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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Sep 15. 2020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05)

우리는 신중년(新中年)



[6075 중년] '6075 경영멘토영세 商人들에 8,000차례 노하우 전수


▷ 은퇴자 모임 "희망도레미(사)" 
금융·기업·공무원 출신들이모여 도움 필요한 동네 상인 찾아가 대출상담을 돕고 판로 등 조언
 "아직 세상은 내 경험 필요로 해… 얼마나 흥분되는지 몰라요“


"강 사장, 장사는 잘되죠. 어머님도 잘 지내시고?"
"어이쿠, 전문위원님. 어서 오세요."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재래시장인 경창시장에 들어서면 빨간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성심떡집'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음료회사 영업사원을 하다 3년 전 창업한 강 사장과 그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시장통 13평짜리 떡집에 김광렬씨가 들어섰다. 


조흥은행 지점장과 중견 유통업체 임원출신인 김 이사는 1년 넘게 매달 한두 차례 이 떡집에 찾아와 자금 대출과 각종 경영 조언을 해준다. 


강 사장 모자(母子)와 김 이사가 만난 건 지난해 10월 강 사장이 노후화된 떡 뽑는 기계와 보일러 등을 교체하려고 '소액금융대출' 신청을 하면서다. 서울시와 제휴해 대출 상담을 해주는 희망도레미(사) 김 이사가 이곳을 찾았다.


김 이사의 대출·경영 조언은 영세업자들에게는 절실하고 소중한 것들이다. "아무리 이자(연 1.8%)가 낮아도 빌린 돈은 반드시 이자가 나가니 꼭 필요한 만큼만 대출받아라." 2,000만원을 빌리려던 강 사장에게 그는 1,750만원만 대출받게 했다. 판로도 조언했다. 


"시장을 찾는 고객만 기다리지 말고 인근 경찰서와 구청을 찾아가라. 승진자와 돌잔치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떡 수요가 있을 것이다." 김 이사는 성심떡집 외에 서울 등촌동의 족발집, 신월동의 야채 가게, 화곡동 식당, 경기도 성남시의 이삿짐센터 등 15군데 영세업자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준다.


‘희망도레미(사)’ 회원들은 화려했던 제1 전성기를 뒤로하고, 남을 돕는 희망찬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희망도레미는 김 이사 외에 IBK기업은행, 메리츠증권, KDB생명 등 금융기관의 지점장과 LG전자, GS칼텍스, SK텔레콤, 동아제약 등 대기업체 임원, 부장 출신들, 공정거래위원회 고위간부, 지하철 역장, 교사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20여명의 신중년들이 '소액금융대출'을 받은 영세상인 등에 경영컨설팅을 해주는 사단법인이다.


지금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동네 점포 180여 곳을 도와주고 있다. 매달 평균 200여 회, 그동안 8,000여 차례 '현장출동'을 했다. 그동안 상담해준 업체만 700여 곳이다. 희망도레미(사) 박용기 대표(동아제약 이사 출신)의 얘기다. 


"인생 제2 전성기란 게 이런 것 아니겠어요. 돈은 조금 덜 벌더라도 나의 경험을 아직 세상이 필요로 하는 곳에 쓸 수 있지요. 그 결실이 하나씩 맺혀가는 걸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데요."


우리주변에 60-75 시기를 제2의 전성기로 만들려는 신중년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의 어려운 계층에 전하는 일은 물론 직접 창업을 통해 젊은 시절 못잖은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서울대 이석원 교수는 "고령화 시대에 새롭게 주어지는 6075 시기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창업이나 자원봉사 등 다양한 시도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열 경제부 차장·특별취재팀장 (2013.11.27)




[우리는 노인이 아니라 신(新)중년]


장 씨와 같은 5060세대는 약 1340만 명에 이른다. 고도성장의 주역인 이들은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 조기 퇴직이라는 삼중고를 겪었다. 현 정부는 고령자, 노인 등 5060을 부정적으로 일컫는 용어를 폐기하고 ‘신(新)중년’으로 이름 붙였다. 다양한 재취업 정책을 통해 고령화시대에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젊을 땐 돈 벌려 일했지만 지금은 자신감 법니다”


한 시중은행에서 28년간 근무하다 2010년 명예 퇴직한 장기명씨는 퇴직당시만 해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실적압박 없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퇴직 직후 오라는 중소기업이 있었지만 취업을 거부하고 1년간 전국을 돌며 소설을 썼다. 


하지만 해방감에서 오는 만족은 오래가지 않았다. 장 씨는 그래도 일이 있어야 자존감이 유지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하지만 영리기업에서 일하긴 싫었다. 오랜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와 나누고 싶었다. 


마침 서울시와 비영리법인 ‘희망도레미(사)’와 사회적 기업인 ‘신나는 조합’이 함께 운영하는 ‘마이크로 크레딧’(무담보 소액대출)을 알게 돼 참여했다. 장기명씨는 현재 매달 영세사업장 20여 곳을 직접 방문해 대출심사를 하고, 재테크와 재무설계를 도와주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비록 한 달 수입은 50만 원 정도지만 만족감은 그 이상이라는 게 장 씨의 설명이다. “젊을 때는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면 은퇴 후에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일해야 자존감을 확립할 수 있어요. 내가 남을 도와줄 수 있고, 이 사회가 아직 나를 필요로 한다는 자긍심이 저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동아일보와 채널A, 대한상공회의소가 10월 31일, 11월 1일 이틀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하는 ‘2018 리스타트 잡페어’에서는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이 중장년일자리센터 등 신중년들을 위해 마련한 재취업 지원정책과 프로그램을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유성열 ryu@donga.com·김하경 기자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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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생방송 투데이" 방송 출연 (20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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