면들과 달리 검은색 육수가 독특함을 보이는데 육수에 돼지 뼈와 간장을 졸여 만들었다 한다. 구옹진 식당은 황해도에서 월남한 할아버지부터 3대째 이어오는 맛집이다.(서산 읍내동 141-22)



이곳은 간장육수를 만들기 위해 오후 4시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하니 냉면의 독특한 맛보다도 육수를 제조하는 정성이 돋보이는 맛 집인 듯하다. 6월 주말 서산 갯마을축제와 팔봉산 감자축제로 중간 길이 막혀 예정보다 1시간 늦게 도착했다.



오후 3시30분, 서둘러 태안 갯벌로 나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많은 사람들이 서해갯벌을 찾아 조개를 캔 까닭인지 동죽이 거의 보이질 않아 조개잡이보다는 초여름 태양아래 드넓은 서해갯벌의 시원한 바람을 쐬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저녁 야외만찬 후 펜션주인장 부부의 허락을 득해 늦은 밤까지 Sing·along을 하며 청소년시절로 돌아가 옛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지난 30여년 직장생활을 하며 이토록 맘껏 웃으며 즐거워했던 일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제부도를 거쳐 의정부 수락산 및 청평 대성리와 몽산포로 이어졌던 잊지 못할 1975년 얄개들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과거와 현실이 교차되는데, 지금은 함께하는 아내들이 평생붙박이 친구로 바꿨을 뿐인 듯싶다.


45년 지기 친구들

태안 연그린 펜션에 머무는 늦은 밤, 아내들은 먼저 잠자리를 청하고, 오랜 세월 격조했던 친구들은 삼경(三更)이 지나도록 라면으로 허기를 달랜 뒤 팔씨름과 팔 굽혀펴기로 설거지 당번을 정하며 개구졌던 중고교 시절의 깊은 정리(情理)를 새삼스레 나눠본다.



1969년부터 맺어진 나의 친구들은 고교 1학년부터 여름방학 때면 군용텐트를 둘러메고 어김없이 캠핑을 떠났던 숫한 사연을 보듬은 죽마고우들이다. 그간 각자의 삶에 묻혀 바삐 살아온 친구들이 40년이 지난 이제야 비로소 추억여행을 떠나오게 되었다.  



이순(耳順)에 들어선 친구들은 나이를 잊은 채 새벽까지 잠 못 이루며 동심으로 돌아가 청소년 시절을 회상하며, 지난세월 숫한 사연을 보듬었던 추억어린 제부도를 가을에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고교시절(72년) 캠핑 얄개들 


제부도 가을여행


그해 시월중순 액티브 시니어들은 다시 12인승 스타렉스에 몸을 실어 향수어린 제부도로 향했다. 제부도로 가는 길에 먼저 궁평리 항 단골회집에 들려 배를 채운 뒤 항구를 둘러보고 물 빠지는 시간에 맞춰 제부도로 들어갔다. 



1975년 캠핑 당시만 해도 제부도는 사람발길이 닫지 않은 작은 섬이었다. 하루 2번 바닷길이 열리는 물때를 기다려 들어간 섬에서 제부도 인근 동네 불량배들에게 일방적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들을 새삼 떠올려본다. 



섬에 갇혀 빠져나갈 수 없었던 그 시절, 뜨거웠던 칠월 햇살아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모래언덕 위 여학생들 앞에서 모래밭 아래로 힘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씁쓸했던 기억들이 40년 흐른 지금 얄개들의 정겨운 추억이 되어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했다.



두 시간을 돌아봤던 제부도는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추억어린 장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1970년대 제부도는 고즈넉한 해변을 감싸고 있던 인적 없는 작은 섬이었지만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오후 당일 찾아본 추억어린 바닷가는 주변이 온통 횟집과 유흥시설 뿐이었다. 옛 기억에 남아있던 해변 백사장은 없어졌지만, 바닷가로 이어지는 데크 길을 걸으며 기억되는 제부도 곳곳을 돌아보았다. 



함께했던 아내들에게 그때 그 시절 얄개들의 무용담을 간간이 부풀려 전하는 동안 40년 전 철부지 모습으로 되돌아가면서, 남은 세월 친구들 모두가 건강한 액티브 시니어로 함께 지낼 수 있기를 소망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 甲午年 시월 보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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