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산티아고로 / 10월 10일(화), 맑음
피스테라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 버스로 이동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돌아왔다. 피스테라에서 가슴에 새긴 일출 광경을 뒤로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출발하고부터 내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졸다가, 차가 멈추고서야 비로소 산티아고에 도착한 것을 알아챘다. 때로는 숨이 컥컥 막히는 것을 스스로 느낄 만큼 코도 골았던 모양이다.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이런 몸으로 어떻게 하루도 쉬지 않고 걸어왔을까.' 스스로에게 감탄하는 동시에, 이 모든 것이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다.
알베르게를 찾아 이틀 동안 묵는 것으로 체크인했다. 하룻밤에 20유로씩, 총 40유로를 지불했다. 그동안 하루 10유로 정도 하는 알베르게에 묵었던 것에 비하면 배로 비싸지만, 대신 1인용 침대였다. 부직포가 아닌 깨끗한 흰 천으로 된 시트를 깔고 침대에 누워 정자세로 눈을 감았다.
몸은 몹시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았다. 어젯밤에도 왼발이 아파서 몇 번씩 잠에서 깨곤 하다가 안티푸라민으로 마사지를 해주고서야 겨우 잠이 들었었다. 강행군을 하다시피 한 데다 근 일주일 동안 왼발 통증 때문에 잠을 편히 자지 못해 몸은 극도로 피곤한 상태였지만, 이상하게도 잠은 오지 않았다. 잠을 자려는 시도와는 다르게 목울대가 잠기고 콧등이 시큰해졌다. 뜨거운 물 한 방울이 눈가에서 귀 쪽으로 흘러내렸다. 마음속 깊이 담아두기로 했던 슬픔 한 덩어리가 밀어 올린 눈물방울이었다. '울지 않겠다'라고 시후와 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 '아, 이제는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울어서는 안 되는 약속을 하고 말았구나.'
다음 날 다시 대성당을 찾아갔다. 야고보 사도의 유골함 앞에 가서 묵념을 올린 뒤, 제단에 올라가 그의 흉상도 가볍게 끌어안았다. 정오 미사는 이미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둥에 기댄 채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성가와 함께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왈칵 눈물이 솟아올랐다. 울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주체할 수 없었다. 흐느끼는 나를 본 한 순례자가 다가와 내 어깨를 지긋이 다독여 주었다. '모나리자가 내게 위로의 손길을 내밀었나 보다.' 바로 그때, "와!" 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들렸다. 초대형 향로 보타푸메이로(Botafumeiro)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낸 소리였다. 높이 솟구쳐 좌우로 진자 운동하듯 흔들리는 향로에서는 풍성한 연기가 퍼져나갔다. 나는 온 세상을 향해 축복하는 향이 번져나가기를 빌며 성당을 나섰다.
이로써 내 일생 두 번째 카미노 여정은 물리적으로 끝났다. 이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나는 소가 되새김질하듯 혼자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돌아가는 일상이야말로 평생토록 이어질, 가장 진지한 순례길에 오르는 축복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