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삶은 괜찮은걸까

by 장건호

나는 자주 떠돈다.
정확히 말하면, 자주 ‘떠나고 싶은 마음’을 품는다.

그 시작은 서울이었다.
일하고, 버티고, 무너지고…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나는 어느 날, 가방을 쌌다.

제주도로.

모든 걸 멈추고 싶었다.
도시의 소음, 빽빽한 스케줄, 끝없는 경쟁에서 도망치듯
나는 바다를 보러 갔다.

제주에서 혼자 2년을 살았다.
그 시간은 분명 나를 살렸지만,
어느 순간부터 또 다른 답답함이 나를 조여왔다.

그래서 나는 떠나기 시작했다.

일본으로.
한 번, 두 번, 많게는 1년에 다섯 번.
그 익숙한 질서와 조용한 거리,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잠시 숨을 쉬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를 보러 체코와 폴란드.
목적은 있었지만,
사실은 내가 뭔가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다음엔 태국, 중국, 홍콩, 마카오.
정확한 목적은 없었다.
그저 떠나고 싶었고,
떠나는 동안만큼은
내 삶이 내가 아닌 것 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인도에 있다.

세 번째 방문이다.
이번엔 여행이라기보다,
정착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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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묻는다.
“이젠 좀 자리를 잡아야 하는 거 아니야?”
“계속 떠돌아서 뭐가 남아?”

나도 가끔 헷갈린다.
나는 무책임한 걸까?
아니면 책임져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도망치는 걸까?

떠나면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어딜 가든 결국 ‘나 자신’은 따라온다는 거다.

불안, 후회, 자책…
다시 짐을 풀어도
그 감정들은 여전히 내 곁에 있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떠도는 삶은 도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해가는 방식일 수도 있겠다고.

정착이란 단어가 부담스러웠던 나는
떠돌면서 오히려
‘나는 어떤 삶을 원하지 않는가’를 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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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삶은
가끔은 외롭고,
종종 불안하고,
자주 후회스럽다.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확신을
조금씩 얻고 있다.

그거면,
떠도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