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코끼리

미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381미터

by 장노아 Noah Jang
African bushelephant and Empire State Building, watercolor on paper, 102x65cm, 2014


아프리카코끼리는 지상의 포유동물 중 가장 거대한 동물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37개국에 걸쳐 폭넓게 분포한다. 물건을 잡거나 의사소통에 이용하는 기다란 코와 체온을 조절하는 커다란 귀, 석회질 성분의 큰 엄니를 가지고 있다. 코끼리는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상징적인 존재지만 수 세기 동안 상아 거래를 위해 사냥되어 개체 수가 많이 줄었다. 1980년대에는 매년 대략 10만 마리가 죽임을 당했고 어떤 지역에서는 무리의 80퍼센트 이상이 사라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특히 아시아에서 상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밀렵도 급증하고 있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상태다. 아프리카의 상아 내수 시장도 여전히 번성 중이다. 1990년대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상아 거래가 금지되었지만, 극동 지역의 수요 증가에 따라 코끼리 수만 마리가 희생당했고 몇몇 나라에서는 아직도 스포츠로서 코끼리 사냥을 허용한다.


MA20P_아프리카코끼리_종이에연필.jpg African bushelephant, pencil on paper, 2014


사람과 코끼리의 비극적인 만남


인구증가, 농경지 개발로 인한 서식지 상실도 중요한 문제다. 바이오연료 농장, 벌목과 광산 채굴업이 성장하면서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깊고 외진 지역에 있던 서식지까지 밀렵꾼이 접근하는 것도 수월해졌다. 또한, 아프리카의 고질적인 빈곤과 내전에 따른 난민의 이동도 코끼리를 위협한다. 코끼리의 서식지는 줄어든 반면 인간의 활동 범위는 자꾸만 넓어져 서식지와 인접한 마을과 코끼리의 이동 경로와 가까운 마을은 작물 피해가 빈번해지고 이로 인한 인간과 코끼리의 충돌은 대게 코끼리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1996년, 국제자연보호연맹은 아프리카코끼리의 멸종 위기 등급을 위기 단계로 격상했다가 2004년 한 단계 낮춘 취약 단계로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로 코끼리 밀렵이 계속된다면 조만간 야생에서 코끼리를 만날 수 없을 것이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끼리의 더불어 사는 삶


코끼리의 두꺼운 피부는 회갈색을 띠며 검고 뻣뻣한 털이 드문드문 나 있다. 수컷의 몸길이는 6미터에서 7.5미터, 무게는 평균 6톤에 이르고 암컷의 몸길이는 5.4미터에서 6.9미터까지 자란다. 암컷의 무게는 평균 3톤이다. 코끼리의 몸과 엄니는 평생 자라며 바깥쪽으로 완만하게 구부러진 형태로 자라는 엄니는 암컷과 수컷 모두 갖고 있다. 코끼리의 수명은 상당히 긴 편이라서 70년까지 살기도 한다. 뚜렷한 번식기가 없고 3, 4년마다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특정 지역에서는 강우량이 출산 주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임신 기간은 22개월로 어린 새끼는 태어난 후에도 수년간 어미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무리 내 젊은 암컷들이 공동으로 새끼를 돌보는데 이 암컷들을 올 마더스라고 부른다. 한 무리는 10여 마리 정도이며 나이가 많은 암컷이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가끔은 여러 무리가 결합해 100마리 이상이 한 무리를 이루는 것이 목격되기도 한다. 다 자란 코끼리는 하루에 160킬로그램 정도의 먹이와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시기 때문에 풀이나 관목, 나뭇잎, 나무껍질 등의 먹이와 물을 찾아서 돌아다니며 하루를 보낸다. 이러한 활동으로 코끼리는 중앙아프리카 숲의 30퍼센트에 해당하는 나무를 널리 퍼뜨리고 발아를 돕는다. 코끼리는 아프리카에서 다른 동식물이 생존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 마음속의 코끼리


