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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Oct 30. 2020

언택트 가을나들이(Ⅱ)

설악산 / 속초


Untact 가을나들이(Ⅱ)

 

자작나무 마을을 빠져나와 설악로를 타고 [미시령터널]을 통과해 속초에서 하루를 머문 뒤 이튿날 설악산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설악산 무료주차장에서 국립공원 매포소를 통과하는데 도로에는 뜻밖에 많은 차량들이 늘어서며 정체가 이어진다.

 

[설악산국립공원]은 신흥사에서 문화재구역 입장료(성인)를 3,500원을 받고 있는데 카드사용이 불가하며 공원 내 주차요금도 4,000원을 받고 있다. 만65세 이상은 입장료가 면제되지만 케이블카 왕복요금(11,000원)은 어른면제가 없고 할인혜택도 없다.


□  설악산 케이블카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곳은 규제에 아랑곳없이 행락객들로 붐비고 있다. 1시간가량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해 승차표를 끊는데 넘쳐나는 인파로 1시간 넘게 기다리며 점심을 끝내고 신흥사(新興寺)를 둘러본다.



사적기(寺蹟記)에 따르면 신라 진덕여왕(652년) 때 창건된 신흥사는 천년세월 간 소실(燒失)되기를 반복하다가 인조 때 화재로 다시 절이 세워졌다. 이때 세 스님이 똑같은 꿈을 현몽하고 창건했다하여 신흥사라 불렀는데 당시 지은 법당과 대웅전 등의 건물이 현존하고 있다.


신흥사 일주문

일주문(一柱門)을 지나 사찰 경내(境內)로 향하는 우측 길목에는 1987년 세워진 통일대불(統一大佛)이 있다. 14m 높이의 청동불상은 보여지는 외관이 매우 거대해 보이는데,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불자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청동좌상을 설악산 입구에 봉안했다 한다.



신흥사 불전은 북에서 흘러내려 쌍천으로 들어가는 지류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다리를 건너야 한다. 가운데 아치형 나무다리는 비선교(飛仙橋)로 설악을 찾는 관광객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다리이다. [비선교]에서는 저 멀리 [세심교] 위로 울산바위가 선명히 보인다.


세심교 위로 울산바위

쌍천지류 상류에는 돌다리인 세심교(洗心橋)가 있고 왼쪽에는 금강교(金剛橋)가 있다. 사찰에는 사천왕문과 범종각, 아미타여래 좌상도 유명한데 케이블카 탑승시간 때문에 일일이 둘러보지 못하고 사찰외경만 사진에 담고 바삐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케이블카는 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출발을 기다리는 인파가 성시(成市)를 이루고 있다. 케이블카는 기상변동 영향으로 사전예약을 받지 않고 현장구매만 가능하다. 코로나로 40명만 태운 케이블카는 5분 만에 700m를 오르는데 주변풍경을 담다보면 어느새 승강장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다보면 정면으로 울산바위를 볼 수 있다. 속초시와 고성군의 경계에 병풍처럼 솟아있는 [울산바위]는 조물주가 금강산을 만들 때 경상도 울산의 바위가 금강산으로 찾아가다가 늦어서 이곳에 자리 잡게 돼 울산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울산바위 아래 신흥사(좌측)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신흥사]의 모습은 커다란 울산바위 줄기와 설악 대청봉에서 흘러내려 동해로 흐르는 쌍천의 물길을 끼고 있는 전형적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천년고찰임을 확인해주는 듯 깊어가는 가을을 머금고 있다.



승강장에서 내려 권금성까지 돌길을 따라 400m쯤 걷다보면 널찍한 암능(岩陵)에 도착한다. [권금성]은 외설악의 험준한 돌산정상에 있는 석성(石城)이다. 권금성 봉우리(800m)인 봉화대 정상에서는 내‧외설악의 경치를 볼 수 있는데 현재 안전을 위해  정상까지는 오를 수 없다.


권금성 봉화대

지금은 성벽이 거의 허물어지고 터만 남아있다는 권금성(權金城)은 신라 때 권(權)·김(金) 두 장군이 난을 피해 쌓았다는 설이 있고, 고려 때 몽골군이 침입하자 인근마을 백성들이 이곳에 성을 쌓고 피난하여 붙여진 이름이란 전설이 소개되고 있다.



