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순례를 마치며

by 장석규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이 나를 불러냈다. 나는 그 부름에 응답하여 길 위에 섰다.

메세타가 나를 다시 길 위로 끌어냈다. 나는 끝없이 펼쳐진 메세타의 강력한 자력에 이끌려 무릎을 꿇었다. 길 위에 선 나를, 내 안에서 나 아닌 그 누군가가 조종하는 듯했다. 그 존재가 누구인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이끌림에 그대로 따랐을 뿐이다.


나는 순례길에서 어떤 존재였는가. 돈독한 신앙심이나 깊은 종교적인 동기만으로 카미노를 걸은 순례자는 아니었다. 휴식과 여흥, 단순한 관광을 목적으로 돌아다니는 여행자는 더더욱 아니었다.

나는 단지 길 위에서 하늘을 향해 나의 간절한 부르짖음을 알리는 '호소자'에 불과했다. 나의 호소가 하늘에 닿으리라고 맹목적으로 믿지 않았으며, 나의 호소가 통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지금은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그곳은 말 그대로 '별이 묻힌 곳'이며, 유난히 별빛이 밝게 비추는 곳이다. 천 년도 더 되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갖은 고통을 감내하며 찾아가 경배했던 성지다. 나 또한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900여 km를 별빛 따라 걸어 산티아고에 이르렀다. 십 년 전 길에 뿌린 눈물의 씨앗이 얼마나 싹을 틔우고 자라나 열매를 맺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뚜렷한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물론 물리적인 열매를 거두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길을 다시 걷는 것만으로, 걸으면서 그 시간을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맺혔던 한이 풀리는 듯했다. 그동안 깊이 묻어두었던 그리움의 보가 터져 나온 것은 전적으로 '길이 주는 귀한 선물'이었다.


갈 길 몰라 어쩔 줄 몰라하던 내가 길을 걸으며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그곳을 어떻게 가야 할지 비로소 '나름의 답'을 얻었다는 데 감사할 따름이다.

길에서 얻어낸 그 답이 정답인지 오답인지, 그것은 내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정답이라면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며, 오답이라 해도 인정하고 의연히 수용할 것이다.


'호소인'으로서 순례길을 걸었던 나는 이제 '끝이 없는 순례의 길'인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이제 '호소인'이라는 지위를 내려놓으려 한다.

진정한 '참 순례자'로서 내 가야 할 길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걸어가고 싶다.

부엔 카미노(¡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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