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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재 기행

동유럽 여행기(02)

폴란드

by 한주


폴란드(Poland)


아우슈비츠에서 1시간을 넘게 달려 크라쿠프에 당도해 그곳에서 하루를 머문 뒤, 여행 사흗날 [크라쿠프]에서 남동쪽으로 13㎞쯤 떨어진 비엘리치카로 향했다.


비엘리치카(Wieliczka)에는 197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소금광산(Salt Mines)이 있는데, 1,500만 년 전에 바다가 지형변화를 일으켜 지금의 소금광산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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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이곳은 13세기 이후 70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땅 밑에 형성된 소금을 파내고 있는 바위소금 현장으로, 약 2,600㎦의 암염이 채굴되며 폴란드 왕국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 구실을 했다. 소금광맥은 지하 9층까지 개발돼 327m까지 내려간다.


광산 내부에는 180개 이상의 갱이 있고 채굴이 끝난 2,000여개의 공간이 있는데, 갱도의 연장길이가 총 320㎞에 이르고 있으며 현재 2.5㎞만이 관광객에게 공개되고 있다. (서울~부산거리 420㎞)


2_02.jpg 소금광산 출입건물

17세기부터 소금 채굴량이 줄면서 소금광산으로서 의미는 퇴색했으나, 수백 년 동안의 굴착작업 과정이 완벽하게 드러날 뿐만 아니라 채굴과정에서 형성된 독특한 광산의 내부와 소금터널의 멋진 조각품들로 연간 8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2_003.jpg 소금광산 입구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의 관광수익이 하루에 1억 원이라 하니 관광산업이 주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큰지 짐작케 한다. 이곳이 관광자원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광산노동자들이 채굴을 하며 다양한 빈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예술작품 남겼기 때문이다.


2_020.jpg 광산입구 방문흔적

[소금광산]은 지하 64m지점까지 378개의 통나무 계단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 깊은 땅속은 바닥, 천장, 벽 모두가 소금이다. 1493년 이곳을 방문했었던 코페르니쿠스 소금 조각상이 있는데 왼손에 지구를 들고 있는 조각상 모습이 독특하다.


2_004.jpg 코페르니쿠스 조각상

통로 곳곳에 수백 년 동안에 만들어 놓은 각종 소금 조각상을 보노라면 황홀경에 빠진다. 또한 17세기 광부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단이 있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이 조각돼 있는 성 십자가 성당과 가장 오래된 성 안토니우스 성당도 있다.


2_005.jpg 성 안토니우스 성당

이곳 광산지하에는 소금으로 지어진 성당이 3곳이나 있는데 이는 광부들이 하루일과를 시작하며 그날그날 무사히 살아 갱도를 나가게 해 달라 기도했던 곳이라고 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지하 100m지점에 있는 축복받은 킹가 대성당(Chapel of blessed Kinga)이라는 예배당이다.


2_006.jpg 킹카 대성당

헝가리의 [킹카 공주]가 폴란드로 시집오면서 소금광산을 지참금으로 가져왔다하여 이곳 광부들이 마을의 수호신처럼 숭배되는 킹가 공주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한다. 길이 55m, 폭 18m, 높이 12m의 공간은 여느 지상의 예배당과 다를 것이 없다.


2_007.jpg 킹카 공주 소금조각상

특히 샹들리에까지 소금으로 만들어진 [킹가 대성당]은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투어의 하이라이트이다. 제단과 촛대는 물론, 성서의 중요 장면들을 묘사한 부조(浮彫)와 기독교 성인들의 조각상까지 갖추고 있다.


2_007_00.jpg 소금광산 갱도

채굴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엄청나게 큰 공간에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놓은 대성당의 발코니는 물론 팔각형으로 고르게 새겨진 바닥타일이 모두가 소금이며 천장에도 소금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대형 샹들리에가 걸려있다.


