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재밌다. 서로 태어난 시작점은 다르지만 지금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같이 대화를 하면 내가 알지 못했던 깨달음이라든지 가치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몇 가지 질문을 하는데 가끔 오해를 종종 받기도 한다. 난 그저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뿐인데...(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난 질문을 하는데 습관처럼 물어보는 말이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
일 특성상 아르바이트생들과 함께 일을 한다.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많이 생긴다. 때문에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 대화를 이어가다가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낮춰졌을 때 이 질문을 한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대답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확실한 목표가 있거나 아예 없거나. 애매한 사람은 없다. 물어본 사람들을 기준으로 평균을 내보면 7:3 기준으로 목표가 없다는 대답이 많았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은 대학생이다. 그 말은 각자 전공이 있고 무슨 이유로 그 전공을 선택했는지 본인들은 알고 있기에 일하면서 알게 된 피아노과를 전공하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물었다.
"피아노과는 본인이 원해서 간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쭉 해와서 이거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어요."
"그럼 피아노 쪽으로 계속 전공하고 싶으세요?"
"그건 모르겠어요. 사실 이거 말고는 하고 싶은 게 딱히 없거든요. 그렇다고 피아노가 좋다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그렇다고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왈가왈부할 수 없다. 애인에게도 삶의 훈수를 듣게 되면 기분이 언짢아진다. 상대방 입장에서 난 그저 지나가는 조연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니깐 말이다.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는 이유
10대에는 꿈을 꾸고 20대에는 가치관을 확립한다. 뚜렷한 가치관이 없으면 18살의 꿈은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가치관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여러 사람들에게 인생의 목표를 묻고 다니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나의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타인을 알아갈수록 나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상대방은 과학을 좋아해서 연구진이 되고 싶다고 하면 나는 과학을 어려워하고 그쪽에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렇게 하나씩 정보들이 쌓이면 내가 어떤 쪽에 관심이 없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반대로 내가 관심 있는 정보도 알 수 있다.
"OOO님은 뭐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저는 음악을 좋아해서 작곡을 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글 쓰는 것도 좋아해서 가끔씩 글도 적어보고 있어요."
내 꿈은 글을 쓰면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거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찾으니깐 마치 땅속에 숨겨진 동전을 찾은 탐지계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탐지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두근거림은 정답이 없는 문제지에 답안지를 작성할 수 있게 만든다. 하나씩 적어 내려가다 보면 진정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문제지의 정답을 완성하게 될 쯤이면 원하는 걸 이룬 사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저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면 또다른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생각을 해봤다. 어떤 나는 운동 선수가 되어 국가대표를 준비하고 있을 테고 또다른 나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거다. 가수가 되어있을 수도 있고 로또에 당첨되어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아갈 수도 있다. 적어도 가만히 백수처럼 살고 있지는 않을 거다.
나의 평행우주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라는 질문은 그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상상력을 자극해서 내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난 지금의 내가 좋다. 내 탐지계가 끊임없이 반응해주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