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의 위기

두바이, 프린세스 타워, 413.4미터

by 장노아 Noah Jang
Princess Tower and Vaquita, watercolor on paper, 102 x 65cm, 2015


“흐르는 물은 10마일이면 저절로 깨끗해진다”고 나의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는데, 그 분의 어린 시절에는 인구가 적었기 때문에 이런 말씀은 진실에 가까웠다. - 개럿 하딘




스페인어로 ‘작은 소’라는 뜻을 가진 바키타돌고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고래이자 가장 희귀한 해양 포유동물이다. 쇠돌고랫과에 속하며 크기는 최대 150센티미터, 무게는 50킬로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958년까지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았던 바키타돌고래는 지난 반세기 만에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했다. 지난 3년간 절반이 사라졌고 현재 100마리 미만이 생존해 있는 상태이다. 캘리포니아만 북부의 고유종으로 얕은 해안가에서 서식하는데 상업적 어업이 집중적으로 행해지는 구역이라 자망과 저인망에 걸려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개체 수가 워낙 적은 탓에 근친교배의 위험도 우려되고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안타깝게도 2018년경에는 멸종될 것으로 예측된다.


MA15P_바키타_종이에연필.jpg 바키타, 종이에 연필, 2015


비밀스러운 바키타의 생태


바키타는 해안으로부터 11~25킬로미터, 수심 11~50미터 지점에서 주로 목격된다. 수면에서 호흡하고 재빨리 사라져 오랜 시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비밀스러운 습성과 극히 적은 개체 수 때문에 바키타의 생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수컷의 몸길이가 평균 135센티미터고 암컷은 140센티미터 정도이며 눈과 입 주변을 검은색 라인이 감싸고 있고 부리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몸집에 비해 지느러미가 큰 편이며 등은 진회색이고 배 부위는 희거나 밝은 회색이다. 바키타의 먹이는 오징어와 갑각류, 물고기 등으로 다양하다. 수명은 대략 20년 정도로 추정된다. 번식기는 늦은 봄이나 이른 여름이고 10~11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새끼 한 마리를 낳는다. 보통 2~3마리가 함께 움직이며 드물게 8~10마리의 무리도 관찰된다. 가장 큰 무리로는 40마리가 한꺼번에 목격된 적도 있다. 다른 돌고래와 마찬가지로 음파탐지 능력을 이용해 소통하고 먹이를 찾는다.


작은 바키타가 자유롭게 헤엄칠 곳이 없다


인터넷에서 그물에 얽혀 올라온 바키타의 사진을 보았다. 힘없이 어선 바닥에 누워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이렇게 드넓은 바다 어디에서도 안전하게 헤엄칠 수 없다니. 서식지가 인간의 어업 구역과 겹쳐 일어나는 불상사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은 2012년 바키타를 멸종위기 동식물 100종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세계야생생물보호기금은 멕시코 정부에 바키타의 서식지에서는 자망 어업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해당 지역 어업 종사자의 생계를 위협하기 때문에 경제적 대안이 없는 한 실현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인간과 동물의 이해가 충돌하면 희생은 언제나 동물의 몫이다. 죽음의 서식지를 떠나지 못하는 바키타 90여 마리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대로 멸종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할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전용 건물


더 높고 넓고 좋은 집이 아니라 그저 살 곳이 필요한 바키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소녀의 집 욕조에서 놀고 있는 바키타를 그렸다. 욕조가 너무 작다는 것을 알기에 소녀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창문 너머 보이는 빌딩은 두바이에 있는 프린세스 타워로 지상 101층, 높이는 413.4미터다. 현재 세계에서 열여섯 번째로 높은 건물이고 완공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전용 건물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인구증가만큼 줄어드는 야생동물 서식지


어릴 때 학교에서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대해 배웠다. 모든 생명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생태계의 질서는 굉장히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우리의 자연이 영원히 아름다울 것이라고, 막연하지만 확고하게 믿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인간만이 자연법칙을 벗어나 독주하며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의학과 농업의 발전으로 사망률이 낮아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세계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1804년 10억 명이었던 인구는 1974년에 40억 명으로 증가했고 2011년 10월 31일, 국제연합은 세계 인구가 70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100년에는 112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러 분야의 통계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사이트*에 따르면 2015년 12월, 세계인구가 73억 명을 훌쩍 넘어섰다. 더불어 2015년에 사라진 숲은4,942,549헥타르 이상이고 배출된 독성물질은 9,306,673톤이넘는다. 세계 인구의 전례 없는 증가는 천연자원 고갈과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등 각종 환경문제의 주요 요인이다. 지구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동식물의 서식지는 좁아진다. 최근 지구 상의 모든 야생동물이 직면한 가장 큰 멸종의 위협은 서식지 파괴와 상실이다.


공유지의 비극과 출산의 자유


1968년, 생태학자 개럿 하딘은 양치기의 공유지라는 예제로 유명한 논문 「공유지의 비극」을 발표했다. 공유지에 양을 방목하는 양치기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르는 양의 수를 점차 늘리는데 이것은 초원을 공유하는 양치기라면 누구나 도달하는 결론이다. 유한한 공유지 안에서 각자가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결국 비극적인 공멸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인구 밀도가 낮았던 과거에는 쓰레기 같은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것도 개인의 자율에 맡겼지만 이제는 법적으로 철저히 제한한다. 이처럼 유한한 세계인 지구라는 공유지가 파멸되는 것을 막으려면 상호 협의에 의한 상호 억제의 필요성을 인식해야만 한다. 개럿 하딘은 인구 증가로 인해 지구의 자원이 급속도로 고갈되는 문제는 과학이나 기술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므로 결국에는 출산의 자유마저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래전에 발표된 글이지만 환경문제가 날로 커지는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각국 정부와 다국적기업이 바이오 연료의 개발과 녹색산업 운운하며 기술이 뭔가를 해결해 줄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환경친화적’인 바이오산업 확장을 위해 자연이 대규모로 파괴되고 있으며 저개발국가의 자원 및 노동력 착취가 무자비하게 자행되고 있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개럿 하딘의 말대로 기술적 해결은 가능하지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공멸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지구의 종말과 재난에 관한 많은 소설과 영화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불안을 투영하고 있다. 지금 나는 바키타의 서식지를 걱정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후손들은 자신의 안전과 거처를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에게는 뛰어난 두뇌와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에 동물처럼 주어진 자연의 법칙대로만 살 수는 없다. 사실 우리는 동물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 두뇌와 자유의지를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여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고, 인류의 자유를 제한하여 모든 동식물과 더불어 사는 세상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분명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참조


「공유지의비극」,개럿하딘, 1968

http://www.worldometers.info

http://www.arkive.org/vaquita/phocoena-sinus/image-G100782.html

http://www.worldwildlife.org/species/vaquita

https://en.wikipedia.org/wiki/Vaquita


멸종동물, 멸종위기동물, 기후변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