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고뇌(9)
100일을 쓰기로 하면서 다음날 주제를 적어놓고 있다. 그래야 아침에 바로 글을 쓸 수 있으니까. 단점이라면 쓰고 싶은 게 바뀔 수 있다. 고민하게 된다. 주제를 다음으로 미뤄야 하나.
오늘은 전날 적은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창작의 고뇌’. 어제 떠올려서 그런지 오늘은 별로 고뇌가 없는 기분이다. 술술 써지진 않지만 진도가 안 나가 미칠 것 같지도 않다. 그냥저냥.
평소에도 비슷하다. 뭐가 엄청 잘 풀리거나 안 풀리는 건 잘 없다. 요동치지 않는 내 S&P500처럼. 꿈틀거릴 때가 있지만 별일은 아니더라. 그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사는 느낌. 야금야금.
작가로서 문제를 찾자면 평범함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드물다는 점이다. 박보검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가 봐도 훈훈한 외모라면 그 일상이 좀 더 빛나 보이긴 하겠다. 박보검으로 사는 삶은 어떨까. 해당 사항 없는 얘기다.
다행이라면 관심은 없어도 ‘평범함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은 또 없다는 점. 그냥 보면 다 똑같아 보이지만 모두가 다른 지문처럼. 그래서 고민하게 된다. 특별함과 평범함 사이에서. 평범하지만 포장까지 평범하게 하면 정말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
‘일상은 아름답다’는 추상적이고 상투적인 개념을 눈에 보이도록 글에 담아내는 일. 문장을 썼다가 지우길 반복하는 이유다. 기자로 살며 문학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딱딱한 문장이 태어났다 죽기를 반복한다.
발버둥이란 표현이 어울리겠다. 물에 빠진 것처럼은 못 하겠지만 괜찮다. 난 그런 발버둥이 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응원하고 싶다. 발버둥이라도 쳐야 누군가 신고라도 해줄 것 아닌가.
진도가 멈춰 자판에 손을 올려둔 채로 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오전 8~10시는 방에 햇살이 가장 많이 들어올 때다. 정오에는 오히려 어두워지지만 밝은 기운이 감도는 이때가 가장 글을 쓰기 좋은 때다.
햇살이 식물을 비추는 걸 보는 것도 잠시, 볕이 약해지는 게 느껴진다. 눈부심도 점차 줄어 지내기 괜찮은 방이 된다. 시선을 화면으로 옮기고 다시 자판을 투닥거린다.
글을 쓰면서 중간중간 딴짓을 해도 시간은 가고 마감은 다가온다. 오전에는 끝내지 않으면 하기 싫은 마음이 한 층 커지리라.
그렇게 지금도 발버둥을 친다.
기록이 길이 된다면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