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더 이상 설레지 않을 때,
나는 나에게 묻는다.
왜 아직도 떠나고 있는 걸까.
처음엔 모든 게 반짝였다.
비행기 이륙 소리조차 가슴을 뛰게 했고,
낯선 도시의 냄새,
첫날 밤 혼자 걷는 골목길조차 영화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디를 가도 비슷한 풍경,
비슷한 감정,
비슷한 공허함이 따라온다.
요즘 나는 새로운 도시를 가도
정보를 잘 찾아보지 않는다.
그 도시엔 뭐가 있는지보다,
내 기분이 어떤지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맛집도, 유명한 관광지도
이젠 큰 의미가 없다.
이 도시에서
나는 또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숙소로 돌아갈 것이다.
---
어쩌면 나는 설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익숙한 감정의 반복에 중독되어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방황을 정당화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행은 설레는 거 아니야?”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지만,
여행이 늘 설레야 한다면,
나는 이제 여행자가 아니다.
나는 이제 ‘여기 아닌 어딘가’를 향해
감정 없이 걸어가는 사람,
그냥 도망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
하지만,
그 무감각함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뭔가를 느낀다.
내가 지금 무뎌졌다는 것.
내 안에 뭔가가 닳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시,
내가 뭔가를 ‘진짜로’ 느끼고 싶어한다는 것.
여행이 더 이상 설레지 않을 때,
나는 비로소
왜 여행을 계속하는지에 대해
조금씩 솔직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난 아직
여행이 설레지 않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