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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Nov 19. 2015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01)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01)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는 방글라데시의 배고픈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건네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자는 취지에서 1976년 그라민은행이 설립되면서 농촌 빈곤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출사업이다.


기술과 경험은 있지만, 신용과 담보 문제로 일반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사회취약 계층에게 소액자금을 무담보, 무보증으로 대출해줌으로써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마이크로 크레디트社는 대부분 비영리법인으로 이뤄져 대출에 따른 수익보다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적기업 형태로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저금리의 대출을 운영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내가 활동하고 있는 (사)희망도레미는  마이크로 크레디트社인 (사)신나는조합과  업무제휴를 통해 창업기회를 마련하려는 영세민들의 대출심사와 이들의 자활을 격려하고 연체를 방지하기 위한 사후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라민은행 한국지부로서 시티은행이 지원한 10만 달러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2000년 설립된 신나는조합은 2011년 까지 창업 및 운영자금 으로 약 65억원을 지원하며 750명의 지속가능한 자활을 달성했다. 


(사)신나는조합의 강남지역  창업대출 심사 전문위원으로 활동하 자금지원 후 경영멘토링 사후관리를 수행하고 있는 영세사업자 중 한분을 소개해 본다.

 


박외경씨는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프리마트에서 남편과 함께 반찬가계를 운영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의 베이비부머 중 한 사람이다. 그녀가 내 누이동생과 동갑인 60년 생이니, 남편은 나와 비슷한 연배일 것으로 짐작 되어진다.


프리마트는 중소형규모의 지하상가로 최근 휴일 영업금지 논란이 되었던 대형마트 형태에서 벗어나 있다. 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과의 분쟁 여지에서 빗겨나 있어  영업에는 지장이 없지만, 이들 부부는 1년 내내 휴일 없이 영업을 해야한다. 


더욱이 마트의 영업규약상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 중년의 부부는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말한다. 


박외경씨는 밑반찬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남편은 시장에서 야채를 구입해 가계에서 직접 반찬조리를 돕고 있는데 여름철에는 반찬을 소량으로 만들어 포장 판매함으로써 재고가 오래가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다.


2010년 11월 창업한 박외경씨는 그간의 경험상 동절기 보다 하절기에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6월 매출이 전월에 비해 줄어든 상황으로 이러한 매출감소는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있다.


다행히도 7월 여름철 에는 밑반찬 이외 고추장 장떡과 명태전이 제법 잘 팔려 나갔고, 8월에는 한달 내내 유례없는 폭염이 머물면서 잦은 비와 태풍으로 상당한 매출감소가 있을 것으로 걱정했었는데 무더위와 악천후로 인해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며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하지만 더울 때나 추울 때 가계를 찾는 고객이 많기에  상대적으로 실내환경이 열악할 때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특히 하루 12시간 영업으로 몸이 고달팠는데, 최근들어 남편이 가계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피곤하고 힘들 때 서로 맞 교대로 쉴 수 있다며 좋아하고 있다.


향후 돈이 모아지면 자신만의 가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는 소박한 꿈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부부를 마주하는 동안 그들에게서 또다른 희망이 읽혀진다. 가계를 이전할 경우에 서두르지 말고 인근 주민의 경제수준에 따른 소비형태를 세밀히 분석하는 등 신중한 판단에 따라 결정할 것을 슬며시 조언해 본다.

박외경씨는 3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그중 큰 딸은 방송작가 초년생이고 작은 딸은 취업준비를 위해 기술을 배우고 있으며 막내아들은 초등교 5학년이라 한다. 박외경씨는 늦둥이 외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힘과 용기가 생겨난다며,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반찬가계를 창업하면서 신나는조합으로 부터 당초 1,000만원을 신청했었으나, 남의 돈을 빌려 쓰는 것이 무섭고 겁도 나서 고민 끝에 700만원만 대출 받았다고 전하는 이들 부부에게서 때 묻지 않은 순박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2013사후관리를 담당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이들 부부를 통해 우리사회의 열악한 조건속에서도 희망을 놓지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정직한 서민들을 재발견한 느낌이다.



나 역시 (사)희망도레미를 통해 자신을 되돌보며 인생을 다시 배우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외경씨는 50대 중반나이에 비해 막내아들이 늦은 편으로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필요해 보이지만, 그들의 수입 구조가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적은 수입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외 개인연금을 납입하고 있고 큰 딸 앞으로 5년만기 희망통장에 매월 10만원을 불입하고 있는데 만기 시에는 원금의 두 배인 1,000만원을 받게 된다며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어색했던 첫 번째 방문이후 매번 방문 때는 갓 지져낸 장떡을 먹어보라 건네며 따뜻하게 맞아주고 있다.

대출심사를 거쳐 사후관리 멘토링이 진행될 경우 가게  시 전문위원들을 몹시 귀찮아 할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이 한순간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지난 30년간 몸에 밴 은행생활에서 고객관계가 얼마나 상투적이었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이들 부부의 따뜻한 정에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자, 8월 방문 시에는 박카스 한 상자를 사서 건냈더니 다음 달 방문 때는 비빔밥을 만들어 함께 먹자며 고마워한다. 


사후관리방문 시 밝고 건강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이들 부부에게서 우리사회의 또다른 희망을 찾아보며, 큰 고민 없이 선택했던 재능기부 사회공헌 일이지이들에게 나의 모든 경험을 희망과 격려로 나눠줄 수 있도록 전(倍前)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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