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의 고장 영광
신안-목포 맛집탐방
2025년 12월 하순, 용산 발 KTX에 탑승해 10시를 넘겨 광주 [송정역]에 도착했다. 광주행 고속열차는 처음 타봤는데 5개역(천안-오성-익산-정읍-송정)에 정차하면서도 1시간 50분 만에 도착하는 것에 새삼 놀라웠다. 거리가 동대구역 300km와 비슷한데 처음타본 탓인지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질 않았다.
역 근처 롯데렌터카에서 카니발을 빌려 탄 뒤 먼저 굴비의 본고장인 영광 [법성포]로 달려갔다. 전남 영광군 법성포(法聖浦)는 서해바다가 육지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는 천혜의 항구이다. 이곳 해안은 조석간만의 차가 매우 심한 곳인데 법성포구 만큼은 어업하기에 좋은 항구로 알려져 있다.
조기는 서해 어디에서나 잡을 수 있겠지만 영광 앞바다의 각 군도와 위도(蝟島)에는 조기어장이 있어 초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영광굴비가 유명했다. 연중 조기를 잡을 수 있는 시기는 8월말부터 4월 하순까지인데, 앞바다인 칠산어장을 지나면서부터 봄 조기는 산란을 위한 금어기(禁漁期)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 시기 알을 품은 칠산(七山)어장 조기를 잡아 올려 말린 굴비라 하니 최고의 맛이 아닐 수 없다. 법성포의 해풍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굴비는 줄에 꿰어 곧게 마른모양을 상징하기에 옛 부터 비굴하게 굽히지 않는 굳센 절개를 뜻함에서 유래되었다.
일설에는 고려 인종 조에 왕위를 넘보다가 법성포에 귀양 온 이자겸이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로 말린 참조기를 왕에게 진상하며 그 이름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굴비(屈非)라 지어 보냈다한다. 이후 영광(靈光)의 옛 이름인 精州를 붙인 [정주굴비]가 말린 참조기의 공식이름이 됐다고 한다.
이 고장 굴비는 봄날 법성포로 불어오는 해풍과 쌀쌀한 날씨에 영광의 특산품인 천일염 등으로 굴비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여름날 찬물에 밥 말아먹던 굴비찜, 말린 굴비를 찢어 고추장에 재먹던 고추장굴비, 하얀 쌀밥에 찐보리굴비 한 점 얹어먹던 기억을 떠올리며 맛집탐방 첫날을 시작했다.
카니발에 올라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영광군 법성의 [새깍두기식당]. 이곳은 지역 거주민들이 찾는다는 노포 맛집이란 가게이다. 식당으로 가는 대로변 건물 이곳저곳에는 굴비가 주렁주렁 널려있는 것이 이 지역이 영광임을 실감케 한다. 영광 관광안내도를 살펴보니 법성포에서 7분 거리에 [새두기식당]이 있고 좌우에 굴비수산 도소매가게와 건어물 가게들이 널려있다.
벽면에는 KBS방송 ‘김영철의 동네한바퀴 방영집’에 나왔던 사진과 이곳을 방문했던 연예인들 사인도 걸려있는데, 이보다는 ‘2020 전남 영광군 우수영업점’ 인증서가 붙어있어 믿고 먹을 만했다. 메뉴에는 게장정식과 굴비정식이 각각 있는데 [게장정식]을 시키면 굴비 한 마리와 함께 다양한 반찬들이 나온다.
알이 가득 찬 꽃게의 비주얼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데 게장은 짜지 않고 뒷맛이 달달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게 등딱지에 쌀밥을 얹어 비벼먹다 보면 밥도둑이라 불릴 만큼 식욕이 돋아진다. 함께 차려진 살점 있어 보이는 굴비도 실해보인다.
상추에 버무려진 도토리묵도 맛깔나 보이고 아삭아삭한 밑반찬들에 햅쌀밥까지 믿고 먹을 만한 맛집이다. 이 식당에서는 ‘굴비’와 말린 굴비를 찢어 고추장에 박아먹는 ‘고추장굴비’를 직접 팔고 있고 ‘영광모시송편’도 판매하고 있어 요것조것 주워 담기는 했지만 현지구매라는 가격특혜는 없기에 다소 아쉬웠다.
☞ 전남 영광군 법성면 굴비로 7-2 ☏ (061) 356-7944
점심식사 후 1시경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러 장을 본 뒤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영광대교’를 건너 멋진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바닷가 카페로 달려가 보았다. 영광군 백수읍 해안로에 위치한 [카페보리]는 바다와 청보리밭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멋진 뷰와 함께 잠시 머무는 동안 만에도 힐링이 되는 곳이라고 한다.
입구부터 특색 있는 [카페보리]는 아메리카노가 없고 대신 콜드브루를 제공하는 커피전문점이다. 그리고 라떼와 에이드와 디저트가 있는데 가격이 강남권 수준이었다. 주차장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평일에는 별반 문제돼 보이지 않는다.
모던한 카페건물은 보리밭과 서해바다를 배경으로 테이블 배치가 뷰 감상에 최적화 돼있어 찻값이 비싸다는 생각을 날려버린다. 야외좌석은 보리수확기인 5~6월에 분위기가 더 좋을 듯 보이며 카페내부 좌석배치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일자로 길게 배치한 것이 독특하다.
널따란 통유리 창 너머 오션 뷰가 멋진 인테리어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다. 해안이 바라보이는 좌우측에는 반기는 이 없는 겨울철 나무 한그루가 외롭게 서있다. 청보리가 올라오는 푸른 계절에는 그 외톨박이 나무아래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진도 찍고 차도 마시다고 한다.
이 카페는 보리커피와 메밀차가 인기 있다하는데 콜드브루도 추천할 만하다. 떠나는 초겨울을 재촉하는 듯한 무성한 억새와 백수해안가를 배경으로 커피를 마시는 동안 잠시나마 아득한 분위기에 머무를 수 있었다.
☞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해안로 787 ☏ (061) 351-7877
영광군을 빠져나와 칠산대교를 건너 늦은 오후 신안군으로 들어갔다. 솔섬과 사옥도(沙玉島)를 거쳐 증도(曾島)에 도착하니 곳곳에 염전이 가득 널려있다. 해안도로를 끼고 회도(會島)에 이르러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이틀간을 묵었다. 이곳은 신안군 증도섬 맨 아래 해안가에 위치한 뷰가 멋진 리조트이다.
연식이 좀 됐지만 3층 건물에 테라스도 있고 생각보다 규모 있는 예쁘게 잘 지어진 리조트이다. 객실컨디션도 괜찮고 특히 바다를 바라보며 이용할 수 있는 욕조가 꽤나 낭만적이다. 리조트 아래에는 해변이 있는 해수욕장이 있고 해안산책로와 포토 존이 잘 꾸며져 있다.
[엘도라도]는 크고 작은 신비의 섬들이 가득한 서해안 다도해(多島海)를 품은 신안군 증도에 위치해 섬과 바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탁 트인 서해바다부터 금빛 낙조까지 아름다운 조망을 감상하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첫날 저녁식사는 [엘도라도 리조트]의 명품치킨이라는 가마솥치킨으로 갈음했다. 이곳 치킨은 하루전날 튀김옷을 반죽해 숙성한 뒤 가마솥에 오직 한마리만 넣어 튀김옷과 치킨 살을 골고루 익히기 위해 긴 시간동안 저어준다 소개하고 있다.
☞ 전남 신안군 증도면 지도증도로 1766-15 ☏ 1544-8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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