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우주에서 온 먼지로 이루어졌다
우리를 구성하는 모든 원소는 우주에서 기원했다. 탄소, 산소, 수소 같은 생명체의 기본 물질들은 수십억 년 전 별들이 폭발하며 만들어졌고, 그 잔해가 지금의 우리에게 도달했다. 칼 세이건은 이를 두고 “우리는 별의 찌꺼기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인간은 물리적으로 우주의 잔재로 이루어진 존재다. 그러나 그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우리의 생각과 경험 또한 각기 다른 ‘우주’처럼 고유하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이글먼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경험하는 현실은 당신의 뇌가 해석한 결과일 뿐이다. 우리는 동일한 물리적 세계를 공유하지만, 각자는 고유한 현실을 만들어낸다.” 이 말처럼, 우리는 모두 각자의 뇌가 만들어낸 독특한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기에 서로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낯선 생각과 행동, 우리는 서로에게 외계인이다
살다 보면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이 전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때, 혹은 누군가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칠 때 우리는 속으로 묻는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적 신념이나 종교적 가치가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또는 내가 대수롭지 않게 넘긴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때, 우리는 마치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들처럼 느껴진다.
이런 경험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의 제목이 상징하듯, 우리 모두가 고유한 현실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게 다가오고, 다른 이에게는 무의미할 수 있다. 한 사람에게는 영감을 주는 음악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단순한 소음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갈등을 낳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독특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외계인이다
상대가 이상하게 느껴질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또라이처럼 보일 수 있겠구나.” 내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그들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외계인이다. 각자는 우주적 기원을 공유하지만, 동시에 각자의 현실 속에서 독특하게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이 낯설게 느껴질 때, 그것을 단순히 그들의 ‘별’에서 나온 것이라고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물론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때로는 속이 뒤집히고, 입에서 불쑥 말이 튀어나오려는 순간을 억누르기도 한다. 오지랖 넓고 잔소리가 많은 사람들은 ‘꼰대별’에서 온 이들이고, 내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후배는 아마도 ‘아몰라별’에서 온 존재일 것이다.
수없이 많은 별에서 온 외계인들은 각기 다른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 주파수가 서로 어긋나는 일은 자연스럽다. 내가 기쁠 때 상대방은 슬플 수 있고, 내가 힘들 때 상대는 행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듯, 사람들과의 주파수가 우연히 일치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 우리는 불꽃을 느끼고, 때로는 사랑이라 믿고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각자 고유한 별의 주파수대로 다시 움직이기 마련이다. 특히 자신과 같은 별에서 온 존재라 여겼던 자식과의 주파수가 어긋날 때는 서운함이 더 크다. 자식도 성장하며 자신만의 별 주파수를 찾아가기에, 결국 어긋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저 외계인과 지금은 주파수가 안 맞나 보다. 또 가다 보면 맞겠지.” 외계인들과 함께 살아가며 불일치를 너무 섭섭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주파수를 가진 외계인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