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듯 떠난 여행에서 마주한

by 장건호

여행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나는 자주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제일 처음을 떠올린다.
처음 내가 여행을 떠난 이유는,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다른 세상이 궁금했다.
새로운 냄새, 낯선 언어, 색다른 거리와 사람들.
그 낯섦이 나를 설레게 했다.
그땐 단순히, “그곳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가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궁금함만으로도 충분히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계속되진 않았다.

한국에서 메가커피, 고깃집, 택배, 택시까지.
수없이 다양한 일을 해도,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몸은 일하고 있지만, 마음은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한 채 떠다녔다.


제주에서도 살아보았다.
“제주 2년 살았어요.”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부럽다, 자유롭다 했지만
사실 그건 또 하나의 도망이었다.
서울이 버거웠고, 일상이 숨 막혔다.
그래서 나는 가장 멀고 한적한 곳에서,
나를 잠시 잊고 싶었다.

그리고 인도.
첫 번째 인도는 충격 그 자체였다.
모든 게 정신없고, 진하고, 낯설었다.
두 번째 인도는 익숙했고, 그래서 편해졌고, 그래서 덜 설레었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인도.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왜 또 떠났을까?

이번에는 그 어디도 설레지 않았다.
새로운 도시도, 붐비는 거리도, 낯선 풍경도.
이젠 더 이상 새롭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인정했다.
나는 지금 현실이 두려워서 떠난 거구나.
도망치고 싶어서,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나를 어디론가 묻어버리고 싶어서 떠났구나.

여행이 좋아서 떠난 게 아니었다.
살기가 너무 숨막혀서 떠났던 거였다.

그걸 인정하는 데 오래 걸렸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어딜 가든 결국 나 자신은 따라오고,
도피는 영원할 수 없으며,
여행은 결국 내가 마주하지 못한 것들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이었구나.

나는 지금도 여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단순히 도망이 아니라
살기 위한 움직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여행은 무엇인가.

그건 아마도
내가 나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가장 솔직한 방식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