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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노아 Noah Jang Jul 15. 2015

인류에 의해 멸종된
최초의 동물, 도도

중국, 상하이 타워, 632미터

Shanghai Tower and Dodo, watercolor on paper, 76 x 57cm, 2014


도도는 자신이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도도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것은 아무도 몰랐다. 이윽고 비바람이 그쳤을 때, 도도는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그와 함께 도도는 멸종했다.

- 도도의 노래, 데이비드 쾀멘 저, 이충호 옮김, 김영사, p.379.


도도는 인도양 남서부의 작고 외딴 모리셔스 섬에서 천적 없이 오랜 세월을 사는 동안 몸집은 커지고 날개는 퇴화하여 날지 못하는 새가 되었다. 큰 파충류 몇 종류 외에는 육식 동물이 전혀 없는 원시 상태의 섬에서 도도는 열매를 먹고 땅 위에 둥지를 짓고 번식기에 하얀 알을 하나씩 낳으며 평화롭게 살았다. 인간과의 첫 만남은 1507년 포르투갈 탐사대였지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1598년 네덜란드 탐사대가 모리셔스 섬에 당도하면서 섬의 고유종인 거북과 도도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1601년에 출판된 항해기에서 도도를 최초로 언급한 야코프 코르넬리위스 판 넥은 도도의 고기가 질겨서 먹기 힘들다며 ‘발크뵈헬’, 네덜란드어로 ‘역겨운 새’라고 표현했다. 


도도, 종이에 연필, 2014


날지 못하는 새의 비극


모리셔스 섬을 찾는 유럽인들은 도도를 무자비하게 사냥했고 17세기 초반에는 네덜란드 이주자들이 구경거리로 삼기 위해 포획하기도 했다. 사람을 처음 본 도도는 스스럼없이 다가오곤 해 손으로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한 마리를 잡으면 다른 도도가 친구를 구하기 위해 우르르 몰려들기도 했다. 오직 모리셔스 섬에만 살던 도도의 멸종을 앞당긴 요인은 또 있었다. 인간에 의해 섬에 유입된 여러 동물 중에서 잡식성인 원숭이와 돼지가 천적이 되어 도도의 알과 어린 도도가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결국 도도는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살아 있는 도도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1662년이었다. 도도는 인류에 의해 사라진 최초의 종으로 동물멸종사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도도의 이름과 생김새


도도는 초기에 ‘dod-a a rsen’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기도 했는데 어떤 학자는 이것을 ‘게으름뱅이’라는 뜻의 네덜란드어 ‘dodoor’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자는 ‘둥글고 무거운 혹’이라는 뜻의 네덜란드어 ‘dod’와 ‘엉덩이’라는 뜻의 영어 ‘a rse’와 같은 어원인 ‘a a rsen’이 결합한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오랫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1634년에 여행기를 출판한 영국인 토마스 허버트가 ‘멍청한’, ‘단순한’이라는 뜻을 지닌 포르투갈어 ‘doudo’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 것이 신빙성을 얻는다. ‘dodo’가 비둘기의 울음소리 ‘doodoo’를 흉내 낸 의성어라는 견해도 있다. 이름의 유래를 보면 도도의 생김새가 그다지 호감을 주는 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찍이 멸종한 탓에 확실한 기록이 없고 모양이나 크기에 대한 묘사가 다양하다. 박물관에 보존된 골격도 꿰맞춘 것들이라 완전하지 않지만 16~17세기에 제작된 다수의 그림과 판화, 기록 덕분에 도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도도는 갈색과 회색의 깃털, 살이 찐 커다란 몸집과 뭉툭하게 구부러진 짙은 색 부리, 깃털이 없는 얼굴, 짧은 다리와 퇴화한 날개, 둥그렇게 말린 몇 가닥의 꽁지깃을 갖고 있었다. 몸길이는 약 1미터, 몸무게는 10~21킬로그램 정도로 추정된다. 


