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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노아 Noah Jang Aug 04. 2015

야생에서 사라진 바버리 사자

사우디아라비아, 아브라즈 알 바이트, 601미터

Abraj Al Bait in Mecca and Barbary Lion, watercolor on paper, 76 x 57cm, 2014


만일 어떤 사람이 어린이 학대죄로 기소된다면,  온몸을 바쳐서 자기들을 돌봐주는 자연의 얼굴을 짓밟은 사람도 기소되어야 하리라.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풍성하고 짙은 갈기가 목에서부터 배 밑까지 이어진 바바리사자는 주로 북아프리카 산악지대에 서식했다. 사자의 아종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크고 아름다웠으며 아틀라스사자, 누비아사자로도 알려져 있다. 바바리사자를 처음 목격한 것은 이집트인이었다. 약 3000년 전, 북아프리카의 산맥에 농장과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았던 베르베르족은 바바리사자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개체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 것은 로마 시대로 6세기에 걸쳐 수천 마리의 바바리사자가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죽임을 당했다. 18세기 초에는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과 아틀라스 산맥에 고립되어 살던 개체군이 사라졌고 남아 있던 바바리사자는 현지 가이드를 앞세운 유럽인의 대규모 사냥으로 야생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광범위한 산림 벌채와 인간의 정착지 확장도 멸종을 앞당겼다. 야생에 살던 마지막 바바리사자는 1942년, 모로코에서 사살되었다.


바바리사자, 종이에 연필, 2014


황금처럼 빛났던 바바리사자의 눈동자 


과거 모로코 왕실은 세금 대신 바바리사자를 받아 궁전에서 길렀다. 궁전에서 자라던 사자들이 호흡기 질환으로 대부분 죽게 되자 사자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수도인 라바트 인근에 테마라 동물원을 짓기도 했다. 현재, 테마라 동물원에 남아 있는 개체는 바바리사자의 순수혈통을 계승한 것으로 여겨진다. 야생에서 살던 바바리사자는 멸종했지만 다른 아종의 사자와 교배 후 태어난 혼혈 바바리사자는 지금도 세계 각국의 동물원에서 생존하고 있다. 이 사자들을 토대로 여러 연구팀에서 바바리사자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컷의 몸길이는 2.7~3.4미터이고 체중은 180~270킬로그램이었다. 암컷의 체중은 110~180킬로그램 정도다. 암컷과 수컷은 1월로 추정되는 번식기에만 함께 지냈고 약 110일의 임신 기간을 거쳐 1~6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갓 태어난 새끼는 1.6킬로그램 정도로 생후 6일째에 눈을 뜨고 13일 정도 지나면 걷기 시작해 성적으로 성숙해지는 2년 후, 어미 곁을 떠났다. 바바리사자는 주로 홀로 생활하거나 동성끼리 짝을 지어 다녔으며 붉은사슴, 멧돼지, 큐비어가젤 등을 잡아먹었다. 짙은 갈기에 비해 얼굴의 털과 눈동자의 색이 황색 혹은 황금색으로 빛났다. 


사자 세실의 죽음


2015년 7월 1일, 한 미국인 치과의사가 짐바브웨에 살던 유명한 사자, 세실을 죽이고 기념으로 박제하기 위해 머리를 잘라냈다. 그는 이미 50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사냥한 전적이 있었고 사자를 죽인 것도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보호지역인 황게국립공원 밖으로 세실을 유인해 죽였는데 이것은 사냥꾼들이 법적인 처벌을 피하려고 동원하는 교묘한 수법이었다. 그가 사냥을 위해 지불한 돈은 3만 5,000달러, 한화로는 약 4,100만 원이었다. 생명을 죽이기 위해 돈을 지불하다니, 나는 소위 ‘스포츠 사냥’이라 불리는 동물살육이 지독하게 추악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사실 악한 행동의 범주는 시대, 상황, 문화 등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동물사냥은 과거에 상류계층의 유희였고 권세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지위가 높고 부유할수록 사냥을 벌이는 규모도 커졌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자연과 동식물은 더 이상 왕이나 귀족의 사유물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소중한 유산이다. 세실을 죽인 의사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사냥한 것이라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자 세실이 참혹하게 죽었을 때 대다수 대중과 언론은 강한 혐오감과 분노를 표출했다. 합법이었을지는 몰라도 분명 악한 짓이었다. 우리 시대에서 사라져야 할 것은 동물이 아니라 스포츠로 여겨지는 사냥이다.