[권금성]에 오르니 형형색색의 바위산이 위용을 뽐내며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평상처럼 비스듬히 올라붙은 바위중턱에 올라 왼편을 바라보면 가장 가까이 보이는 것이 만물상 봉우리이고 그 뒤로 1275고지, 나한봉, 세존봉, 유선대, 장군봉 등이 펼쳐져 있다.



[내설악]은 등산을 통해 설악(雪嶽)의 정기를 느껴볼 수 있지만, 권금성 전망대는 [외설악] 동쪽 모습을 가장 편하게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붉게 물들어가는 빛의 아름다움과 설악 산줄기를 배경으로 가을풍경을 담아 넣는다.



권금성에서 20여분을 머물다 내려와 설악동을 떠나 속초바다로 내달린다. 오후여행  마무리를 위해 [속초중앙시장]에 들러 재래시장 분위기외 수산시장 규모를 둘러본 뒤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오후 4시경 [아바이 마을]로 향했다.  



□  속초 아바이 마을


아바이 마을은 200여m 거리에 있는 조그만 선착장에서 “갯배”를 타고 건너간다. 속초 아바이 마을은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이 속초의 중심가인 중앙시장에서 수로(水路)같은 바다 건너편에 모여 살던 마을이다.



이 마을은 사람이 살지 않던 백사장이었는데 고향을 잃은 이북민(以北民)들이 자리 잡고 살면서 마을이 형성돼 “아바이”라는 마을이라 불렀다. 한동안 허름한 마을이었지만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를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이후로 여행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마을이 변하기 시작해 지금은 옛 모습은 사라지고 음식점과 카페 등이 마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동네는 보이지 않지만 마을로 들어가는 무동력선인 [갯배]가 196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바이 마을

갯배는 중앙시장 쪽에서 [아바이 마을]까지 좁다란 바다 수로(水路)를 건너가는 배인데, 생김새가 널빤지처럼 납작해 볼품없어 보인다. 갯배가 독특한 것은 배위에 탄 사람들이 쇠줄 로프에 갈고리를 걸어 끌어당기며 배를 이동시키는 무동력선이라는 것이다.



지난날 갯배는 속초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고 한다. 속초에 자동차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속초시내]와 [청호동]이 "청초호" 때문에 갯배를 타고 호수를 건넜다고 한다. 옛 시절에는 나무로 만든 목선이었을 갯배가 지금은 FRP 소재의 배로 변해있다.



지금은 아바이 마을을 이어주는 2개의 다리가 개통되어 차를 타고 가기가 쉬어졌는데 갯배가 다니는 구수로(舊水路) 위의 파란색 다리가 [금강대교]이고, 아바이 마을과 청호동을  이어주는 빨간색 다리는 [설악대교]이다.


금강대교(파랑)와 설악대교(빨강)

갯배를 타고 아바이 마을로 들어가 먼저 동네뒤편의 바다를 찾아가니 코로나와 무관해 보이는 강태공들이 여기저기에 낚시 대를 드리운 채 한가로움을 즐기는 모습이다. 이어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니 KBS드라마 가을동화의 “은서네 집”이 눈에 띈다.



[아바이 마을]은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보고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고 나오는 것이 여행의 전부이지만, 갯배를 타보는 것이 잠시 60년 전 과거로 회귀하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중앙종합시장으로 돌아와 차를 빼 영랑해안길 식당을 찾았다.



[속초등대전망대] 바닷가 인근에 위치한 속초맛집 [이모네식당]에 도착하니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BREAK TIME이다. 바다로 나아가 해변을 거닐다가 가오리찜으로 저녁식사를 마친 뒤 양양고속도를 올라타며 1박2일 가을여행을 마감한다.



2020년 2월19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 되다보니 새로운 랜선(LAN線) 여행이 대안으로 떠오르며 답답함이 더해가는 가을날, 언택트 여행을 시도하며 또 다른 추억을 쌓아본다.  - 코로나 元年 시월 스물 이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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