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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Dec 11. 2020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06)


영세 상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그늘이 되고 싶어


30여년 근무했던 은행의 정년이 다가오자 대부분의 동료들은 미소금융 등을  통해 다시 퇴직 후의 삶을 찾았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남은 긴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며 잠재된 재능과 경력을 활용한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오래지않아 그 기회가 찾아왔다.


  우연히 찾아온 맞춤옷과 같은


함께 은행에서 일했던 동기가 (사)희망도레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근황을 듣고는 내가 원하던 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희망도레미와 업무제휴를 맺고 있는 (사)신나는조합은 Micro Credit(저신용) 금융업무를 수행하는 사회연대 비영리 금융조합이다.


마이크로크레디트(MC) 업무는 재능기부에 따른 사회공헌활동 개념으로 1주일에 2~3일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남는 시간에 자신만을 위한 취미활동을 할 수 있고, 특히 정년(停年)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오래도록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내게 딱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금융전문위원 역할은 은행 30여년 경험을 살려 창업과 경영개선 자금을 신청한 소상공인들의 대출심사와 자금지원 후 경영멘토링을 수행하는 일이다. 사업장을 방문해 만난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은행재직 시절이었다면 대출심사 대상이 되지 못한 영세인들 이었다.


신용등급은 낮지만 정직하고 열심히 살려는 의지가 높은 영세 사업자들에게 내 손으로 다시 일어나 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에 소상공인들의 사업장을 방문할 때마다 뿌듯하기도 했다.


화양동 '모서리에 카페' 대표와 함께

또한 안정된 직장에서 큰 어려움 없이 화목한 가정을 꾸리며 아이들을 잘 키워냈다는 고마움과 함께 남은세월 우리사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일한다는 것에 흐뭇할 때가 많았다.    


2012년부터 사회적금융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150여명의 영세상인 대출심사를 수행했고 현재 40여명의 경영멘토를 지원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접촉이 두렵고 불안했던 대출심사와 멘토링을 수행하며 지친 한해를 마감하게 되었다.


❚  열심히 살고 있지만 코로나로 너무 힘들어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는 MC 전문위원 일을 수행하며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희망사다리를 전해준다는 생각으로 자존감을 키워가며, 어렵지만 힘을 내서 살아가는 영세 상인들을 만나볼 때마다 인생을 잘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사업장 방문이 금지돼 관리대상 상인들과 전화로 접촉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기에 비대면 통화에 많은 불편함이 따랐다.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매출관련 여부를 묻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싶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영세 자영업자의 '부가세 인하감면'과 서울시 '소상공인 생존자금', 정부 '재난지원금', '새희망자금' 및 '손실액 보상금과 방역지원금' 등 수시 지원내역을 상세히 전달해 주며 고맙다는 메시지를 받고는 안도(安堵)하기도 했다.


정부지원금과 금융자금을 추가한 영세 상인들은 급한 불을 껐지만 부채증가로 인해 또 다른 고통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불안감이 가중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의 위기에서 다소 벗어나있는 가게들도 있었다.


약수동 반찬가게

약수동 동아상가 반찬가게 김대표는 명절과 대보름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다보니 단골고객들이 확보돼 안정된 매출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갱년기와 체력저하로 장기입원을 하기도 했다.


일본인을 상대로 천연화장품을 판매하는 윤대표의 경우도 주문상품을 직접 일본으로 보내는 비대면 거래를 늘려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 전한다. 이들을 위로코자 가게를 방문해,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해 건강을 챙기며 멀리보고 가게를 운영하라 당부하기도 했다.


홍익동 화장품가게

하지만 줄어든 고객으로 연말세밑까지 월세를 걱정해야하는 가게들이 다수를 이루며, 하루 종일 마스크 착용으로 건강마저 나빠졌다는 상인들도 있어 착잡함이 더해지지만 오늘도 힘을 내 이 고비를 잘 넘겨보자며 위로를 전할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터널에 갇힌 채  한해를 마감하며, 어려운 상황과 깊어진 시름 속에서도 밝게 전화를 받아주는 진솔한 대표들을 대할 때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그들이 예전처럼 소박한 희망을 품어 안고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Auld Lang Syne 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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