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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노아 Noah Jang Oct 09. 2021

그 많은 전염병을 독수리가 막았다

인도독수리 Indian vulture : 멸종 위급

월드 원 World One : 280.2m, 뭄바이, 인도


독수리는 다량의 썩은 고기를 먹어 치우는 가장 뛰어난 자연의 청소부다. 독수리의 위산은 사체에 있는 거의 모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소멸될 정도로 산성도가 높으며, 매우 많은 양의 항체는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된 독소를 쉽게 제거한다. 독수리의 먹이 활동은 방치된 사체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인 브루셀라증, 결핵, 탄저균 등의 확산을 억제하고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데 일조한다. 독수리 개체수 급감은 인간의 건강, 환경과 경제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Indian vulture and World One, 76x57cm, watercolor on paper, 2020


독수리는 북극과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발견된다. 인도에는 9종의 독수리가 서식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도의 독수리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1992년~2007년, 벵골대머리수리는 99.9퍼센트 감소했고 인도독수리와 가는부리대머리수리는 96.8퍼센트가 사라졌다. 붉은머리독수리 개체수는 2006년까지 최소 90퍼센트 감소했다. 이 4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절멸 직전의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됐다. 2015년 연구에 따르면, 벵골대머리수리 개체수는 약 6000마리, 인도독수리는 1만 2000마리, 가는부리대머리수리는 1000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독수리, 종이에 연필, 2020


극적인 감소의 주요 원인은 가축 치료에 널리 사용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인 디클로페낙이다. 이 약물에 오염된 동물의 사체를 먹은 독수리는 신부전을 일으켜 죽음에 이른다. 아삼 주에서는 독수리 사망의 99퍼센트가 디클로페낙 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2005년 조사에 따르면, 가축 사체의 10퍼센트가 디클로페낙에 오염된 상태였다. 케토프로펜과 아세클로페낙 또한 치명적이다. 


독수리 보호를 위해 인도 정부는 맹금류에게 해가 되지 않는 멜록시캄을 대체 약품으로 승인했고, 2006 년 디클로페낙의 수의과적 사용을 금지했다. 2010년, 방글라데시 정부는 소를 치료하는 용도의 디클로페낙 생산을 금지했다. 네팔과 파키스탄에서도 디클로페낙의 수입 및 제조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디클로페낙 판매와 사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디클로페낙과 독수리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지역 주민들은 이 약품을 독수리 개체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식량 부족, 서식지 파괴, 중독, 고압 전력선 건설, 농업 목적을 위한 삼림 벌채 및 도시화도 심각한 위협이다. 살충제인 스트리크닌과 DDT는 인도와 태국에서 번식 실패와 높은 사망률의 원인이었다. 기후 조건도 독수리의 분포와 발생에 영향을 끼친다. 남아프리카의 수염독수리와 같이 높은 고도에서 번식하는 독수리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서식 범위가 축소된다. 수명이 길고 번식률이 낮은 데다 어린 개체의 생존율이 낮은 생태적 특성은 멸종 위험을 가중시킨다. 


독수리 개체수 급감은 들개나 설치류 등의 대체 청소 동물의 증가로 이어지고, 광견병이나 선페스트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의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 인도의 경우, 1997년 개의 개체수가 현저하게 증가하면서 2900만 마리까지 추산되었다. 인도에서는 인간 광견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95 퍼센트 이상이 개에 물린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적으로는 죽은 동물의 사체 처리와 의료비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미생물부터 맹금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가 생태계의 일부로 제 몫을 충실히 해낸다. 인간만이 자연의 적이다. 우리는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와 건강한 삶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매번 생태계의 소중함을 잊고 수많은 생물종을 돌이킬 수 없는 멸종의 길로 이끄는 걸까. 썩은 고기를 먹고 자연을 정화시켜 다른 생명체가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독수리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다.


자료출처

Vultures in India: A review, February 2021

The 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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