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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Dec 29. 2020

미완청춘


未完靑春

 

산다는 게 말이지

이 나이가 되다보니

아주 오랜 기억을

떠올리는 일들이

조금씩 잦아지네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다보니

소리 없이 먼지가 내려앉듯

하루가 가고

모든 게 내가 아닌 듯

때론 낮선 시간에

한참을 머물기도 하지


아주 가끔

그 무엇도

내것같지 않을 땐

희미해진 모습을 떠올려 봐

남은 세월

두근거리던 마음이 

다시 생겨날지

모르겠지만


원두커피 향기와

따듯한 찻잔에

잠시 맘을 녹여보지만

펜데믹 공포에 갇혀

하루가 멀어지며

겨울 내려앉는 소리에

시들해진 청춘이 

의미 없이 흘러가네


설레임 가득했던

젊은 날의 청춘은

이제 곁에 없지만

추억을 회상하는 

한줌 남은 청춘이

오늘하루 나를 

버티게 하는지


매사 의지대로

뜻대로 할 수 없는 

답답한 요즘

뭐랄까

그냥 이럴 때는 말이야

아주 오래전 

두근거렸던 

기억들을 떠올려 봐


혹시

누군가에 들킬까

모른 척 다가갔던

기억 속 그 사람은

어디서 살고 있을지

간혹 그리운 사람은

그냥 미완의 청춘으로 

남겨두는 거야 




197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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