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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hd - flower of devotion #1

서프록, 포스트펑크, 그리고 시카고의 인디밴드

by janglelines

Dehd 밴드 개관

►dehd, chicago illinois, 2016, photo by Chester Alamo-Costello


Dehd의 시작은 음악계의 판도를 뒤집거나 서프록의 중흥을 이끌겠다는 그럴듯한 목표에서 시작되지는 않았습니다. 연인 관계였던 뮤지션 에밀리 켐프와 제이슨 발라는 여느 커플처럼 여행을 꿈꿨고 뮤지션 답게 투어를 떠나는 것이 여행을 위한 최고의 이유라고 확신했습니다. 이후 친구 에릭 멕그레디를 드러머로 끌어들이며 Dehd는 일리노이주 시카고 구석에서 조용히 기나긴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dehd, photo by alexa viscius. 왼쪽부터 에릭 멕그리디, 제이슨 발라, 에밀리 켐프


에밀리와 제이슨이 “Lala Lala”와 "NE-HI" 같은 인디 밴드들과 함께 음악적으로 성장했던 만큼 그들은 주류 팝밴드가 아닌 포스트 펑크와 서프록 그리고 드림팝적 색채를 강하게 띄게 됩니다. 또한 제이슨은 Cocteau Twins, Broadcast, 그리고 Cate Le Bon에게, 에밀리 켐프는 of James Brown, Roy Orbison, 그리고 Dolly Parton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만큼 이들의 음악적 세계관이 상당수 작품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LaLa LaLa, Chicago illinois, 2018


►NE-HI, photo by Matt Leif Anderson


이러한 인디적 색채를 강하게 받은 탓에 화려한 기악적 퍼포먼스 보다는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기타리프와 반복되는 비트의 드럼 음색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으며 이를 카운터 멜로디로 조화롭게 구성해 나가는 보컬의 리드가 잊혀저 가던 인디 씬으로의 투어를 스피커 넘어로 그려냅니다.

►펑크의 상징, 섹스 피스톨즈

►포스트펑크의 대표적인 밴드, 토킹 헤즈


dehd의 음악은 펑크입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펑크록과는 다른 느낌이 강합니다. sum41, greenday, sex pistols, misfits와 같은 펑크라고 하니 이상합니다. 정확히는 dehd는 포스트 펑크에 속해 있기에, 펑크라는 점이 같습니다. 펑크는 스튜디오가 아닌 창고에서 합주하는 개러지록에서 출발한 음악입니다. 스튜디오가 아닌 개인이 모여 하는 합주는 그리 화려하지도 않고, 직관적이고 단순합니다. 그것이 곧 펑크가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펑크는 개인에게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힘을 주었고, 펑크는 곧 반항의 상징이 됩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모습이 바로 반항하는 모습의 펑크입니다. 포스트 펑크는 펑크의 단순함은 이어가되 펑크와는 다른 장르의 영향을 받아 펑크와는 다른 새로운 사운드를 만드려 노력합니다. dehd를 보면 기타, 드럼, 베이스. 연주도 화려하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리프, 빠르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드럼. 그럼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펑크와의 이미지와는 매우 다른데 이것이 그들을 포스트 펑크 밴드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dehd - dehd, 2016

1집 dehd

밴드의 지향점은 1집에 있기 마련입니다. 서프록이 떠오르는 기타톤, 펑크같은 단순한 구성, 짧은 플레이타임까지, 2016년 8월에 발매한 첫앨범부터, 2020년 7월에 발매한 flower of devotion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음악의 공통분모입니다. 후기 앨범하고 다른 점이라면 전기 앨범들은 깨른하고 나른합니다. 비교적 통통튀는 트랙인 세번째 트랙, thousand times에서 제이슨의 깨른한 보컬과 속삭이는듯한 에밀리의 목소리가 이 앨범의 컨셉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6번 트랙, horses의 중반부에서 에밀리는 포효하듯이 노래를 부르지만, 이미 넓은 공간의 외침이 되어 여기저기로 퍼져 어딘가로 사라지고 맙니다. 그래서 후기 앨범의 느낌이 서프록에 가깝다면, 전기의 앨범은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드림팝이나 고딕처럼 느껴집니다.


이 앨범은 지금까지의 dehd의 사운드, 지향점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다른 모든 앨범을 충분히 설명한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굉장히 성공적이었던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flower of devotion을 듣고 나서 한번은 들을만한 앨범입니다. 타이틀 곡은 1번 트랙, sunburn이니 한번 들어보시고, 나머지는 비슷합니다. 그나마 3번 thousand times, 8번 love song이 다른 트랙에 비해 경쾌해서 앨범에 활력을 보탭니다.



►dehd - fire of love, 2017


EP fire of love

dehd의 첫 EP는 fire of love란 이름으로 2017년 발매되었습니다. 1집 타이틀 앨범이 보다 밝은 분위기였다면 EP는 dehd에게 밴드의 위기와 갈등을 상징하는 앨범으로 후일 밝혀지는 에밀리와 제이슨의 결별을 암시하는 듯한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마치 끝을 암시하는 듯한 가사와 dehd의 특징이기도 한 청량하지만 서정적인 기타리프와 결별 직전의 두 보컬들의 목소리는 제목인 사랑의 불꽃을 정열이 아닌 꺼져가는 모닥불의 아련함과 싱숭생숭함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행히도 이들은 사랑의 끝과 밴드의 끝을 동일선에 두지 않았으며 감정을 음악적으로 추스리는 과정은 이후 이어지는 water와 flower of devotion에 그대로 투영됩니다. 1번 트랙인 fire of love의 인트로를 들어보면 슈게이징의 느낌이 강하며 이질적으로 통통튀는 전위적인 효과음이 나오며 거친 기타음이 밀도감있게 깔립니다. 마지막 트랙도 거친 드라이브 질감으로 공간을 채웁니다. 반면에 제이슨이 부른 5번 트랙을 살펴보면, 1분 40초가 될때까지 베이스, 드럼도 없이 보컬과 기타 혼자서 공간을 매웁니다. 모든 트랙에서 보컬은 첫앨범에서 나른했다면, fire of love는 지쳐보입니다.


Dehd - flower of devotion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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