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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Apr 13. 2016

어느 봄날의 문화산책


 ■  어느 봄날의 문화산책  

    

매서웠던 긴 겨울도 어느덧 사라지고 완연한 봄의 기운이 일상에서 느껴지고 있다. 늘 이맘때면 움츠렸던 동면을 벗어나듯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데, 문득 아를르(Arles)에 대한 호기심이 밀려든다.


「조르쥬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L'arlesienne Suite) 중, 플루트가 연주되는 미뉴에트(Minuet)와 「빈센트 반 고흐」 작품 중 밤의 카페 테라스 별이 빛나는 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노란 집 등이 모두 아를르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선율과 화폭에 담아낸 걸작들이다. 아를르라는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기에 세기(世紀)의 음악가와 화가가 명작을 남겼을까 궁금증으로 다가온다.     


청소년시절 내가 음악이론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1969년 중학2년 때였다. 당시 음악 선생님이 작곡의 기초이론을 가르쳐 주었는데, 그때 장·단조에 따른 화음전개를 배우게 되었다. 통상 화음(和音)의 진행은 으뜸화음으로 시작해 버금딸림화음과 딸림화음을 거쳐 으뜸화음으로 끝나며, 으뜸음을 기본으로 조성(調聲)에 따라 키(Key: A조~ G조)가 정해진다는 것을 배웠다.


이후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던 것은 중3 담임이 미술전공 이었기에 그 시절 미술이론에 눈을 뜨게 되었다. 중학시절의 짧았던 배움이 평생 동안 예술에 대한 촉감과 감흥을 간직하며 살아가도록 해준 셈이다.


밤의 카페 테라스 (1888년, 런던 국립박물관)과 실제 아를르 카페 전경

아를르(Arles)는 남프랑스 프로방스(Provence) 지방의 일부 작은 마을이다. 젊은 날의 고흐는 유난히 별이 무수히 빛나는 밤하늘을 무척 좋아해, 아를르의 아름다운 밤 정경을 아리따운 보라색과 푸른색 및 초록색과 회색으로만 표현하고 가로등에 비치는 광장은 오렌지와 그린 톤의 담황색으로 담아내고 있다.


또한 낭만주의 색채가 매우 짙은 비제의 오페라 곡인 「아를르의 여인」 모음4곡 중 하프 반주와 플루트의 아름다운 화음을 느낄 수 있는 제2모음곡 3번의 "미뉴에트" 부분은 여름날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선율의 아름다움이 최고의 절정을 이룬다.


아를르의 여인들(Ladies of Arles) 

36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비제의 작품 중「아를르의 여인」은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곡으로, 프랑스 남부 농촌청년이 아를르 투우장에서 만나 사랑하게 된 여인이 다른 남자에게 멀리 떠나자 목숨을 끊는다는 줄거리에 삽입된 곡이다. 비제가 세상을 등진 후, 13년이 지나 고흐는 아를르의 여인들(Ladies of Arles)을 작품으로 완성(1888년)하기도 했다.


자살로 37세 짧은 삶을 마감(1890년)한 고흐는 열정과 번뇌를 혼자 가눌 수 없는 그림에 대한 자존심이 가득했던 사람이었다. 고독과 가난 속에 예술을 위해 몸부림치다 비참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남긴 값진 작품들은 후세에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나 여름 밤하늘의 별을 좋아했던 그의 작품은 싱어송 라이터 "돈 맥클린"이 「빈센트」곡의 노랫말 속에 삽입해 음악을 통해 고흐(Vincent van Gogh)의 삶을 영원히 추모하고 있다.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별이 반짝이는 밤(Starry, starry night) 여름날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Look out on a summer's day) 팔레트에 파란색과 회색물감을 칠해 봐요(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내 영혼에 깃든 어둠을 볼 수 있는 눈으로(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언덕위에 드리워진 그림자, 나무들, 수선화를 그려봐요(Shadows on the hills, the trees and the daffodils) 겨울의 차가운 느낌과 봄날의 산들바람조차 화폭에 담아 하얀 눈 덮인 세상위에 유채색을 입혀 봐요.(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노란집(The Yellow House) 

고흐가 자신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잠시 그의 영혼을통해 그가 온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고통 받았을지 그리고 자유로워지려 얼마나 몸부림 쳤는지를 가늠해 본다. 빈센트(Vincent) 곡을 들으며 뭇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아마도 영원히 들으려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노랫말을 되새겨본다.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쬐는 어느 날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찰나의 오수(午睡)에 잠길 때, 아를르 광장의 모퉁이 좁다란 뒷골목을 거닐다 발견한 고흐의 노란 집을 연상(聯想)하며, 무심코 훌쩍 떠나고픈 문화기행을 통해 동시대를 예술인으로 함께 살며 요절할 수밖에 없었던 고흐비제의 숨결을 머지않아 아를르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를르의 여인 중, Minuet(플루트)

https://www.youtube.com/watch?v=lEgRwjJVJsw&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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