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틱 플라자, 390.2미터
만약 우리가 자연 세계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지구가 그 작동을 멈춘다면 결국 우리는 어디로 간단 말인가? 달인가? 달의 모습을 보니 언젠가 그곳에서도 우리가 살았던 모양이다.
- 우리는 너무 오래 숲을 떠나 있었다, 마이클 J. 코헨, 윤규상 옮김, 도솔, p300
대왕판다, 자이언트 판다, 왕판다로 불리는 판다는 주로 중국에 서식하는 곰과의 포유동물이다. 중국의 국보로 여겨지고 있으며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판다는 베이징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징징의 모티브가 되었고 중국이 다른 국가와 교류를 맺을 때 외교의 수단으로 판다를 빌려주기도 한다. 1869년, 사냥꾼에게 판다 가죽을 받은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 판다가 서양에 처음 알려졌고 1930년대에는 시카고의 동물원과 런던에 반입되었다. 1949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인구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판다의 서식지가 줄어들었고 뒤이은 기근과 사냥도 판다를 위협했다. 세계 야생동물 기금은 1961년 창립될 당시, 런던 동물원에 살고 있던 판다인 치치로부터 영감을 얻어 로고를 제작했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는 독특하고 귀여운 외모의 판다는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생에 남은 판다는 1,864마리에 불과하다. 인구 증가와 산림 파괴로 인한 서식지 감소가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과거 중국 남부와 동부, 베트남과 미얀마 북부 지역에 널리 분포해 살던 판다가 오늘날에는 중국의 쓰촨, 산시, 간쑤 지방의 대나무 숲에 제한적으로 서식하고 있을 뿐이다. 서식지에 속하는 지역 사회는 판다로부터 막대한 생태 관광 수입을 얻고 있다. 판다의 낮은 번식률도 문제지만 또 다른 멸종 위협은 사냥이다. 판다 밀렵은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밀렵꾼이 판다 서식지에 사는 다른 동물을 사냥하는 도중 뜻하지 않게 판다가 희생되는 불상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약 1,000마리였던 판다의 숫자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 정책으로 지난 10년간 약 17퍼센트 증가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전히 판다는 멸종위기 동물이다.
판다는 어깨와 팔다리, 귀와 눈 주변은 검고 몸통과 얼굴은 하얗다. 상대적으로 머리가 크고 턱 근육이 강하게 발달했다. 가끔 육류를 섭취하지만 대나무가 99%의 비율로 주식이기 때문에 다른 곰에 비해 어금니가 평평하고 넓으며 대나무를 붙잡기 편하도록 앞발의 발목뼈 하나가 튀어나와서 엄지처럼 사용할 수 있다. 나무를 물어뜯은 자국은 판다마다 달라서 마치 지문처럼 개체 수를 파악하는 단서가 된다. 하루에 10~18킬로그램의 대나무를 먹는 판다는 몸길이가 150~190센티미터까지 자라고 꼬리 길이는 10~15센티미터다. 몸무게는 수컷이 85~125킬로그램, 암컷은 70~100킬로그램 정도 나간다. 번식기를 제외하면 거의 단독생활을 하고 육중한 몸집이지만 나무를 굉장히 잘 탄다. 동면하지 않는 대신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피하고자 고도가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판다는 보통 한배에 1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쌍둥이가 태어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어미는 더 강한 새끼를 선택해 젖을 물리고 약한 새끼는 죽게 된다. 갓 태어난 새끼는 어미 크기의 900분의 1에 불과할 만큼 아주 작고 3개월이 지나야 겨우 걸을 만큼 연약한 유아기를 거친다. 대략 5~6년 정도 지나면 성숙한 판다가 되고 수명은 야생에서 14~30년 정도다.
판다와 소녀 뒤편으로 보이는 건물은 세계에서 스물 한 번째로 높은 중국 광저우의 시틱 플라자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콘크리트 건물이기도 한 시틱 플라자는 지상 80층, 390.2미터로 1998년까지 아시아 최고층 빌딩이었다. 시틱 플라자가 우뚝 솟은 하늘에는 2013년 중국이 5번째로 발사한 유인우주선 선저우 10호가 보인다. 무인 우주선과 달리 고도의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유인우주선은 지금까지 미국과 러시아, 중국, 단 세 나라만이 성공했다. 우주 프로젝트를 시행하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천문학적인 자금과 지원이 필요하다. 인류가 이룬 과학적 성과는 볼 때마다 놀랍고 자랑스럽지만 한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주 너머가 아닌 지구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의 굶주림과 고통 그리고 죽음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장 자금 사정으로 표류 중이라는 멸종 동물 복원 계획도 떠오른다. 인류가 가진 우주를 향한 호기심과 열망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지구야말로 무엇보다도 소중한 우리의 별이다. 우리 지구별의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인류는 어디에 에너지와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걸까.
북반구 국가(북미, 유럽, 북부 아시아)에는 세계 인구의 25%만이 살고 있지만, 전 세계에 저장된 에너지의 70% 이상과 전 세계 식량의 60% 이상, 전 세계 나무의 85% 이상을 이들이 소비한다. 우리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재화를 축척하고 자원을 소비하는 동안, 전 세계에서 굶어 죽는 사람 수는 시간당 몇 천 명씩에 달한다.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 톰 하트만 지음, 김옥수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p106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거대한 범고래까지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 다른 생명의 거름이 되고 자연의 재생과 순환에 일조한다. 쓰레기를 남기는 존재는 인간이라는 종뿐이다. 그것도 독성을 가진 데다 분해되지도 않는 쓰레기를 말이다. 지구는 다 쓰면 버리는 배터리가 아니다. 모두의 자산인 지구를 누가 어떻게,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 우리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주선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이 논란이 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막대한 보존 비용이 드는 판다의 경우, 과연 그 비용을 치러야 할 만큼 판다가 가치가 있느냐는 한 영국 학자의 문제 제기가 논란을 일으켰다. 판다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사실 외모가 사랑스럽지 않았다면 멸종위기 동물의 상징적인 존재가 될 수도 없었고 지금처럼 보호받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의 저자 톰 하트만은 라디오 쇼에서 한 남자와 환경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남자는 점박이 올빼미나 게으름뱅이 가마우지 같은 게 왜 필요한 것이냐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직업과 경제 안정, 깨끗한 도로와 안전한 도시이며 동식물의 가치는 인간의 필요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 가치를 경제적 관점에서 환산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의 필요가 동물의 생명보다 소중할까? 우주 비행이 가능한 놀라운 첨단기술의 시대에 우리는 왜 자연을 지킬 수 없는 걸까? 지키려 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과격한 주장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누구나 바라듯이 지구의 자원과 인간의 기술이 모두의 생명과 행복을 위해 공평하게 사용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점차 멸종을 향해 한 계단씩 내려오고 있는 판다가 더는 낮은 곳으로 향하지 않도록 지켜 주고 싶다.
멸종동물, 멸종위기동물, 판다, 기후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