미궁에 갇힌 미노타우로스


영국의 화가 조지 프레데릭 왓스의 1885년 작作<미노타우로스>는 무척 흥미롭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노타우로스는 ‘미노스의 황소’라는 뜻으로 황소의 머리를 가진 반인반수의 괴물이다. 이 괴물은 크레타의 왕인 미노스의 왕비 파시파에가 황소와 사랑해 낳은 자식인데 신에게 바칠 황소를 훔친 적이 있었던 미노스는 이것이 자신에게 내려진 신의 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랑하는 왕비의 자식을 차마 죽일 수 없어 다이달로스가 만든 미궁에 미노타우로스를 가두었다. 불행히도 이 괴물은 사람 고기를 먹어야만 살 수 있었다. 미노스는 크레타에 빚을 진 적이 있는 아테나이의 소년과 소녀를 7명씩 9년마다 공물로 바치게 해서 미노타우로스에게 먹이로 주었다. 후에 미노타우로스는 아테나이의 왕자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왓스의 그림 속 미노타우로스는 작은 새를 손에 움켜쥐고 미궁에 기대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한순간을 시처럼 함축적으로 묘사한 그림이라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왓스가 그린 미노타우로스의 모습에서 슬픔과 고독을 느꼈다. 미노타우로스에게 보이는 것은 빠져나갈 수 없는 미궁뿐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괴물이 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임을 부인할 수도 없었던 미노타우로스.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나올 수 없는 미궁에 갇힌 미노타우로스의 쓸쓸한 모습은 우리 자신, 더 나아가 인류의 초상인지도 모른다. 


인류는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앞으로 계속 내달리고 있지만 사실은 목적지도 도착지도 없이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냉혹한 개발 논리와 물질주의의 미궁에서 헤매는 동안 소중한 것들이 무수히 파괴되고 사라졌다. 악의 없이 저지른 행위일지라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미노타우로스가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한 것처럼 인류도 환경파괴가 불러온 재앙으로 파멸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미궁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처음 만난 인간이라는 풍경


온순한 도도들이 뒤뚱거리며 걸어와 생전 처음 만난 인간을 관찰하는 광경을 상상해 본다. 랑랑이가 떠난 후, 앵무새 몇 마리를 더 데려와 돌보면서 새들이 얼마나 영리한지 알게 되었다. 그들도 인간처럼 개체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다. 겁이 많은 녀석이 있고 호기심이 왕성한 녀석이 있고 얌전한 녀석이 있다. 캄캄해지면 잠들고 아침이면 일어나서 수다를 떨 듯 우짖는다. 노래를 불러 주면 박자에 맞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즐거워하고 장난감을 주면 물고 뜯고 흔들면서 재미있게 가지고 논다. 사람의 아이처럼 순진하고 예쁘다.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살아온 도도를, 아무런 악의도 없이 가까이 다가온 도도를 오로지 착취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우악스럽게 잡아 죽인 인간의 무지와 탐욕이 부끄럽다. 동물의 멸종사를 들춰 보면 인간은 마주치는 모든 동물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잡아먹었다. 당시 사람들의 생활이 아무리 척박했더라도 잠시 멈춰 생각해 보면 동물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친구가 되고 싶었던 도도를 위하여 


내 그림에서 소녀와 도도가 바라보는 복잡한 대도시는 미노타우로스가 갇힌 미궁과 다를 바 없다. 건너편에서 미노타우로스가 소녀와 도도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끝없이 높아져만 가는 빌딩 숲 속의 도도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인간에 의해 사라져 갈 동물을 상징하고 있다. 소녀는 우리가 물려주는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다음 세대를 상징한다.


끝내 도도를 멸종시킨 인간의 모습은 이솝우화 속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떠올리게 한다. 황금알을 몽땅 꺼내기 위해 거위의 배를 가르는 주인의 이야기를 읽으면 누구나 안타까워한다. 그가 저지르는 행동의 결과가 너무나 자명해서 실제로는 아무도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여긴다. 그러나 우리는 무지하고 탐욕스러운 우화 속 거위의 주인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그보다 더 어리석고 무자비하며 고마움을 모른다. 황금알에 비할 수 없이 귀중하고 놀라운 보물인 자연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함부로 다루고 고갈시키고 있지 않은가.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되는 자연과 사라져 가는 동식물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어쩌면 이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계속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기록할 것이다. 인간에게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고 싶어 했던 사라진 도도를 위해서. 



참조 

『도도의노래』, 데이비드 쾀멘 저, 이충호 옮김, 김영사(2012), p.379.

『구스타츠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구스타프 슈바브 지음, 이동희 옮김, 휴머니스트(2015)

http://www.iucnredlist.org/details/22690059/0

https://en.wikipedia.org/wiki/Dodo


멸종동물, 멸종위기동물,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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