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롯데월드타워, 554.5미터
갈색거미원숭이는 매우 길고 가는 팔다리를 가진 거미원숭이과 동물로 주로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에서 발견된다. 국제 자연보전 연맹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발표한 멸종위기 영장류 25종 리스트에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서식지 상실이 가장 큰 생존 위협이다. 산 채로 포획되어 애완동물로 거래되는 일도 빈번하다. 갈색거미원숭이는 지난 45년간 80퍼센트 이상 그 수가 줄었다. 무분별한 토지개발로 인해 여러 조각으로 분리된 서식지에 소수의 개체군이 고립된 상태로 흩어져 있어서 개체 수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네 개의 긴 팔다리와 다섯 번째 다리 역할을 하는 긴 꼬리는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엄지손가락이 없지만 갈고리처럼 생긴 손발은 물건을 잡기에도 적합하다. 머리와 팔다리, 몸의 바깥쪽은 적갈색이고 배를 포함해 몸 안쪽은 매우 밝은 색을 띠고 있다. 이마에는 삼각형 모양으로 하얀색 털이 난다. 어떤 갈색거미원숭이는 눈동자가 옅은 푸른빛을 내기도 한다. 성숙한 수컷의 몸길이는 45~50센티미터, 무게는 10킬로그램, 꼬리 길이는 76~81센티미터로 몸보다 훨씬 길며 암컷은 수컷보다 약간 작은 편이다. 암컷은 3~4년에 한 번씩 출산하며 225일의 임신 기간을 거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혼자 힘으로 이동할 수 있을 때까지 어미의 배와 등에 매달려 다닌다. 20~30여 마리가 먹이를 찾아 작은 단위로 모였다 흩어지는 유동적인 공동체로 살아가며 주식은 잘 익은 과일이다. 주로 낮에 활동하며 많은 열매를 섭취하고 배변을 통해 씨앗을 숲에 퍼뜨리는 역할도 한다.
원숭이를 처음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여러 번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예전에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아주 작은 공원에도 원숭이 우리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느 날, 광진구에 있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원숭이 한 마리를 만났다. 먹이를 함부로 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경고문도 무시한 채 나는 원숭이 우리 앞에서 과자 봉지를 열었다. 일부러 가장 기다란 스틱 형태의 과자를 사서 갔다. 한 녀석이 내게 바짝 다가와 철창에 매달렸다. 녀석은 과자를 받아도도 한 태도로 고개를 살짝 들고 입에 쏙쏙 집어넣었다. 어찌나 귀여운지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 과자를 주는 척하다가 녀석의 손이 닿는 순간 뺏었다. 이 장난을 반복할 때마다 녀석은 눈을 크게 뜨고 나와 과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다 녀석의 손에 과자가 단단히 잡혔다. 나는 실실 웃으면서 과자를 내 쪽으로 힘껏 당겼다. 순간 녀석의 표정이 확 굳어지며 눈동자 가변 했다. 입을 앙다물면서 나를 노려보는데 사람이 화났을 때의 표정과 똑같았다. 어디에서도 인간에게 화를 내는 원숭이를 본 적이 없었던 나는 너무 놀라 과자를 놓고 말았다. 철창이 없었다면 녀석은 나를 할퀴고 때렸을지도 모른다. 과자를 먹고 난 후 녀석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또다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용서하고 계속 놀아줄 테니까 과자나 내놔.”
이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기분이 묘해져서 서둘러 동물원을 나와버렸다. 생뚱맞게도 그 녀석을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근처에 살고 있어서 다시 가봤지만 전부 비슷하게 생긴 원숭이 무리 사이에서 그 녀석을 찾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날의 만남은 내가 원숭이의 감정이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계기였고 이후 동물을 대하는 태도도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 지금도 원숭이라는 단어를 듣거나 보게 되면 녀석이 떠오른다. 이제 늙은 원숭이가 되었을 텐데,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을까?
그림 속 갈색거미원숭이는 잎이 무성한 나무가 아니라 크레인에 매달려 있고 소녀는 그 위에서 놀고 있다. 개발사업은 끝없이 진행 중이고 크레인이 바삐 움직이는 공사장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지금도 세상 어디선가 초고층빌딩이 한창 공사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건설 중인 킹덤 타워는 지상 168층, 높이는 무려 1,007 미터다. 다시 말해 1킬로 미터다. 2019년 완공이 목표인 킹덤 타워는 인류가 세운 건물 중에서 최초로 1 킬로미터가 넘는 초고층빌딩으로 836미터인 북한산보다도 높다. 많은 논란을 빚으며 건설 중인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송파구 신천동의 롯데월드타워는 2016년 말, 예정대로 완공되면 지상 123층, 지하 6층, 높이 554.5미터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될 것이다. 동시에 305미터인 인천 송도 동북아무역센터를 제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건축비용은 3조 5,000억 원에 달하며 사용된 철골과 철근만 각각 4만 톤에 이른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농촌이 서서히 도시로 변해 가던 중소도시의 변두리였다. 그때만 해도 변화가 그리 빠르지 않았고 나는 자연을 마음껏 누리며 자랐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집에서 나가 개천을 끼고 10여 분 달리면 논과 밭이 펼쳐졌고 방향을 틀면 나무가 울창한 동산으로 갈 수 있었다. 또 다른 방향으로는 아름다운 오솔길이 이어졌다. 친구들과 온종일 개구리 알을 뜨고 메뚜기와 잠자리를 잡고 식물채집을 하다 밤을 줍고 쑥을 캐며 놀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팽이 기어가는 것을 구경했고 먹이를 물고 바쁘게 움직이는 개미를 한참 따라다녔다. 파브르 곤충기를 읽으며 곤충학자를 꿈꾸기도 했다. 나보다 키가 큰 코스모스 꽃밭에 들어가 빙글빙글 엉터리 춤을 추며 놀았고 색색의 꽃잎을 따서 길게 손톱에 붙이고 귀부인이 된 듯 우아한 척을 했다. 채송화를 짓이겨 백반을 섞고 손톱 물도 들였다. 땅을 파서 구슬치기를 하고 나뭇가지를 들고 뛰어다니며 땅에 커다란 그림을 그렸다. 사시사철 달라지던 흙냄새와 숲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같이 놀던 친구들의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말이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나와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어릴 때 여러 방향으로 펼쳐져 있던 자연은 이제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 지금의 아이들은 새로워진 세상이 만들어낸 갖가지 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자연이라는 놀이터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끝없이 높은 건물을 짓는 것이 헛된 욕심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욕심이 채워지려면 무언가를 파괴하고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사용하는 만큼 줄어드는데 그 자원을 오로지 인간만을 위해 쓰고 있다. 하늘을 찌르는 초고층빌딩은 앞으로도 경쟁하듯 지어질 것이다. 언젠가는 갈색거미원숭이처럼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이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아무리 높은 건물도 하늘 아래 있을 뿐이고 모든 생명의 모태인 자연보다 귀한 것은 없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자 자연이다. 자연을 밀어내고 쌓아 올린 인공의 벽에 갇혀서는 안 된다. 우리 자신과 미래의 아이들에게 높다랗고 차가운 벽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