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글쓰기 후기(10)
문체(文體). 글을 쓰는 방식을 말한다. 혹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라고나 할까. 10일 동안 글을 쓰면서 인식하게 됐다. ‘내 문체는 어떠한가’ 하는 고민을.
기사를 쓰면서는 문체랄 게 없었다. 핵심을 먼저 쓰고 덜 중요한 부분을 뒤로 뺀다. 형용사도 함부로 쓰면 맞는다. 드라이하다 못해 퍼석퍼석한 식감. 그게 ‘기사체’다. 소재로 차별을 주지 않으면 사실 기사는 대부분 비슷하다. 난 기자로선 40점짜리였다.
반대로 작가가 쓰는 글은 다르다. 그것도 작가마다 다르다. 취향 차이다. 그러니 <이방인>을 읽다가 때려쳤다 해도 내 잘못은 아니다. 일단 맛보라 그리고 읽고 싶은 걸 읽으라. 평생 홍어 맛을 몰라도 되는 것처럼 괜찮으리라.
국문과를 안 나온 탓일까. 내 글이 어떤지 확신이 안 설 때가 많다. 이 글이 잘 쓴 건지 못 쓴 건지 늘 고민했다. 와이프를 붙잡고 물어도 늘 비슷한 말을 할 뿐이다. “괜찮은 것 같아.” 탁월해지고 싶은 욕망 앞에 ‘같아’는 늘 걸림이 됐다. 텀블러 바닥에 눌어붙은 커피 찌꺼기처럼.
문체를 고민하면서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좋은 내용은 살리고 별로면 빼면 되지만 그게 문체라면 얘기가 달라지니까. 마라탕이 너무 얼얼하다고 화자오를 빼면 안 된다. 적어도 그런 마라탕을 파는 가게는 없으리라.
문체도 비슷하다. 오타를 고치고 산으로 간 방향도 틀긴 해야겠지만 거기까지다. 지나친 수정이나 문장 다듬기는 오히려 글을 평범하게 만든다. 기사 수정하듯 글을 고쳐서 그런 걸지도.
마음 한편에선 그런 소리도 들린다. 다듬고 다듬는 문장이 작가의 역량을 보여준다고. 그 말도 맞는 것 같은데. 다만 문장을 잘 고치냐고 물으면 모르겠다. 의미를 분명하게 할 순 있지만 그뿐이다. 문장의 맛이라는 걸 잘 모르거든.
좋은 문장이란 뭘까. 문장이 짧고 읽는 데 불편함이 없으면 좋다고 믿었다. 그래서 가급적 짧게, 명료하게 썼다. 기사는 그래도 됐다. 아니, 그렇지 않으면 욕먹었다. 기자들은 욕도 잘한다. 팩트를 기반으로.
기사를 쓸 때는 욕해주는 부장이라도 있었지만, 작가로 글을 쓰면서는 그게 없다. 이게 맞다고 해주는 사람이. 부장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고마운 사람이었다는 걸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일까. 문장을 고치고 있는 지금도 각종 번뇌가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누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 그런 문제는 널리고 널렸지만, 글쟁이의 문체도 같은 부류다. 와이프에게 백날 물어도 내 문체에 대해 얘기해줄 순 없겠지.
그래서 그저 계속 쓴다. 뭐가 나올 때까지.
기록이 길이 된다면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