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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Sep 07. 2020

코로나와 뉴트로


Corona & Newtro


2020년 09월 06일 “코로나19가 불 지핀 복고 열풍... 추억을 통해 위안" 이라는 머리말 기사가 눈에 띄었다. 복고(復古)는 과거의 풍습과 모양으로 돌아감을 뜻하는데, 최근 ”뉴트로의 공습“이란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이다. 이는 단순한 복고가 아닌 새로운 외향과 기능을 갖춘 새로운 복고를 즐기는 경향을 의미한다. 2020년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라이프 트렌드(Life Trend)는 또 다른 변화를 맞고 있다.



YTN 뉴스에 의하면 최근 빌보드 핫100 정상을 차지한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는 음악적으로 미국 팝시장에 최적화된 노래라고 전한다. 이 곡은 디스코 리듬을 활용한 복고풍의 팝으로, 곡의 박자수가 춤추기에 최적화 된 곡이라 한다.


템포와 리듬이 박자마다 찍어주는 일정한 베이스, 드럼과 펑키(Funky)한 기타 스트로크(Stroke) 연주가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반복구절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후반부에 조바꿈을 통해 고양감(高揚感)을 극대화시켰다고 한다.



가사와 곡을 쓴 작사, 작곡가는 영국인인데, 그는 최근 미국 대중문화 전문지 인터뷰에서 “Dynamite는 12년 전 침실에서 처음 만든 곡으로 오랫동안 다듬고 다듬다가 음반사를 통해 방탄소년단에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박진영이 발표한 “When We Disco” 역시 복고풍의 디스코 리듬으로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을 날릴 수 있는 희망 메시지라고 하는데, 신나는 리듬에 맞춰 추는 디스코 댄스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한다고 전한다.



[라이프 트렌드]에 따른 시대별 문화는 다양한 방식의 세대로 불려왔다. 8.15광복과 한국전쟁 등 역사적 사건을 기준으로 [해방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더니, 80년대에는 정치상황에 따라 [386 세대]가 생겨났다.


90년대는 소비성향에 따라 X세대와 N세대로 불리더니, 2000년 들어서며 경제상황에 따라 [IMF 세대]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가 2011년 생겨났다. 이렇듯 한국사회는 10년 주기의 다양한 세대를 바탕으로 한 라이프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레트로(Retro)가 30~60대의 과거에 대한 그리움으로 복고에 빠져드는 현상이이라고 한다면 뉴트로(Newtro)는 한 단계 더 진화해 과거의 향수를 현재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하는 사회현상으로 10~2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복고 트렌드]는 과거문화를 누렸던 중장년층이 그들의 향수를 즐기는 소비층이었는데, 지금의 10~20대가 과거의 문화코드를 경험한 적이 없음에도 과거에 유행한 물건이나 콘텐츠를 찾는 것은 옛 것들이 주는 색다름과 신선함 때문이라 한다.



젊은이들은 다소 촌스럽고 오래된 물건을 오히려 레어템(rare item)이란 높은 가치로 여기면서 사라져버린 브랜드 이야기를 찾아내 새로운 스토리텔링 문화로 탄생시킨다.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복고 트렌드]가 1020세대에게 신선함을 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세월을 그리워하는 복고바람은 최근 코로나19로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추억을 통해 위안 받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낭만적 감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LP판을 뒤집고 버튼을 누르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복고풍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턴테이블과 도넛츠 음반은 60~70년대 아날로그 느낌과 뜻 모를 따뜻함이 전해진다. 요즘 케이블TV 드라마 채널에서는 30여 년 전에 방영했던 “서울의 달”, “아들과 딸”, “첫사랑”,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가 열풍이라 한다.


1990년대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삶과 애환(哀歡)울 그려냈던 “서울의 달”과 남자를 우선시 했던 1960~80년대 대한민국의 시대적 배경을 그려냈던 “아들과 딸”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드라마로 남아있다.

   


지금의 눈높이로는 화질과 음질이 열악하고 뻔한 스토리의 드라마가 2020년에 인기를 불러 모으는 이유도 복고(復古)에 대한 편안함일 것이다. 최근 제작되는 드라마가 너무 다양한 소재에 복잡한 구조인데 반해, 90년대 드라마는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당시 드라마가 상대적으로 문학과 예술적으로 우수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90년대는 지금보다는 시청률에 대한 압박을 덜 받았기 때문에 드라마 작가와 PD들이 소신을 가지고 감성을 잘 담아 만든 작품이 많았다고 평한다.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20~30대가 New-tro를 즐기며 90년대 드라마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거리의 패션도 벙거지 모자로 불리는 버킷햇(bucket hat)과 통바지 등 다양한 복고풍이 눈에 띈다.


1970년대 청년들은 장발머리에 판탈롱 나팔바지를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젊은 여인들은 미니스커트가 유행이었는데, 그 시절에는 경찰관들이 치마 길이와 장발을 단속하며 잡아가는 해프닝도 흔한 일 이었다.    

      

1976년 라떼는...

반세기를 넘어선 지금, 60~70년대 의상이 재현되고 있지는 않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젊은 날에 입고 즐겼던 패션과 시대문화를 일부 살리면서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것이다.


식품업계도 지난해부터 복고의 느낌을 재현한 [뉴트로] 영업판매에 가세했는데, 편의점에서는 30년 전 “따봉” 제주감귤이 판매되고 있고 소주는 30~40년 전 두꺼비 디자인으로 재출시 해 중장년층 향수 자극하고 1020세대에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내에는 복고를 느낄 수 있는 뉴트로 급(級) 장소도 있다. 허름한 공구가게와 오래된 제지공장이 빼곡한 골목사이로 노상주점이 자리하고 있는 을지로 3가는 어두워지면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20년 전 시간이 멈춰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소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곳이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든 것이 불안정한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창살 없는 감옥 아닌 감옥에 갇힌 채 과거로 시간을 되돌려 추억을 곱씹으며 복고(復古)를 통해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庚子年 구월 이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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