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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Oct 29. 2020

언택트 가을나들이(Ⅰ)

인제 자작나무숲


Untact 가을나들이(Ⅰ)


길어지는 코로나19로 힘들었던 한해, 산과 들이 가을빛으로 곱게 물든 시월이 끝나기 전을 택해 인제 자작나무숲으로 향한다. 상일동역 앞에서 10시경 출발해 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인제-홍천 방면으로 빠져나와 [설악로]로 올라타 자작나무숲길 주차장에 도착(11:40) 했다. 


인근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자작나무숲 탐방 길에 나선다. 추운 곳에서 자라는 자작나무는 주로 중부이북 산간지역인 강원도 태백, 횡성, 인제에서 볼 수 있는데 그중 인제는 대표적인 자작나무 군락지로 꼽힌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인제에는 원대리(院垈里)와 수산리(水山里) 두 곳에 자작나무 군락이 있다. 매봉산 원대봉 자락의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응봉산 자락 수산리 자작나무숲은 길을 따라 전망대에서 멀리 바라보는 자작나무숲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번에 방문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국유림이기에 산불조심 기간(3~4월)에는 입산이 통제된다. 따라서 하얀 눈에 안긴 그림 같은 자작나무 숲을 볼 수 있는 기간은 하절기(5~10월)로 9시~15시까지 입산이 가능하며, 동절기(11~2월)에는 14시까지 입산이 가능하다. (월~화는 휴장)



자작나무 탐방코스는 원정임도원대임도를 이용하게 되는데 등산과 하산을 달리하면 두 코스를 다 둘러볼 수 있다. [원정도로]는 경치가 좋은 반면 비탈길이기에 하산은 원정도로로 하고, 등산은 평평한 [원대도로]로 가는 것이 수월하다.



출발지인 [안내소]에서 입산기록 후 좌측 원대임도(院垈林道)를 따라 [자작나무 진입로]를 거쳐 [자작나무숲]까지 3.9km를 걷는데 1시간 40분이 걸린다. 산허리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진 원대임도를 택해 편안한 길을 걸으며 가을이 깊어진 숲을 만끽해 본다.  



갈림길 우측으로 [3코스]가 시작된다는 이정표와 안내도가 길을 유도한다. 완만한 임도로 산책하듯 가볍게 걸었으니, 명품 자작나무 숲을 보기 위해서는 땀을 흘리라고 제대로 된 3코스 등산로(1.2km)가 나온다. 계곡으로 오르니 [자작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1시간을 걸어 3코스인 [자작나무 진입로]에 들어서면 뽀얀 속살 같은 하얀 살을 대범하게 드러낸 자작나무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가을햇살을 받으며 푸른 하늘아래 걷는 숲길은 코로나로 지친 일상을 일깨우는 듯 등줄기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이어 [숲속교실]과 [인디언 집]을 지나 1코스인 [자작나무숲]이 나타나는데 사방에 널려있는 자작나무들이 노랗고 붉은 단풍 사이를 채우고 있다. 하늘로 높게 뻗은 새하얀 자작나무숲을 올려보니 어디선가 숲속요정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에 젖어든다.



이곳은 원래 소나무 숲이었는데, 솔잎혹파리 피해로 벌채한 뒤 1989년부터 1996년에 걸쳐 6ha(18,000여평)에 70만 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은 뒤, 2012년 가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해 20~30년 된 자작나무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나무의 여왕이라 하는 자작나무 숲에 들어서니 시야에 가득 넘쳐나는 하얀 나무숲이 더욱 새롭고 신비한 느낌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풍광에 절로 “숲의 백미”라는 탄사를 쏟아내는데 주저함이 없어 보인다.  



자작나무숲에 들어서면 자작나무 코스(0.9km), 치유 코스(1.5km), 탐험 코스(1.2km) 3개의 산책코스가 서로 연결돼 있다. 그중 [자작나무 코스]를 택해 50분간 둘러본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 새겨진 나무 조각상을 지나 나무숲으로 들어선다.



숲속에는 수피가 눈부신 미끈한 자작나무들이 도열해 있는데, 굵고 큰 나무의 수피에서는 밝은 윤이 난다. 정겨운 바람이 잎사귀를 흔들면 하얀 수피에 반사되어 눈부시다. 영화나 사진으로만 보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직접 마주하며 고운 표피를 만져보기도 한다.  



자작나무는 나무껍질이 하얗게 벗겨지고 얇아서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사랑의 글귀를 써서 남기는 낭만적인 나무이기도 하다. 자작나무는 한자로 화(樺)라고 쓰는데, 여기에서 비롯돼 결혼할 때 화촉을 밝힌다고 한다.



이는 촛불이 없던 옛날에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을 대용했기 때문에 화촉(樺燭)이라 했고 이로 인해 혼례 시 화촉(華燭)을 밝힌다고 했다 한다. 자작나무는 고로쇠나무와 함께 이른 봄 곡우(穀雨) 때 수액을 채취하는 수종이기도 하다. 



또한 자작나무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해서 조각재로 많이 쓰이는데 국보 팔만대장경의 일부가 자작나무로 만들어져서 그 오랜 세월 속에서도 벌레가 좀먹거나 뒤틀리지 않고 보존되고 있다 한다.



자작나무는 불태우면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해 붙여진 이름이다. 통상 20m 높이로 자라는데 백두산에 오르다보면 백옥같이 하얀 자작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온갖 나무 중 순수함을 잃지 않고 고고한 자태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나무라 칭송하기도 한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자작나무 군락은 애처로운 흰 속살을 드러내는 듯 차디찬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또한 새하얀 자작나무숲은 가을햇살에 곱게 물든 노랑 빨강 단풍과 어우러져 나의 눈길을 잡아놓고 한참을 머물다 가라한다. 



만추(晩秋)에 곱게 물든 자작나무숲은 가을의 운치를 한껏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힐링코스였다. 이곳은 고개 들어 파란하늘을 가득채운 높디높은 자작나무를 바라보며 무심히 스마트폰 셔터를 누르기만 해도 작품사진이 찍힐 수밖에 없다. 



그래도 더 멋진 풍경을 담고 싶다면 카메라 하나를 더 챙겨 그 욕심을 채워 봐도 좋을 듯 보인다. 자작나무 숲에 30분가량 머물다 돌아가는 길은 반대편 원정임도를 택했는데, [자작나무 숲] 탐방은 왕복 7km를 포함해 속삭이는 숲을 둘러보는 시간이 3시간 반이면 넉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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