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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고층빌딩과 사라지는 동물들
by 장노아 Noah Jang Sep 11. 2018

우리 모두가 잔인한 사냥꾼

 큰바다쇠오리와 몽파르나스 타워, 209m, 프랑스 파리

19세기 유럽인 탐험가들은 남극 대륙에서 발견한 날지 못하는 새를 펭귄이라고 불렀다. 북대서양에 널리 분포하던 큰바다쇠오리의 속명을 딴 이름이다. 생김새가 비슷한 펭귄은 현재에도 존재하지만 이름의 유래가 된 큰바다쇠오리는 1852년에 멸종했다. 이 바닷새는 주로 고립된 바위섬에 살았고 짧은 다리와 물갈퀴가 달린 큰 발로 똑바로 섰다. 머리와 등의 깃털은 윤기 나는 검은색이고 배는 흰색이었다. 몸길이는 평균 75~85cm, 수영할 때 쓰는 날개 길이는 15cm 미만, 체중은 5kg 정도였다. 수명은 20~25년으로 한 해에 하나의 알을 낳았다. 부화 기간은 약 44일이며 부부가 교대로 알을 품었다. 알에는 부모만 알아볼 수 있는 고유한 무늬가 있었다.


멸종동물, 큰바다쇠오리, 종이에 연필, 2018, 장노아



큰바다쇠오리는 도도처럼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고 호기심이 많아서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깃털, 지방, 고기와 알을 얻기 위해 마구잡이로 사냥했다.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자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사냥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부유한 수집가와 박물관이 희귀종이 된 큰바다쇠오리 표본을 고가에 사들이면서 오히려 멸종을 앞당겼다. 1830년, 마지막 개체군이 서식하던 아이슬란드의 화산섬이 가라앉는 바람에 수십 마리만 겨우 생존해 인근 엘데이 섬으로 옮겨갔다. 1844년 6월, 한 수집가가 고용한 선원들이 알을 품고 있던 큰바다쇠오리 한 쌍을 곤봉으로 때려죽이고 알을 밟아 으깼다. 이 종의 마지막 알이었다. 1852년에 목격된 개체를 끝으로 큰바다쇠오리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전 세계에 표본 78점, 골격 표본 25점, 알 75점이 남아 있다. 1971년 아이슬란드 국립 역사박물관이 표본을 1만4425달러에 구입했고, 가장 비싼 새 표본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큰바다쇠오리와 몽파르나스 타워, 76x57cm, 종이에 수채, 2018, 장노아


다른 많은 동물들처럼 큰바다쇠오리도 인간에 의해 멸종됐다. 지금도 누군가는 돈이나 재미를 얻으려고 동물을 사냥한다. 최근 우리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나 쓰레기가 덫이 되고 독이 되어 해양 생물을 죽이고 있다. 내가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를 떠돌다 멸종 위기에 놓인 어떤 종의 마지막 한 마리를 사냥할지도 모른다. 어느 누가 동물학대자나 밀렵꾼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바로 나 자신,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잔인한 사냥꾼이다.



원문보기 : 한겨레 애니멀피플

멸종동물, 큰바다쇠오리, 초고층빌딩, 몽파르나스, 타워, 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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