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오늘도, 이렇게

by 장건호

오늘은 인도에 돌아온 지 9일째 되는 날이다.
뭐 특별한 것도 없는데
시간은 진짜 빠르다.

요즘은 거의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
딱히 어딜 가고 싶은 것도 없고,
밖에 나가면 뭘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아침에 눈 뜨고 커피 한 잔 마시고,
그냥 그렇게 멍하니 있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져 있다.

예전 같으면 여행 왔으면 뭘 해야 할 것 같고,
안 나가면 하루가 아깝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별로 없다.
그냥… 하루가 알아서 지나간다.

예전엔 매일 뭔가 찾아다녔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럴 에너지도 잘 안 난다.
익숙해졌다고 해야 하나,
무뎌졌다고 해야 하나.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거 보고 있으면
내가 흘러가는 건지,
시간이 나를 지나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 도시도, 이 공기도, 이 조용한 오후도
낯설진 않은데
그렇다고 완전히 편한 것도 아니다.

그냥... 그런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날들이 의미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뭘 남기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뭐,
이렇게라도 흘러가고 있다는 게
안 멈춰 있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

가끔은
너무 특별하지 않은 하루가
나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오늘도 이렇게 흘려본다.

이렇게 나는 또 하나의 이곳의 공기에 익숙해지고 있는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