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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Mar 10. 2016

춘래불사춘


■  春來不似春

     

본격적인 춘계가 시작되며 몽골고원에서 발원한 황사가 남동진(南東進) 한다는 일기예보와 함께 서울시가 황사와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5월까지 24시간 대응체제를 가동한다 전한다.


찬바람이 불며 다시 찾아온 꽃샘추위는 겨울로 회귀하는 느낌이지만, 봄철 황사가 시작된다는 것은 꽃샘추위가 물러가려는 자연현상일 것이고 춘분절기도 도래했으니 곧 산수유를 시작으로 진달래와 개나리가 봄 산을 장식하게 될 것이다.  


매년 봄의 계절이 오면 뭔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부푼 희망을 갖게 된다. 춘분(春分)은 지루한 겨울의 속박에서 벗어나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이며, 추운 북한지방에서도 추위는 춘분까지라 했다.


우리선조들은 춘분 일을 농경일로 삼고 파종할 씨앗을 이웃끼리 나눠 뿌렸는데 이러한 춘분절기에도 바라보이는 산등성이 음지에는 아직 하얀 눈이 간간이 남아 있다.



늘 이맘때면 중국의 절세미인 왕소군(王昭君)으로부터 전해지는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떠올리게 되는데, 고대중국의 4대 미인을 논할 때는 "침어낙안폐월수화(沈魚落雁, 閉月羞花)"라 칭한다.


오나라 서시의 미모에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조차 잊은 채 물밑으로 가라앉았고, 한나라 왕소군 모습에 기러기가 날개 짓을 멈추고 땅으로 떨어졌으며, 여 여인 초선의 미모에 달도 부끄러워 구름사이로 숨어버렸고, 당나라 양귀비의 자태에 꽃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한다.

      

이들 여인 중 전한(前漢) 황제인 원제의 후궁이었던 왕소군이 흉노족 왕에게 끌려가 살면서 황무지인 오랑캐의 땅에서 자신의 애달픈 처지를 한탄하며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이라 읊었다.


지난날 중생에게 무소유의 가르침을 설파한 법정스님은 "매화는 반개 했을 때, 벚꽃은 만개(滿開)했을 때, 복사꽃은 멀리서 봤을 때, 배꽃은 가까이서 보았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라며 봄에 피는 꽃들을 예찬하기도 했다.



봄날 하얀 배꽃을 예찬함에는 고교시절 배웠던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려 전해오는 다정가(多情歌)만 한 것이 없을 듯하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귀(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냥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고려 말 문인 이조년은 한 수 시조(時調)를 통해 봄날 늦은 밤 은하수가 펼쳐진 달빛아래 봄을 잉태한 물오른 나무 가지 위에 두견새와 함께 하얀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배꽃의 향기로움을 전하고 있다.     


해가 바뀔 때마다 희망을 품은 봄을 성급히 기대하다보니 그 조급함에 항상 춥게 느껴지는 춘삼월은 올해도 역시 봄 같지 않은 봄으로 느껴진다.


이번 주말까지 꽃샘추위가 이어진다는 일기예보처럼 이맘때면 봄추위가 우리 곁에 항상 머물러 있기에, 계절을 서두르는 사람들에게는 오는 봄이 너무 멀게 느껴지고 가는 봄은 아쉽도록 짧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매사 서두르지 않는 편한 마음으로 진정한 봄, 사월이 오를 느긋이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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