그릇된 소유욕


인간의 소유욕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는 고흐의 그림을 소유했던 대부호의 일화에서 알 수 있다. 1990년, 일본의 거부 사이토 료헤이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고흐가 죽기 한 달 전에 그린 1890년 작作 <닥터 가셰의 초상>을 8,250만 달러, 한화로는 약 1,000억 원에 구입했다.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였다. 사이토 료헤이는 그림을 금고에 단단히 보관하고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죽으면 그림과 함께 화장해 달라는 유언까지 남겼다. 고흐의 작품을 영원히 소유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던 걸까? 다행히 그의 유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고흐는 생전에 극심한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렸고 그림을 단 한 점 팔았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의 부호들이 앞다퉈 고흐의 그림에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 대다수가 순수한 마음으로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관심이다. 유명한 화가의 작품은 주식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은 데다 손실도 거의 없기 때문에 최고의 투자품으로 여겨지고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거래된다. 

돈을 주고 샀으니 고흐의 그림을 마음대로 처분해도 된다는 생각, 돈을 냈으니 사자든 곰이든 사슴이든 마음껏 죽여도 된다는 생각은 황금만능주의와 그릇된 소유욕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림도 동물도 갖고 놀다가 버리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고흐의 영혼이 담긴 그림 값은 과연 얼마일까. 사자나 코끼리의 생명 값은 또 얼마일까. 누가 어떤 자격으로 그것을 함부로 정할 수 있을까.


베아트릭스 포터가 자연을 소유하는 법


베아트릭스 포터는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그림책, 『피터 래빗 이야기』를 시작으로 수많은 시리즈를 출간한 유명한 화가이자 동화 작가이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물이 등장하는 그녀의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포터는 1866년, 런던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가족은 매년 시골의 친척 집으로 휴가를 떠났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자연을 좋아했던 그녀는 시골 풍경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동식물과 화석의 세밀화와 풍경화를 그리면서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림책으로 성공해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자 포터는 런던을 떠나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이주해 남은 평생을 그곳에서 살았다. 레이크 디스트릭트 인근이 개발될 위기에 처하자 포터는 거대한 건물과 도시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발전이 아니라 ‘황폐해질 위협’이라 말하며 거세게 반대했다. 그리고 자연과 지역 고유의 농업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14곳의 농장과 집 20채와 4,049에이커의 땅을 구입해 소유했다. 1943년, 포터는 자신의 재산을 전부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내셔널 트러스트는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된 제도로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자원을 개인이나 국가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영구히 사회적 소유로 보존해 미래 세대에 물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지금도 베아트릭스 포터가 떠날 때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그녀는 자연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소유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그녀의 영혼만큼이나 아름다운 그림책들도 시대를 초월하여 영원히 사랑받을 것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러 나가면 아이들이 다가와 만져도 되느냐고 묻는 일이 종종 있다. 아장아장 걷는 아주 어린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인간과 다른 생명체를 바라보는 눈빛이 얼마나 예쁘게 반짝이는지. 어린 포터의 눈빛도 그렇게 반짝였을 것이다. 스포츠 사냥을 하는 사람들도 어릴 때는 동물을 좋아하거나 혹은 무서워했던 평범한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생명을 죽이는 일을 즐기게 된 것은 끔찍한 행위를 허용한 사회의 책임도 크다. 인간은 누구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을 향한 강한 호기심과 갈망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호기심과 갈망이 다른 생명에게 고통을 준다면 우리는 욕구를 제어해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호기심만큼 강한 상상력이란 것이 있기에, 그 아름다운 생명체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참조 

『소로우의 노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강은교 옮기고 엮음, 이레(1999), p.235.

『은밀한 갤러리』, 도널드 톰슨, 김민주 송희령 옮김, 리더스북(2010)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수전 데니어 지음, 강수정 옮김, 갈라파고스(2010)

http://beinglion.com/barbary-lions.php

https://en.wikipedia.org/wiki/Barbary_lion


멸종동물, 멸종위기동물,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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