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우체통 안 카탈로그에서 얻는 소소한 즐거움

DAY11.I'm having trouble focusing on ~

Jun 25. 2025

안녕하세요, 장엠디입니다. 남편의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집 콕"하고 있는 6월입니다. 이래저래 안팎으로 시끄러운 정세 때문인지, 잘 지내느냐 미국에서 괜찮으냐 질문도 종종 받고 있는 요즘입니다. 계획되었던 LA여행을 취소하였고, 텍사스 집콕 중입니다. 이곳 텍사스는 때로는 뜬금없이 허리케인이 몰아치고 비바람이 불다가도 다음날 아침이면 사람까지 흐물흐물 녹일 듯한 날카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뜨거운 여름 날씨랍니다.

9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어느덧 미국 생활이 1년을 향해 갑니다. 백수가 된 지도 어연 1년, 이제는 슬슬 "일하고 싶다" 또는 "경력을 개발해야 하는데.."라는 조바심도 드는 요즘입니다. 미국 생활을 하다 보면 놀라는 것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생각보다 아날로그라는 점이었습니다. 무수히 쏟아지는 ai 신기술과 최첨단 건물들 사이로, 문득 보이는 아날로그의 흔적들을 보며 "미국은 왜 이게 아날로그지?"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답니다.

예로 이런 것입니다.

왜 전자 카드키를 안 쓰고 집 문은 다 열쇠로 여닫게 되어있지? (물론 요즘 지어지는 집은 카드키도 쓰지만, 압도적으로 열쇠로 대문을 여는 집의 형태가 많다)

아직도 카탈로그와 오프라인 종이쿠폰을 쓰지?

많은 중요한 서류들이 왜 팩스와 우편으로 오는 거지?

종이 수표(paper check)를 많이 쓰지?(자동차 구매를 할 때 덜덜 떨며 종이 수표를 품에 안고 택시로 은행에서 딜러샵까지 이동했던 기억이..)

며칠 전 우체통을 열어보니, 동네 스무디킹에서 종이 쿠폰을 넣어두었더라고요. 홈쇼핑 MD로 9년 정도 일하면서, 어느덧 추억으로 사라졌던 카탈로그/DM 부서와 선배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달까요. 가끔은 마트 카탈로그도 우편으로 오는데, 과거 우리나라에서처럼 가위로 쿠폰을 잘라두었다가 소중하게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2000년대 이후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보급, 그리고 이어 코로나까지 다양한 국면을 맞으며 유통도 급변했습니다. 제가 홈쇼핑에 입사했을 때에는 콜 모니터에 집중했었다면, 퇴사했던 2024년에는 모바일 주문과 앱 주문 비중이 훨씬 중요했으니까요. 모바일 쿠폰을 발행하고, 온라인 웹페이지를 단장하고, 프로모션과 온라인마케팅을 기획하고, 입사 때와 놀랄 정도로 업무 영역이 확장되고 또 변화되어있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근 10년 정말 우리의 생활은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겠지요.

그런데, 오래간만에 만난 저 종이쿠폰이 참 반갑더라고요. 저런 아날로그적인 것들을 만나는 순간, 때로는 지나쳐버린 과거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답니다. "그래, 난 키오스크보다는 사람이랑 직접 주문하는 게 좋아!" 라던지 서걱거리는 종이쿠폰의 질감이 참 소중하고 그렇습니다. 저 쿠폰이 구겨질 새라 품 속에 넣고 동네 스무디 킹에 가서 buy 1 get 1 쿠폰을 바로 사용했답니다. 그리고 데이트 나온 김에 한식당에서 외식까지 야무지게 했어요.

그러고 보니 마트, 식당, 병원에서 종이 영수증이 아닌 디지털 영수증을 받아본 경험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종이 영수증을 받고, 팁을 기입하고, 어느덧 익숙해진 미국에서의 일상입니다. 앞으로의 30대를 앞두고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보니 다소 산만해지고 있습니다.

회계 공부도 하여야 하고, 매주 금요일에는 영어원서 읽기 모임에 가야 하고, 1년이 되어도 절망적인 실력이다 보니 영어 공부도 하여야 하고, 유튜브도 개설했는데 편집도 하여야 하고,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 오히려 지레 지쳐 드러누워 쇼츠나 보다가 잠자는 일상이 많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 해야 하는데 제 인생에서의 소중한 안식년인 올 해조차 맘 편히 푹 쉬지를 못하고 셀프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몸은 따라주지 않을 때요. 인생 선배님들이신 브런치 독자님들의 고견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