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에서 마주한 진짜 고요

by 장건호

라다크에 도착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느낀 건 ‘침묵’이었다.

사람이 없는 조용함이 아니라,
내 안에서 울리던 모든 잡음이 멈추는 고요.
서울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었던,
아주 낮고도 깊은 정적.

그 고요는 처음엔 낯설었다.
불안할 만큼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하루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도
괜찮은 걸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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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그 고요가 조금씩
나를 감싸주기 시작했다.

기도시간마다
사원에서 울리는 저음의 기도 소리가
마을 전체를 천천히 적신다.
그 소리는 마치
이 마을의 리듬이자 호흡 같았다.

그 순간,
나도 그 조용한 숨결 속으로
조금씩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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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내가 여태껏 본 것과는 전혀 달랐다.

돌산과 설산이 겹쳐진 풍경.
황량한 색과 순백의 색이 함께 있는
이상하리만치 현실 같은 장면.
그리고 그 위에
너무 가까운 하늘.

나는 정말로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숨이 조금 찼지만,
그게 오히려 벅차오르는 감정과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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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요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살고 있었다.
아무 일정도,
누구와의 약속도 없는데,
스스로 괜찮다고 느껴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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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내가 나 자신과 함께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이었다.

떠나고 싶다는 감정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잠시라도 멈추고 싶다는 마음으로 머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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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에서 마주한 고요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었다.

그건
내 안에서 한참 동안 울리지 않던 감정들이
다시 아주 작게, 천천히 깨어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고요를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