2_009.jpg 킹가 대성당 소금 크리스탈

성당 벽에는 최후의 만찬, 예수탄생의 장면 등 무려 1백여 점의 정교한 소금 조각상이 전시돼 있어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킹가 대성당]의 명물로 꼽히는 음각형태의 최후의 만찬은 다양한 각도에서 달리 바라보이는 신비감에 그 절정을 이룬다.


2_010.jpg 최후의 만찬

광산탐방 끝자락에 작업 광부들의 밀납인형을 전시해 놓은 방이 있는데, 관람도중 조명이 꺼지면서 캄캄한 어둠속에 쇼팽의 『이별의 곡』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은 이곳에서 작업 중 숨져간 광부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듯 엄숙하게 들려온다.


2_011.jpg 광부 밀납인형
이별의 곡(Etudes Op.10) 감상하기 (3분 37초)
https://www.youtube.com/watch?v=LoulSI54-Qw


☐ 크라쿠프(크라카우: Krakow)


비엘리치카를 떠나 오전 10시경 다시 찾은 크라쿠프는 교황 바오로2세의 고향으로 14~15세기 유럽대륙에서 크게 번성했던 폴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다. 17세기 초 바르샤바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는 폴란드 왕국의 수도였으며, 도심의 왕궁과 많은 중세 유적들이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바르샤바]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크라쿠프]에는 남쪽 비스와(Wisła) 상류둔치에 로마네스크(11세기), 고딕(13세기), 르네상스(15세기), 바로크(17세기) 등에 다양한 건축양식이 혼합된 바벨성이 있다.


2_010.jpg 바벨성

[바벨성]은 크라쿠프 주교에 의해 1000년 건설된 성으로, 알렉산드르 왕(1504년)부터 지기스문트 1세(1535년)까지 개조되며 르네상스 양식이 가미되었고 이때 비로소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1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초까지 폴란드 통치자들의 거주지로 사용되었던 [바벨성]은 르네상스 양식의 성격이 강하며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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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 강에서 바라볼 때 정면으로 멀리보이는 붉은색 지붕 건물이 바벨성이고, 성 왼쪽 앞에 2개 첨탑이 솟은 건물이 바벨대성당이다. 성 주위에는 아름드리나무가 늘어서 성을 에워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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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쿠프] 도심지 [중앙광장]에는 이 나라의 문화를 볼 수 있는 건축물들이 곳곳에 건재해 있다. 중앙광장은 총 4만㎡ 규모로 유럽 중세시대 도시의 광장으로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 이어 2번째로 큰 광장이라 한다.


2_015.jpg 중앙광장

따라서 인근에 많은 역사유적과 옛 건축물들이 남아있어 폴란드를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중앙광장]에는 13세기 건립된 고딕 양식의 웅장한 성 마리아 성당이 있는데, 일반 성당과 달리 두개의 첨탑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세워져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


2_013.jpg 성 마리아 성당 첨탑(좌측)

[첨탑]의 한쪽은 종이 달려있지만, 다른 쪽은 시가지를 관찰하기 위한 감시대 역할을 하도록 세워져 있다. 구(舊) 시가지를 보기위해 탑 전망대에 오를 수 있는데 인원이 제한돼 있다한다. [중앙광장] 가운데에는 고딕르네상스 양식이 혼합된 옅은 미색의 직물(織物)회관이 있다.


2_014.jpg 직물회관(우측)

그 길이가 무려 100m에 이르는데, [직물회관] 안에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민속인형, 가죽제품, 목조각, 테이블보 등 다양한 기념품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있으며 폴란드 특산물인 호박보석 가계가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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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주위에는 [성 마리아 성당]과 옛 크라쿠프 귀족들이 살던 [저택]이 늘어서있기에 짧은 시간동안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광장 안에는 중세 검투사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데, 중앙시장은 북적거리는 세계여행객들 자체가 큰 볼거리인 듯하다.


점심을 마친 뒤 투어버스에 올라 폴란드 국경을 넘어 3시간을 달려 오후 5시경 슬로바키아 [타트라 국립공원]에 들어서니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한가롭고 평화로운 느낌에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며 지친 하루를 마감한다.




Extra Shoo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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