어린 시절 즐겨 보던 <동물의 왕국>에서 코끼리 무리는 항상 새끼를 데리고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 거대한 초식동물인 코끼리는 화내는 법이 없었다. 코끼리가 유유자적 걷거나 쉬는 모습은 위엄 있고 아름답다. 코로 나뭇가지를 휘감아 입에 집어넣거나 등에 물을 끼얹거나 서로의 코를 감으며 장난칠 때는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 무척 즐거워 보였다. 드넓은 평원을 한가로이 거닐며 평화롭게 사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늙고 병든 코끼리는 비밀스러운 코끼리 무덤에 찾아가 죽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나는 사실로 믿었다. 코끼리의 삶에 인간이 끼어들면서 피비린내 나는 살육이 벌어진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어느 날, 상아를 빼앗기고 코가 잘려나간 채 죽은 코끼리 사진을 발견하고 펑펑 울고 말았다. 누군가 어금니를 얻기 위해 사람을 죽였다면 모두 미쳤다고 할 것이다. 왜 코끼리가 예외가 되어야 하는가? 코끼리도 인간과 다르지 않다. 그들도 고통을 느끼고 가족과 동료의 죽음을 애도한다. 자연은 인간의 오만과 과오를 비웃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심각한 손해를 입거나 죽임을 당한 동식물도 인간을 고발하거나 소송을 걸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한정 자유가 주어졌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이 필요하다. 우리가 저지른 일을 깨닫고 반성하고 바로잡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자애로운 어머니, 자연이 매를 들기 전에 서둘러 올바른 길로 돌아가야 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마천루의 저주


1931년에 완공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971년, 지금은 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가 완공될 때까지 40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말 그대로 뉴욕을 상징하는 건물이었고 영화 <킹콩>을 비롯해 많은 대중매체에 단골로 등장했다. 기공식이 있었던 1929년은 뉴욕의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대공황이 시작된 해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었던 대공황을 목전에 두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1999년 도이체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가 100년간의 사례를 제시하며 내놓은 마천루의 저주라는 경제학 가설에 따르면, 초고층 빌딩의 착공은 경제 위기를 예고하는 신호다. 자금 조달이 수월한 시기에 착공에 돌입하지만 완공될 무렵에는 경기가 과열되고 거품이 꺼지며 불황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마천루의 저주는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노아의 후손이 함께 이름을 내자며 하늘에 닿는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이것은 신에 대한 도전이자 불신이었다. 분노한 신이 하나였던 언어를 혼란스럽게 만들자 소통할 수 없어진 인간은 각지로 흩어졌고 바벨탑 건설도 무산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층 한층 올라가고 있는 초고층 빌딩은 무엇에 닿고자 하는 걸까?


우리는 자연의 아이들이다


동물은 미래를 걱정하며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 사는 골든 햄스터나 달팽이도 내가 건드리지만 않으면 아주 평온하게 지낸다. 다른 존재를 착취 하지도 으스대 지도 않고 불안해하지도 않으며 말이다. 순수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동물은 인간과는 다른 차원의 내적 평화를 누리는 것 같다.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신이 되고자 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많으면 신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돈이 없으면 삶의 통제권을 잃고 파멸하리라는 불안에도 시달린다. 불안을 잠재우고 욕망을 채우고자 인간은 바벨탑 짓기에 몰두한다.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쓰지만 결국, 돈의 주인이 되기 위해 돈의 노예로 사는 격이다.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부족함이 없는 동물의 삶이 훨씬 행복해 보인다. 새장이 아무리 크고 화려한 들 하늘을 나는 자유에 비할 바가 아니다. 대자연을 거니는 코끼리의 모습에 감동하고 꽃의 오묘한 색채에 감탄하고 새의 날갯짓을 부러워하는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살도록 지어진 자연의 아이들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헛된 바벨탑 짓기를 멈춘다면 우리의 미래는 풍요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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