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재 기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주 Oct 11. 2021

후지산

잿빛 추억 컬러링(09)


1995년은 IBK 기업은행에 입행 후 13년 만에 3급으로 승진한 해였다. 당시 인사적체로 대리발령이 늦었기에 이를 만회코자 노력했던 차장발령은 그간의 부단한 수고(受苦)와 지점장급 첫 명예퇴직 실시가 더해진 행운 덕분이었다.


또한 인사카드 전산등록에 따른 데이터베이스(DB)를 재정비하고, 시스템 조기정착에 따른 모진 고생 끝에 거둔 결실이었다. 95년 하반기, 인사시스템 발전 공로(功勞)로 본점 기획담당자들과 함께 일본과 싱가포르 영업점을 방문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후지산(富士山) 기행



09월18일(월) [김포공항]을 출발해 오후 1시 [나리타공항]에 도착해 점심식사를 마친 첫날 곧바로 후지산(ふじさん)으로 향했다. 나리타(成田)에서 후지산 오합목(五合目)까지는 4시간쯤 소요돼, 오후 5시 30분쯤 오합목에 당도했다.     


후지 스바루 라인(Mt. Fuji Subaru Line)이라는 유료 도로를 지나 [오합목]까지 오르는 통행료는 꽤나 비싼 가격이라 하는데, 2014년도 가격으로 2천 엔이라 한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일본은 물가뿐만 아니라 관광지의 입장료가 너무 비싸 국내여행을 다니기가 힘든 까닭에 주로 가족단위의 공원 나들이를 많이 한다고 한다.



후지산은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특히나 하얀 눈으로 덮였을 때의 모습은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한다. 일본 최고봉인 후지산(3,776m)은 일본열도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휴화산으로 하코네 [이즈(伊豆) 국립공원] 일부로 지정돼 있다.


약 1만 년 전에 형성됐다는 후지산은 수십만 년 전부터 반복된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성층화산]으로 1707년부터 휴지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후지산의 아름다운 풍모는 옛 부터 일본의 상징적인 존재로 알려지고 있는데, 일본인들은 후지산을 성스럽게 여겨 "오직 바라보는 산일뿐 오르지 않는 산"이라 한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일생에 한번쯤은 올라봐야 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도 한다.


대한민국 백두산은 2,750m, 한라산이 1,950m이니, 후지산이 백두산보다 약1,000m정도 높은 셈이다. 후지산 등산코스는 입구부터 정상까지 높이에 따라 10등분 하여 [일합목]에서 [십합목]으로 구분해 놓았는데, 합목(合目)이란 등잔에 가득 넣은 기름이 다 타들어가 불이 꺼질 때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구름에 덮혀 가려진 후지산

따라서 절반의 위치인 오합목(五合目)은 후지산 중턱(2,305m)을 의미하며, 오합목까지는 차선이 잘 정비돼 관광객들은 차를 이용해 쉽게 올라가 볼 수 있다.


후지산 등반 시, 대개 오합목(ごごうめ)부터 오르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곳에는 주차장과 간이 숙박시설이 있고, 관광객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후지산을 감상하는 셈이다.


오합목 휴게소

[오합목]에서 후지산 정상까지 등반시간은 약 9~10시간이 소요되는데 7월, 8월에만 등산이 가능하다. 후지산 입구 요금소를 통과하면 이치고메(1합목) 팻말이 보이면서, 산악도로를 따라 30분간 이어지는 고즈넉한 적송(赤松) 숲길이 꽤나 아름다워 보인다.


이후 침엽수와 잡목들이 이어지며 살아있는 수목(樹木) 한계선을 지나면 고고메(5합목)에 이른다. [오합목]에 이르러 후지산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하니, 이내 날씨가 갑자기 어두워지며 안개인지 구름의 연무인지 시야를 가리기 시작한다.



어쩔 수없이 눈앞에 보이는 오합목 선물가계와 식당 및 숙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대는 동안, 변화무쌍한 고산지대 날씨 탓인지 낯선 안개구름이 온전히 걷히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맑고 파란 정상봉우리가 시원스레 눈앞에 펼쳐진다.



변화무쌍한 후지산중턱 하늘이 언제다시 어두워질지 모르니 서둘러 사진을 찍어놓으라며 가이드가 재촉해 왔다. 오합목에서 40분쯤 머물다가 하산하는데 산악도로 옆 풍경은 구름에 가리어 산 아래의 높이가 좀처럼 가늠되질 않는다.



일본인은 [후지산]을 지극히 성스러운 영산(靈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후지(富士)라는 이름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같은 이름을 붙인 산들이 일본전역에 30여개나 있다고 한다.


후지산은 같은 발음의 다른 한자로 표기하면 불이산(不二山)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세상 하나밖에 없는 산"이라는 뜻으로 이러한 표현으로 볼 때 후지산에 대한 일본인들의 깊은 사랑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인도 백두산이나 한라산에 대해 많은 애정을 지니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않지만, 한반도 최북남단의 명산은 특히나 애국가에 나오는 민족의 영산(靈山)이기에 더욱 가슴깊이 새겨야 할 듯싶었다.


Kagetsuen Hotel

이어 하코네 소재 가게츠엔(花月園) 호텔로 향해 여장을 푸는데, 이곳은 1980년대 대중목욕탕 느낌의 온천탕이 딸려있어 매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구며 여행의 피로를 씻기에 제격이었다.


가게츠엔 호텔 온천탕

화월원은 깊은 산속 온천지역에 있는 유스호스텔 규모에 오래된 호텔로 1981년 5월과 이듬해 3월 조치훈 명인과 일본 다께미야 마사끼(武宮正樹) 대국이 열렸던 곳으로 호텔2층 로비에 대국(大局)관련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대국관련 사진

이른 아침 맑은 공기로 유난히 아침햇살이 반짝이던 [가게츠엔 호텔]은 창 너머로 후지산 전경이 바라보이는, 어느 작은 시골에 자리한 투박하고 한적한 숲속의 쉼터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유럽 여행기(0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