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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GMAAT May 04. 2023

오늘도 내가 달리는 이유.

선선한 새벽바람을 가르며 나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적막한 아침공기를 뚫고 들려오는 나의 발구름 소리. 아침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이름 모를 새의 노랫소리와 언제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흐르고 있었을 시냇물 소리가 나의 새로운 하루를 응원해 주는 것 같다.


암막커튼 사이로 흘러 들어온 햇빛 덕분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하지만 잠에서 깼다고 완전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게 느껴지는 이불속을 벗어나야만 온전한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또 안다. 하지만 나는 그 포근하고 따듯한 이불속 온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어제와 오늘의 일조차 뚜렷이 구분하지 못할 만큼 삶이 무료하고 힘들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내가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냥 내 삶이 살아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다시 한 번 능동적인 자세로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가 필요했다. 막막했다. 떠오르는 게 없었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특별한 준비 없이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건?

이것만은 질리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겠다 싶은 건?

예전부터 지금까지 내가 보람을 느끼며 했던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문자답을 통해 내가 생각해 낸 답은 '달리기'였다. 달리고 있을 때만큼은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달리고 나면 오히려 몸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고 홀가분했다. 거창한 준비 없이 지금 당장 나가서 뛸 수 있고, 뛰고 나면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을 함께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무언가가 나에게는 달리기였다.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 그게 진짜 나 같아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AM 6:20

마치 이슥한 밤인 것처럼 캄캄한 방 안으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기 전에, 전날 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맞춰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내 눈꺼풀이 먼저 들썩인다. 이제는 이불속 온기의 유혹보다 아침 달리기를 하고 난 뒤 느낄 수 있는 그 쾌감의 유혹이 더 좋다. 사실 그 쾌감 속에 빠져 산다.


거실로 나와 불을 켜고, 미처 울리지 못했던 알람들을 끄고 난 뒤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신다. 어제 이 시간에 똑같이 했던 것처럼 스트레칭을 하면서 온몸에 정신을 차리라는 신호를 보낸다. 바나나 한 개를 먹고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아직까지는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낮아 쇼츠 끝자락 아래 허벅지부터 닭살이 돋기 시작한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긴 했지만 달리기를 하기에는 아직 근육들이 덜 풀렸기 때문에 하천 산책로까지 가는 동안 움직임이 큰 동적 스트레칭을 해준다. 나만의 출발점에 도착하면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달려 나간다.


달리기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보단 조금 빠른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장인들의 물결과 마주하게 된다. 무미건조한 표정, 무기력한 발걸음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왠지 남 같지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도 저들과 똑같은 출근길을 걷고 있었다. 지금은 나와 마주 보며 걸어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괜한 우월감에 빠지곤 한다. 내가 좀 더 부지런하고 잘난 사람이 된 것 마냥. 따지고 보면 내가 그들보다 더 부지런하다거나 잘났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거 하나면 된다. 근거 없는 우월감일지라도, 내가 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니까. 이런 감정은 수없이 반복된다고 해도 절대 지루할 수가 없다. 더 자주, 더 많이 느껴봤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큰 일이나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일의 나를 바꾸고 싶다면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 한다. 오늘 내가 실천한 그 작은 움직임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내 삶 자체를 내가 원했던 방향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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